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허튼소리] 여러분은 어떤 'Vision'을 가지고 계십니까?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45


예전이나 요즘이나 사람들은 툭하면 비전이 좋은 일을 해야 성공한다는 말을 합니다.

영문으로 “vision”으로 쓰이는 이 단어는 ‘앞으로 크게 성공하거나 잘될 만한 가능성’으로 사용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장래성을 뜻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장래성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금전적인 것을 뜻하는 걸로 보여 집니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벌만한 직업을 찾겠다는 것이겠지요.

사람들이 이렇게 vision을 외치는 것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상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생기기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vision이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멋진 단어이고 꿈을 상징하는 단어같이 보이지만 내 주위에서 vision만을 쫒다가 인생을 망친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

피라미드 ‘다단계’에 빠져 완전히 재산을 탕진하고 아내와 이혼까지 하게 되어 이제는 폐인처럼 살다시피 하는 친구 녀석도 나에게, 자신의 일이 vision 있는 사업이라고 이걸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라고, 몇 년 전까지 만해도 내 얼굴에 침이 튀도록 설교를 해댔었고, 금은세공사의 직업이 '비전'으로 가득하다는 주위의 권유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종로의 어느 세공공업사의 직공으로 15년간 허송세월하다가 결국은 그만두고 환경미화원으로 취직을 한 절친한 선배님도 그렇고, 중고자동차 딜러야 말로 영원히 없어 지지 않는 vision의 극치라고 주장하시던 동네후배님의 요새 근황도 vision 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할 만큼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 전 박 조교가 도장을 한동안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연유를 물었습니다.

“요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vision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몰두가 있습니다.”

그의 대답에 그럼 그 전에 다니던 직장은 vision이 없는 직장이었고 또 그 앞전에 다니던 직장역시 vision이 없던 직장이냐고 물었습니다.

누구든지 처음 직장을 구할 때는 자신의 판단력을 믿고 우리들이 말하는 vision 있는 직장을 신중히 선택해서 구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직장을 다니는 동안 그 회사의 vision이 갑자기 상실되어서 일까요?

직장을 그만둔 것은 단순한 심경의 변화이고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전'있는 직업을 말하라면 아마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vision이라는 낱말의 뜻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앞으로 크게 성공하거나 잘될 만한 가능성이라는 것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대학수능을 보기위해 고3학생들이 노력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소질이나 꿈을 품어왔던 학과보다는 vision있는 학과를 가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여기에는 부모님의 권유와 주위사람들의 의견도 한몫을 하게 됩니다.

이제 겨우 만 18세 뿐이 되지 않은 어린학생들이 앞으로 20년 30년 후의 벌어질 일을 내다보며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하는 학과를 지원한다는 말입니다. 그들이 앞으로의 일을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현재의 vision있는 학과나 인기 있는 직업이 미래에는 인기가 없거나 아예 흔적조차 사라질 수 도 있는 겁니다.

vision있는 학과를 다닌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월급을 많이 주는 직장을 다닌다고 보람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나의 형은 단국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형님은 학교를 다닐 때부터 유난히 영어를 좋아했고 그로인하여 영어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전기과를 선택했습니다. 아버지는 전기과를 나오면 한전이나 큰 회사에 취직이 잘되고 돈도 잘 벌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형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전공과목과는 전혀 다른 애초부터 하고 싶었던 영어강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조그만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원장님으로 영어선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형님은 형님의 직업에 대단히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생각했던 vision은 형님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학과를 가야 하는 것이고 정말로 잘할 수 있는 직업을 갖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나는 박조교의 대화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지만, 나의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내가 12세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야와라’라는 무술을 시작할 때 30년후의 '비전'을 보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겼고, 이것이 특기가 되었고, 어느덧 직업이 되었다. 나는 20세에 도장을 개관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고,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었으며, 결국 29살에 도장의 관장이 되었다. 돈은 많이 못 벌어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일 년에 수 십 억원씩 벌어들이는 프로축구 박지성 선수가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 앞으로 축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비전'을 보고 축구를 시작한 것이 아닐게야. 그에게 축구는 인생이고 생활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명성은 그에게 붙은 보너스에 불과하다. 결국 '비전'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즐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떤 일이든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 싫증이 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동기유발은 중요한 것이고 마음속의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것 보다, 그것이 꺼지지 않도록 지속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습니다.

나는 하루 1회 내지 2회 정도의 수업을 학생들에게 지도하고 나머지 시간은 나에 대해서 투자를 합니다. 공권유술에 대한 연구도 하게 되고 내가 배우고 싶은 학원도 다니고, 신문도 몇 시간동안 정독을 하면서 읽기도 합니다. 수련관을 찾아온 사람들과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도 하고 그동안 그리웠던 분들을 찾아가 만나기도 합니다.

나는 이러한 생활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공권유술을 지도하는 사범들에게 강조합니다. 지금 부산이나 창원, 서울의 성북지부와 같은 공권유술 지도자들은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있어서 하루 4타임을 넘지 않도록 충고합니다. 그래도 먹고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행복하게 일을 하자!”는 것이 결코 바보같은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vision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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