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장 잃은 국기원 혼미… 당분간 정상화 어려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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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질한 국기원

지난해 5월 30일 이사회는 오물 투척으로 산회했다. 마치 지금의 파행을 예고한 듯 하다.
세계태권도본부를 자임하는 국기원이 사실상 제 정신이 아니다. 새해 벽두부터 수장인 이규형 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했고, 그보다 앞서 행정부원장도 스스로 자리를 물러나 행정 공백을 맞았다. 가까스로 구성이 완료된 상근 임원 세 명 중 연수원장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기원은 지난 한 해만 제2기 집행부를 구성하고 상근임원을 임명하기 위해 무려 15회에 걸쳐 이사회를 열었다. 개원 42여 년 동안 한 해에 가장 많은 회의가 개최했을 뿐만 아니라 최장시간 회의를 개최했다. 발전을 위한 회의보다 ‘이전투구’ 장에 가까웠다. 특히 오물 투척으로 난장판이 된 회의는 국기원 역사에 불명예스러운 회의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상화로 가는 진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잃은 게 많다. 전 세계 태권도인은 물론 대중으로 하여금 국기원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이 모든 게 자리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정치권의 중진인 홍문종 이사장이 선출되었지만 갖은 전횡으로 논란만 커졌다. 6개월 만에 간신히 구성한 상근 임원도 2개월 만에 원장과 부원장이 모두 자진 하차했다.
지난 1년간 국기원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태권도에 애정이 있는 이들도 더는 국기원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마치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문제는 외국인들마저 이러한 국기원 내부의 갈등을 직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국기원의 해외 단증발급 수요는 물론 신뢰도에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구랍 31일 전격 사퇴한 이규형 원장은 2일 이후 외부와 연락을 끊다가 4일 오후 국기원 출입 기자단과 직원들 앞으로 <태권도 가족들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신이 국기원장을 사퇴한 이유를 밝혔다. 평소 남의 잘못과 허물이 있어도 비판을 잘 안 하던 그도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국기원의 정상화에 발목 잡는 행위와 저해 요인을 소상하게 밝혔다.
전 세계 7천만 태권도인의 중앙도장이자 성지라고 일컫는 국기원이 고작 20명 안팎의 이사들 갈등과 반복, 시기와 질투 그리고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동네 체육시설로 격하된 실정이다. 진정 태권도를 아끼고 국기원 발전을 생각한다면, 현재 활동 중인 이사들은 전원 사퇴해야 함이 마땅하다.
전대미문의 국기원장과 행정부원장의 잇따른 자진 하차해 태권도인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데도, 홍문종 이사장은 현 상황에 대한 어떠한 성명도 밝히지 않고 있다. 스스로 추천해 임면한 러닝파트너가 힘겨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떠났는데도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곧 벌써 후임자를 내정하고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스스로 정상화의 길을 포기한 국기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정관에 따라 이사장이 후임 원장을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과반수 동의를 거쳐야 한다. 그 이후에 원장이 행정부원장을 추천해 이사장으로부터 임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질지 의구심이 든다. 왜냐하면, 지난 집행부를 구성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재 국기원 이사 일부와 재야인사들은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정상화에 실패하고 오히려 내부갈등만 키운 국기원이 자체 해결 능력을 잃은 것으로 보고 정부 관리단체 지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절체절명 위기에 놓인 국기원이 다시 일어날지 궁금하다. 세계 7천만 태권도인이 지금 국기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모든 결정은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오직 ‘태권도’만을 생각하길 바랄 뿐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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