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전통(傳統)무술과 와사비 간장
![[허튼소리] 전통(傳統)무술과 와사비 간장](https://mookas.com/webzine_img0/con_img/news_image/20131014_wsbm.jpg)
작년 봄, 어렸을 때 함께 했던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녀석들의 주된 레퍼토리는 자기의 자가용은 비이얌떠불류네, 강남의 45평 아파트로 옮겼는데 가격이 얼마네, 며 칠 전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끝내 줬네, 뭐 이런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대체적으로 자신이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어 합니다.
이럴 때마다 나는 옆자리에서 조용히 소주나 홀짝거리고 있을 뿐입니다.
중학교 동창이라고 소개한 친구의 친구가 말이 없고 서먹서먹해 하길 래, 어색한 분위기도 전환 시킬 겸, 무슨 일을 하고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LA에서 사업을 하다가 이번에 한국음식점을 오픈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대학교까지 모두 미국에서 마치고 직장도 다니고 사업도 하다가 이번에 심혈을 기울여서 한국전통음식점을 오픈할 것이라는 포부입니다.
한국음식은 워낙 종류가 많으니까 주로 어떤 메뉴를 선보일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불고기와 비빔밥, 된장찌개 같은 종류였습니다.
나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비빔밥은 아무래도 외국인 입맛에는 좀 맵겠지요?”라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그래서 고추장대신 간장을 넣으려고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에? 비빔밥이 그래도 약간은 매워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와사비를 왜간장에 약간 풀어서 양념을 한 소스를 개발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아리송합니다.
그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갑니다.
“한국의 된장찌개, 솔직히 냄새가 너무 역겨워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일본사람들이 즐겨먹는 미소(일본된장)로 된장찌개를 만들 겁니다.”
그 대답에 “아~! 그렇군요..”라고 말하고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아무래도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비빔밥에 고추장대신 왜간장과 와사비(고추냉이)를 풀어 소스를 만든다면 그것은 이미 한국의 전통음식인 비빔밥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된장찌개의 냄새가 역겹다는 생각으로 미소로 된장찌개를 끓인다면 그것은 미소찌개지 된장찌개가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된장찌개를 몇 번만 먹어보면 역겹다는 생각보다 구수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되는 된장찌개의 맛의 이치를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된장찌개의 참맛도 모르고 된장찌개 메뉴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인데 이것으로 과연 한국음식점으로 성공할지 의문입니다.
간판은 한국음식점이지만 음식의 특성상 그것은 한국음식도 일본 음식도 아닌 정체불명의 음식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전통(傳統)이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으로 여기에는 의․식․주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정통(正統)이란, 바른계통을 말합니다. 이것의 반대말은 이단, 사이비가 되겠습니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나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고추장은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것을 즐겨먹는 전통문화입니다. 그러나 고추장을 담그는 비법은 집집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맛이 몇 대를 거치더라도 변함없도록 계속해서 맥을 이어오는 행위를 정통(正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째서 한국사람은 정통(正統)보다 전통(傳統)에 더 많은 열을 올리며 그것을 어필하려고 할까요?
한국이 미국보다 돈이 많은 나라도 아니고, 시민의식이나 민주주의도 앞선 것도 아니며, 과학문명도 더 발달된 것도 아닐 것입니다.
미국에 오랫동안 살았다고 해서 자신의 눈동자, 머리카락 색깔이 푸른색이나 노란색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키도 작고, 코도 납작하며 눈도 옆으로 쫘악 찢어졌습니다. 때로는 인종차별도 당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미국을 비롯한 서양보다 앞선 것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와 전통뿐이 없다고 생각하는 콤플렉스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특히 한국의 무술사범들은 전통무술에 대해서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무술의 역사를 통일신라시대를 비롯하여 그 이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무술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태권도도 그렇고 합기도도 그렇고 다른 무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전통무술이라는 것은 우리가 잘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할 문화유산이지만 현재의 전통무술들은 그 방법에 대해서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가령, 말 그대로 합기도나 태권도를 수 백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무술로 인정하더라도 지금의 태권도를 학생들에게 지도하는 방법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정통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합니다. 태권도라는 무술이 말 그대로 정체불명의 무술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무술인 태권도로 인하여 한국에서 자생한 다른 전통무술들도 태권도와 똑같은 방법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전통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정통으로 계승하여 내려온 것이 없기 때문에 전통에 열을 올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령,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태권도장을 본다면,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이 정통태권도 교육을 제대로 배우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지금 학생들을 지도하는 내용이 자신의 스승에게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지도하여 정통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정통성이 훼손되면 그의 제자들 또한 스승의 가르침에 따르지 않고 혼자 독립을 하거나 태권도를 변형시키고 태권도 고유의 철학과 사상과는 상관없이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 흥미를 유발 시키는 교육만을 하게 됩니다. 결국 모든 것은 도장에 수련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비즈니스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사람의 입맛에 맞추어 비빔밥에 고추장 대신 와사비간장을 풀어 음식을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없겠으나 그것이 한국의 전통음식인 비빔밥으로 둔갑하여 외국사람들에 판매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외국사람으로 하여금 한국의 비빔밥에 대해서 오해할 수 있는 요지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이나 외국이나 정통성을 지켜나가며 전통을 유지하는 무술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최소한 무술에서 만큼 정통성을 고집하는 이유는 몇 대를 거치더라도 무술만큼은 스승이 사상이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통성에서 한국의 무술문화를 세계에 보급해야 합니다.
도장을 운영하는 사범의 생각에 따라 새로운 프로그램을 삽입하고 지도교육을 변화하는 현실에 맞추어 바꾸어 학생들을 지도한다고 하더라도, 정통의 틀 안에서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배우는 학생은 자신의 무술종목보다 누구에게 배움을 받고 있고, 스승의 스승은 누구이며, 우리의 프로그램이 다른 도장의 프로그램과 어떻게 차별화되고, 과거의 선배가 어떻게 수련했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도장의 역사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하고 계승되어야 합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