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선거… ‘이규석’ 대 ‘밀란 퀴’로 압축

99년 이후 14년 만의 경선, 27일 태권도원서 총회 열고 차기 회장 선거

ATU 회장 선거에 출마한 밀란 퀴, 이규석, 풀럿가르, 김성태 후보(위에서 우측으로)
아시아 지역 43개 회원국을 총괄하는 아시아태권도연맹 수장 선거가 99년 이후 14년 만에 열린다. 초대회장은 외국인이 맡았지만, 이후에는 줄곧 한국인이 주도권을 잡아왔다. 이번 선거에 최대 관심사는 한국인이 수성하느냐 외국인에게 내어 주느냐다.
오는 27일 한국 무주군에 있는 태권도원에서 아시아태권도연맹(회장 이대순, ATU) 집행위원회의와 총회가 열린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차기 회장 선출이다. 지난 수개월 전부터 한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권과 유럽, 아프리카 지역까지 차기 회장 선거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한국에서는 이규석 수석부회장 겸 사무총장과 김성태 부회장, 외국계로는 싱가포르 밀란 퀴와 이란의 세예드 모하마드 풀럿갸르 등 네 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 김성태 부회장은 아직 ATU는 한국인이 맡아 대륙을 리더 하는 게 올바르다는 대의명분으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렇다면 후보는 세 명 남았다. 그러나 곧 이란의 풀럿갸르 회장도 누군가를 지지하고 사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둘 중 밀란 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 나가도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당락에 결정적인 이슬람권 표를 얻고 있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한국의 이규석 대(對) 싱가포르의 밀란 퀴의 대결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염두에 두고 두 후보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 회원국이 줄을 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규석 후보는 정통 태권도인이다. ATU의 터줏대감. 20여 년간 실권을 장악해 와 누구보다 ATU 실정을 잘 안다. 영향력도 세다. 반면에 ‘장기집권’에 대한 반감 표도 만만치 않다. 오랜 경력이 장점이자 단점인 꼴이다. 그는 국내 대표적인 태권도대학인 한체대와 용인대, 가천대에서 후학을 양성해 세계 각지에 가장 많은 제자를 두고 있다.
밀란 퀴는 싱가포르태권도협회 회장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2012년 WTF 집행위원에 임명되면서부터 세계 여러 지역의 회장단과 깊은 인맥을 쌓으며 태권도 국제사회의 영향력을 뻗어 나가고 있다. IOC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세르미앙 능 위원과 막역한 관계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WTF 비가맹 단체 수장의 후방지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일면서 일부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이규석 후보의 ‘원사이드’ 승리가 예상되지만, 선거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는 곧 밀란 퀴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빙의 분위기 속에서도 결국 둘 중 한사람이 큰 표로 이기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선거는 아시아지역의 한국대 반한국의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태권도계 흐름이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탈한국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종주국의 구심점이 되는 대륙연맹인 ATU를 노리는 외국계 세력이 많아지고 있다.
중도사퇴 없이 완주를 목표로 했던 김성태 부회장이 이규석 부회장에게 단일후보 격으로 양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빙의 분위기 속에 혹여나 한국으로 오는 표가 갈릴 수 있기 때문. 이번에 외국으로 회장단이 넘어가면 국내 기반의 기득권을 모두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아시아지역 한국계 태권도 사범들의 관심이 이번 선거에 모이고 있는 이유다.
역대 어느 회장 선거보다 사전 물밑작업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4년간 아시아 태권도를 이끌 새로운 수장은 누가 될지 기대가 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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