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라는 설움을 딛고 일궈낸 동메달
"코트에 서 있을 때 난 자랑스런 한국인""동해물과 백두산이∼"
제주도 한라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5회 세계선수권대회 5일째인 어제(5일) 여자부 웰터급 시상식에서는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한국의 김혜미(서울체고 3)가 금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국가를 들으며 온 몸이 전율하는 듯한 감동을 받은 사람은 김혜미가 아니라 시상대의 3위 자리 위에 올라서 활짝 웃고 있던 노르웨이의 니나 솔헤임(22)이었다.
니나는 한국 마산에서 쌍둥이 중 언니로 태어났다. 현재 22살의 니나는 그러나 한국문화도 한국말도 모른다. 태어난지 9개월만에 노르웨이로 쌍둥이 동생 모나와 함께 입양됐기 때문이다.
니나는 8살이 되어서야 자신이 또래 친구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며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면서 왜 난 친구들과 얼굴색이 다를까?, 왜 난 친구들과 머리색이 다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니나는 노르웨이의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이 한국에서 입양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충격이었다. 그제서야 왜 친구들이 생김새를 가지고 놀려댔는지, 왜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유심히 쳐다봤는지 이해가 갔다. 그들과 다르기 때문이었다. 혼란스러웠다. 무작정 누군가가 원망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니나는 곧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자신과 쌍둥이 동생을 친딸보다도 더 아껴주는 노웨이의 부모님이 너무나도 고마웠기 때문이다.
12살이 되던 해 니나는 왠지 한국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노르웨이 신문에 나온 대우자동차광고만 봐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각났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입양시킨 한국의 부모님에게 "노르웨이에서 잘 살고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니나는 노르웨이에 있는 입양아 센터를 통해 한국의 어머니를 찾을 수 있었고 지난 여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리고 그렇게 원하던 한국의 어머니와 첫 만남을 가졌다.
"눈물도 나지 않았어요. 그냥 머리 속이 텅 빈 것 같이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몰랐고요. 그래도 한국의 엄마한테 제가 잘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마음이 편해졌어요."그로부터 4개월 뒤 니나는 또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한국 제주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태권도가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준 것이다.
니나에게 있어 태권도는 하나의 스포츠 그 이상이다. 사고방식, 행동 등 모든 면에 있어 완전한 노르웨이 사람이 되어버린 니나가 한국사람임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경기를 하기 전 저는 거울을 보며 태권도 종주국에서 태어난 한국사람임을 상기하고 시합에 나가요. 그러면 자신 있게 싸울 수 있거든요. 태권도 코트에 서 있을 때 저는 자랑스러운 한국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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