종주국 태권도는 우리가 책임진다. - 태권도 사관학교 한국체육대학교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되었던 1988년 서울올림픽. 그 올림픽이 열렸던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한국 스포츠계를 이끌어 온 한국 스포츠의 요람이 있다. 바로 한국체육대학교. 24년간의 전통속에 수 많은 국가대표와 스타를 탄생시켜 온 한국체육대학 태권도학과를 찾아보았다.
최고의 선수, 최고의 대학, 국가대표의 산실

최고의 선수와 최고의 시설 그리고 24년간의 선수관리 노하우가 그대로 간직되어 있는 한국체육대학은 그야말로 한국 스포츠를 이끌어 온 살아있는 버팀목이다. 1976년 11종목으로 시작된 한체대는 한국 유일의 국립 체육대학으로 스포츠에 관한 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개교이래 이제까지 올림픽, 아시안 게임 등의 세계대회에서 한국이 획득한 메달의 1/3을 차지하는 등 오늘날 한국 스포츠가 세계 10대 강국 중 하나로 성장하는데 있어 밑거름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한체대에 또 다른 자부심이 있으니 다름 아닌 태권도부. 학교 설립과 함께 시작한 한체대 태권도부는 대내,외적으로 태권도부의 대명사처럼 여겨져왔다. 역대 국가대표 선수들 중 한체대 출신 선수가 가장 많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의 정국현 선수를 필두로 헤아릴 수 없는 선수를 배출해 낸 한체대는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7월 캐나다에서 벌어진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페더급의 노현구 선수를 비롯해서, 민병석(남자 Fin급), 윤송희(여자, Fin급), 정재은(여자, Feather급) 등 4명의 재학생이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재학생일 뿐 졸업생까지 따진다면 김병욱(S1, 남자 Light급), 이동완(춘천시청, 남자 Middle급) 등이 포함되어 국가대표 16명중 6명이 한체대 출신이 된다.
한국 태권도의 대명사 - 한체대 태권도부
이렇게 한체대 태권도부가 태권도 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엘리트체육 이라는 한체대만이 가지는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우수한 선수를 육성한다는 취지 하에 건립된 한체대는 국립대학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훌륭한 선수들을 양성해 왔다. 그 장점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4년간의 학비면제와 기숙사제공. 프랑스와 독일과 같이 사회제도 잘 되어있지 않는 한국에서 이 학비면제는 학생 및 학부모에게 한체대를 지원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게다가 태권도학부 전원에게 기숙사 및 식사가 제공되어 한체대에 입학을 하는 순간 4년간 학교생활은 모든 것이 해결이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체육전문대학이라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체육대학이기 때문에 다른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수한 체육시설, 학생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효과적이고 능률적인 훈련방법을 연구하는 연구 시스템, 부상당한 선수들의 치료 및 재활을 담당하는 운동처방 시스템 등 그야말로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체대는 그냥 스쳐 가는 일련의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가 되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 우수한 선수들이 한체대를 지원하게 되었고, 이 선수들이 이곳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다듬어져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왔다. 현 국가대표인 노현구 선수는 "운동을 하는 선수들은 누구나 다 한체대를 가보고 싶어합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무엇보다도 한체대에 합격하기만 하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며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한체대가 여느 타 대학보다 운동하기에는 모든 면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했다.
구술이 서말 이라도 꿰어야 보배

