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대회 '갈수록 태산'

제15회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 한라체육관. 대회 셋째 날을 맞은 어제(3일) 마치 태권도 경기가 얼마나 더 엉망이 될 수 있나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일대의 소란이 빚어졌다.
남자부 페더급 8강전 도미니카공화국의 베니테즈과 미국의 제이슨 한의 경기가 바로 그 불씨였다. 적극적인 공격을 펼친 베니테즈는 경기종료 10여초를 남겨두고 한에게 6대 4로 앞서 있었다. 베니테즈의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때 이은우 주심(남아프리카공화국)이 베니테즈에게 경고를 선언했다. 경기 도중 제이슨을 잡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베니테즈는 강한 불만을 나타냈고 이주심은 베니테즈에게 또 다시 경고를 줬다. 이번에는 비신사적인 행동이 그 이유였다.
그런 다음 이 주심은 바로 제이슨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전에 이미 경고 4개를 받았던 베니테즈는 경기 종료를 목전에 두고 연거푸 경고를 2번 더 받아 총 6번의 경고를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경고를 6번 받으면 실격패라는 경기규정 때문에 베니테즈는 결국 감점패를 당한 것이다.
미국의 제이슨은 쑥스러운 승리를 거뒀고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경기 종료 직전 경고를 남발해 베니테즈를 감점패시킨 형평성을 잃은 심판판정에 대한 비난이었다.
베니테즈는 심판판정에 한동안 코트를 떠나지 않고 무언의 시위를 벌였으며 오수알도 코치는 "마지막 6번째 경고는 부당하다"며 소청위원회에 소청서를 제출했다.
오수알도 코치는 "미국은 강한 나라고 도미니카는 작고 힘이 없는 나라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우리가 이긴 경기였다. 미국이 힘을 쓰고 있다. 심판은 마지막 경고를 주면 우리가 질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며 분노했다.
소청서를 접수한 소청위원회는 잠시 뒤 "이은우 주심이 베니테즈에게 준 5번째와 6번째 경고는 같은 행동에 대한 것으로 경고는 총 5개"라며 베니테즈의 승리를 선언했다. 경기가 뒤집힌 것이다. 또 경고를 남발한 이은우 주심에게는 1년간 심판 자격정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 쪽에서 거세게 반발하며 소청서를 제출했다. 이 주심이 준 마지막 경고는 정당한 것이었는데 왜 경기결과는 뒤집느냐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전영인 미국 올림픽코치는 "소청위원회가 쇼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느냐"며 항의했다. 미국에서온 김진원 사범은 "설사 경고를 잘못 줘 (도미니카가) 감점패를 당하지 않았다면 경기가 중단된 시간부터 다시 경기를 해야지 왜 일방적으로 도미니카의 승리를 선언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나 소청위원회에서는 "소청으로 해서 나온 결과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번복될 수는 없다"며 미국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소청서를 반려했다. 하지만 소청위원회측의 설명은 화가 난 미국측을 진정시키기에는 절대 역부족이었다.
한 미국 선수단은 도미니카의 베니테즈가 준결승전에 진출하려 코트에 모습을 나타내자 경기장에 난입해 경기 시작을 막았다. 경기는 미국 선수단의 만류로 잠시 뒤에 속행되었으나 경기시작 20초만에 전영인 미국올림픽 코치가 코트에 난입, 또 다시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한번 소청되어 나온 판정에는 절대 승복해야한다는 경기 규정에 따라 도미니카의 베니테즈가 미국의 제이슨을 누르고 준결승전에 진출하며 일대의 소란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판정의혹, 결과 번복 그리고 경기장 난입이라는 일련의 사태로 세계선수권대회의 위신이 이미 땅에 떨어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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