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무술인이 묵상(默想)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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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43

묵상을 하고 있는 수련생
묵상(默想)의 뜻은 말없이 마음속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무술에서 묵상(默想)을 하는 목적은 잡념을 버리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생각을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묵상은 시간적으로 1분~3분 정도 짧게 하고 있습니다.묵상(默想)과 비슷한 것 중 묵념(默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말없이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는 뜻입니다. 현충일에 조국을 위하여 순국하신 호국영령(護國英靈)들을 기리기 위해 우리는 묵념(默念)을 경험해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돌아가신 아버님을 기리기 위해 날마다 1분씩 묵념(默念)을 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처음에는 묵념(默念)이 단순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는 행동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마음속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살아생전 아버지에게 실망시킨 행동을 후회하고 아버지의 그리움에 사무칠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아버지에게 못다 한 정성을 어머니에게 효도로써 자식의 도리를 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묵념(默念)하는 시간은 1분 내외로 묵상(默想)보다 시간이 더 짧습니다.
그다음이 명상(冥想)이라는 것이 있는데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묵상보다 한참이나 길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단계는 도(道)를 구하는 단계가 됩니다.
이것보다 좀 더 어려운 것이 입정(入定)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불교용어로써 삼업(三業)을 그치게 하고 선정(禪定)에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삼업(三業)이란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모든 업을 말합니다. 또한 선정(禪定)이란, 마음의 내면을 닦아 삼매경(三昧境)을 이룬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이 참선(參禪)으로 역시 불교용어입니다. 선법(禪法)을 닦아 구하는 것으로 좌선을 통해 스스로 수행을 하거나 자신이 흠모하는 선지식을 찾아가서 선(禪)을 묻고 배우는 일 따위를 말합니다. 그래서 일단 참선(參禪)이 시작되면 몇 시간, 며 칠,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계속되기도 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수행법입니다.
다시 묵상(默想)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무술수련이 시작되기 전, 우리는 도복을 단정히 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 후, 사범에게 예의를 갖추고 묵상(默想)을 합니다. 수련을 마치기 전에도 정좌를 한 상태에서 눈을 감고 묵상을 하는데, 무술을 수련함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의식 중 하나입니다. MMA나 브라질리언 주짓수, 복싱, 레슬링 등과 같은 격투스포츠나 축구, 배구, 테니스 같은 스포츠에는 이렇게 묵상을 하는 의식이 없습니다.
초보자의 경우 묵상이라는 것이 귀찮은 예절이 될 수도 있고, 몸을 더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묵상의 참 의미를 알면 세상이 달라져 보이게 됩니다. 일단 묵상이 시작되면 어수선했던 주변의 분위기가 일순간에 정리되고 침묵의 상태가 되어 조용해집니다. 그리고 자신의 들떠있는 마음을 가라앉히게 됩니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평소에 느끼지 못한 기분을 만끽합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이 짧은 순간에 깨달음을 얻어서 부처가 되어 성불(成佛)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평소에 살아가면서 평생 동안 단 1분이라도 바른 자세를 한 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거나 머릿속에 생각을 비우고자 행동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까요?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0,001%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그 소수점에 불과한 사람들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겠습니까? 한 두 번의 짧은 묵상이 아니라면 그래서 그것이 1년 또는 2년 동안 매일같이 지속된 묵상이라면 여러분은 무도의 기술수련이외에 또 다른 내면의 수련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이 풍요로워졌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이것의 마지막에는 성취감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재미와 즐거움은 어느 정도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지루해지고 흥미적인 요소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중도포기란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이고 오락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입니다.
무도를 수련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재미와 즐거움은 물론이거니와 계속해서 무엇인가 배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생에 대한 자기성찰(省察)에 대해 가장 일조를 하는 것이 묵상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공권유술에 입문한 수련생들은 10년, 20년 아주 오랫동안 무술을 수련하게 됩니다.
묵상을 마친 직후 지도자는 수련생들에게 수련에 필요한 당부의 말씀을 올리거나, 지도자의 철학이나 여러 가지 훈련을 통해서 깨달은 점을 말씀드리는 것은, 여러분은 이미 묵상을 통해서 지도자의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수련생이나 지도자가 바른자세와 바른마음이 아닌, 팔짱을 끼거나, 짝 다리를 짚고 서있거나, 손으로 턱을 괴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상태에서 실시되는 지도자의 말들이 얼마나 수련생의 마음속에 와 닿을 것이며, 또한 지도자의 이러한 행동에 수련생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귀로 듣는다고 그것을 모두 알아듣는 것이 아니고, 입을 말한다고 그것이 바르게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지도자의 말이 마음속에 뜻 깊은 가르침으로 남느냐, 아니면 쓸데없는 잡담으로 남느냐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련생의 마음가짐이나 지도자가 전달하고픈 마음가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묵상(默想)이란 그런 것입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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