그러나 구술이 서말 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운영은 사람이 하는 법. 숨겨진 한체대 태권도학부의 저력은 바로 훌륭한 구슬을 가려내는 눈을 가진 교수진과 그들을 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다. 태권도부 이승국 교수는 "노현구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 전국대회에서 1위를 해보지 못한 선수였습니다. 아마 2위를 딱 1번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가능성이 보이던 선수였습니다. 조금만 더 보강하면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는 소질을 가지고 있었죠. 결국 잘 갈고 닦아서 3학년 때 국가대표를 만들었죠" 라며 한창 배우는 고등학교 시절 대회에서 1위를 한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선수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순발력과 유연성" 이라며 무엇보다도 기본 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재를 알아보는 눈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그들을 다듬는 솜씨. "숙련공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듯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지도합니다. 크리스털을 만들 때 기계로 찍어내는 것은 정성도 별로 없고 가격이 싸지만, 숙련공이 만들면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고 또 그만큼 훌륭한 작품이 나오는 법이죠. 아무리 훌륭한 다이아몬드 원석이 있더라도 그것을 발견하고 다듬어서 세상에 선 보여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 바와 같습니다" 라며 이승국 교수는 "다른 학교보다 결코 훈련 시간이 많지는 않다"며 어떻게 학생을 지도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상반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선수 자신의 노력이다. 늘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이승국 교수는 꾸준히 노력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선수만이 성장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결국 자질 있는 우수한 선수들과 경험 많은 교수진 그리고 그들을 이어주는 교육방법의 조화가 바로 오늘날의 한체대를 만든 셈이다.
엘리트 태권도 지도자를 양성한다. - 태권도학과
이렇게 태권도 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한체대는 3년 전부터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존의 태권도부를 실기위주로 선수를 육성하는 체육학과내의 태권도부와 지도자를 양성하는 태권도학과로 2분화하였다. 기존의 태권도부는 계속 유지하되, 새로이 태권도학과를 설립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타 대학의 태권도학과가 학과 내에 선수부를 두어 선수들을 양성하는데 비해 한체대의 이러한 시스템은 기존의 태권도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획기적인 방식이다. "이렇게 이분 화된 가장 큰 이유는 일단은 학교가 국립대학이라는 점입니다. 태권도가 국기이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전문 태권도 선수 뿐 아니라 태권도 활성화를 위한 우수한 지도자도 필요로 합니다. 태권도 계에는 선수, 코치 그리고 감독 이외에도 많은 일이 있습니다. 태권도 계의 행정적인 면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나아가서 다른 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인재가 아직도 많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라며 태권도학과를 담당하는 안용규 교수는 엘리트 스포츠와 학문으로 이분 화되어 학생들이 자신이 나아갈 분야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어 오히려 기존 대학들보다는 보다 전문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며 현 시스템의 장점을 설명했다.
한체대 태권도학과는 태권도부와는 많은 점에서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우선 학생 선발에 있어 기존의 태권도부는 특기 생으로 학생들을 뽑은 반면 태권도학과는 다른 일반대학과 마찬가지로 수능이라는 대학입시를 거쳐야 들어올 수 있다. 또한 태권도학는 태권도부와 달리 4년간의 수업비 면제나 기숙사 제공의 혜택은 없다. 그러나 국립대학인 관계로 여전히 타대학에 비해 수업료가 매우 싸고 또한 유일하게 서울내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기존에 전문적으로 태권도를 하지 않은 학생들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학과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자신을 알려면 남도 알아야 하는 법이죠. 그래서 봉술도 가르칩니다.
태권도학과 수업의 초점은 다름 아닌 무도로서의 태권도이다. 학과 수업의 방향에 대해 안용규 교수는 "태권도가 전공인 만큼 우선적으로 태권도를 이해하고 익히는 것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각종 태권도 시합에도 출전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대학 태권도학과 수업의 특징은 타 대학 태권도학과에 비해 보다 근본적이고 전통적인 것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라며 무엇보다도 근본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태권도의 이론과 실습이외에 여기저기 눈에 띄는 독특한 과목들이 있었다. 먼저 태권도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 개설된 택견수업. 택견은 태권도의 전신이라고 알려진 한국의 전통무예. 주당 4시간이 할당되어 있는 이 수업은 택견의 기본동작 뿐 아니라 한국전통무술의 원리를 가르치는데 중점을 둔다고 한다. 물론 타대학에서도 택견을 배우긴 하지만 한체대처럼 정규과목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또한 내공수련법 이라는 기를 가르치는 과목이 있다. 이 교수는 이 과목에 대해 "흔히들 치라고 하는데, 문무를 겸비한다는 의미에서 학과에서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는 수업입니다. 기를 안다는 것은 곧 무술의 기본을 아는 것이죠. 결코 소홀히 넘길 수 없는 분야입니다"라고 설명을 했다. 이런 과목들 이외에도 한체대에서는 봉술도 가르치고 있었다. 자신을 알려면 남도 알아야한다는 의미에서 시작했다는 봉술에 대해 "태권도만을 해서는 태권도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이교수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더욱 재미있는 것은 정규과목으로 서예도 배운다는 것이다. 서예를 배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업이 너무 무술 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심신의 균형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란다.
태권도의 세계화 - 국제 체육 교류 연구소

이렇게 한체대에서는 태권도를 태권도부와 태권도학과로 2분화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한편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서 국제체육교류연구소라는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체육인들과의 정보지식 및 우수한 경기력을 교류한다는 취지하에 설립된 이 연구소는 한체대에서의 훈련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위해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내의 지리 및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선수를 위해 기숙사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한체대의 선수들과 같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관리 해 주고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학교 제도상 외국인 학생이 한체대에서 정규로 태권도수업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정규로 한체대에서 배우려면 한국의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입시제도에 따라서 시험을 봐야 한다고 한다.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 학생 및 선수들에게 마치 하늘의 별따기. 이에 한체대에서는 중국, 미국, 러시아, 베트남의 체육대학들과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늘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는 태권도 부의 이승국 교수, 먼저 참다운 인간이 되야 한다고 강조한다는 태권도학과의 안용규 교수. 한체대의 태권도가 엘리트스포츠 와 학문이라는 두 분야로 나뉘어 있지만 이 두 교수의 가르침처럼 태권도는 스포츠 이전에 하나의 무도이다.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는 태권도. 한체대의 태권도는 엘리트스포츠 와 학문을 두 축으로 삼아 오늘도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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