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허튼소리] 아이페이크와 슬라이드 킥(eye fake and slide kick)


나의 어린시절 TV에서 방영되는 MBC 묘기대행진은 여러 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장기자랑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열광 했다. 변웅전 사회자의 구수한 입담도 입담이지만, 각종 무술인이 웃통을 벗고 입에서 불을 내 뿜거나 솥뚜껑을 격파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중에서도 마술은 빼놓을 수 없는 레퍼토리 중 하나였는데, 어린 나이었지만, 나는 마술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작고하신 마술사 이흥선 선생의 비둘기 마술이나 종이가루를 부채로 흩날리는 마술은 마치 꿈속을 해매는 동화속의 한 장면 같았다.

어린시절의 동경은 소년을 거치고 청소년이 되어도 남아있어 이후에도 나는 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누구에게 배워 본적은 없지만 형과 함께 엉터리 마술을 연습하기도 하고 조잡한 마술도구도 만들어 친구들 앞에서 해보기도 했다.

20대~30대의 나의 마술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BAR나 카페, 가벼운 술자리에서 테이블위에 있는 여러 가지 잡동사니를 가지고 즉석에서 사용하는 임프람프투 매직(Impromptu magic)정도는 함께 손뼉을 치며 즐길 수 있는 정도였다.

지금도 가끔은 외국의 공권유술 세미나를 마치고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실 때, 분위기를 즐겁게 하기 위해 한 번 씩 마술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번은 나의 가족과 김세영, 이승호 총사님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때 이승호 총사님 사모님을 상대로 간단한 마술을 선보였다. 사모님이 차고 있던 손목시계가 자신의 핸드백 속에서 나오는 마술이다.

이 마술을 하는 순간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한다. 그러나 이 마술처럼 무식한 마술도 없다.

한마디로 쌩 어거지 마술인데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우선 사모님에게 전생에 사모님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알게 해준다고 말한다. 마술을 시도하기 전, 나는 주역과 관상에 대단한 학식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그에게 주입시킨다. 그녀의 기대심리를 높이기도 하고 신뢰를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어째든 사모님은 공짜로 전생을 알게 되어 좋아한다. 서로의 텔레파시가 통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악수를 한다. 옆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주위를 둘러싸있고 나의 행동과 이야기를 주시한다.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쓸데없는 말을 해도 좋다. 옆에 있는 사범님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걸거나 그들도 나에게 말을 하면 기꺼이 웃으면서 받아준다. 그러면서 그냥 사모님의 손목에 있는 시계를 푼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넣는다. 이후 그 시계를 내가 차고 있던지... 그러면 나중에 나의 손목을 보고는 자신의 시계가 옮겨진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란다. 또는 그녀가 화장실에 갔을 때 핸드백에 넣어둔다.

아주 엉터리에 무식한 마술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기법이 있다. 당사자 뿐 만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이 시계를 푸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마술사의 연기력 때문이다. 사람들은 마술사의 눈을 쫓아다니고 말에 귀를 기울인다.

만약 마술사가 “잘 보세요!”라고 말하면 주위의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도 마술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거기다가 손가락을 가리키면 사람들의 시선은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을 향하고, 더욱이 마술사의 시선을 그쪽으로 옮기면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쪽으로 옮겨진다. 마술사가 어떠한 행동을 해도 사람들은 눈치체지 못한다. 그래서 마술이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마술의 기법을 미스디렉션(Misdirection)이라고 한다.

마술(魔術)이란 재빠른 손놀림이나 속임수 따위를 써서 불가사의한 일을 가능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즉, 마술의 근본은 속임수에 있고, 마술을 익히기 위한 첫 번째의 테크닉은 마술사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공권유술의 스파링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에도 이러한 미스디렉션 기법이 필요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1979년 LA 레이커스에 입단한 매직 존슨 (Magic Johnson)은 NBA농구 역대 최고의 포인트 가드다.

206㎝의 장신에 넓은 시야와 패스 능력, 큰 키에도 쉽게 공을 뺏기지 않던 탄탄한 공 핸들링 기술은 그를 당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만들었다. 매직존슨의 얼굴은 왼쪽편으로 돌려 왼쪽에 있는 자기편의 선수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듯 하지만 패스는 오른쪽의 선수에게 함으로써 상대편이 순간적으로 공의 위치를 잃어버리게 하는 속임수에 능통했다. 특히 '쇼타임'이라 불린 레이커스의 속공을 진두지휘하면서 만들어낸 패스들은 레이커스가 지닌 황금색 이미지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말 그대로 매직 존손이다. 마술 중에 마술인 것이다.

농구에서는 이러한 테크닉을 아이 페이크(eye fake)라고 부른다.

선수들은 몸의 움직임외에도 상대의 시선에 따라 공격과 방어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아이페이크는 마술, 농구 뿐만아니라 각종스포츠의 꽃이고 공권유술의 스파링에서도 통용된다.

공권유술의 고수가 되고 싶고, 그것에 한 발 더 가서 실전스파링에 능통하고 싶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기법이 바로 시선을 이용한 아이 페이크(eye fake)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 페이크와 함께 이어지는 왼손 바디블로우 또는 간단한 로우킥 콤비네이션이 제격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백미는 아이 페이크와 연결되는 슬라이드 킥(slide kick)일 것이다.

예전부터 이러한 킥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 수가 없어 나는 페인트 발차기 또는 슬라이드 킥이라고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 불렀다.

슬라이드는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의 일종이다. 직구와 커브볼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며, 직구처럼 빠르게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하게 방향을 트는 구질이다. 직구보다는 느리지만 커브보다는 매우 빠르며, 1940년대 이후 널리 사용된 현대야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변화구이다. 한국 투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

슬라이더는 홈플레이트에서 60㎝ 전방까지는 직구와 똑같아 보이지만, 전방 60㎝에서부터 오른손 타자의 바깥 아래쪽으로 꺾인다. 슬라이더의 꺾이는 정도는 커브볼만큼 크지 않지만 완만한 곡선을 그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 꺾임이 예리할수록 더 좋은 슬라이더라 할 수 있다. 타자가 이 공에 속는 가장 큰 이유는 직구라고 생각한 상황에서 공이 변화하기 때문에 완벽히 속일 수 있는 것이다.

슬라이드 킥이 마치 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드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냥 그렇게 불렀다.

다음의 동영상은 아이페이크에 이은 슬라이드 킥이다. 보편적으로 확실히 하단에 킥 모션을 주고 상단으로 이어지는 더블 페인트 모션보다는 하단에서 상단으로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듯 올라가는 기법이 다르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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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검도 2013.11.26
항상 칼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많은부분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도 예전 심리에 관심이 있어서 코칭세미나 같은곳이나 최면강좌를 가서 듣다보면 무술에 연관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꽤나 신기하고 재밌다는 생각을 했었었는데, 이 칼럼을 보면서 그생각이 나네요. 참 그리고 강준회장님은 발차기가 참 멋집니다~!^^
opop 2013.12.18
아이페이크 하기전에 단련대 제작표절이나 어찌처리하시오 세상에 같은 무카스안에있는컨텐츠를 자기멋대로 개발했다 이야기나 하는수준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