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지금이야 말로 진일보(進一步)해야 할 때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100척(尺)이나 되는 장대 끝에 서 있더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가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얽힌 유명한 고사가 있는데 최인호의 소설 ‘상도’ 에도 소개된 바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거상으로 알려진 임상옥이 중국에 갔을 때, 그가 팔려고 가져간 조선 인삼을 헐값에 사려고 중국 상인들이 서로 담합해 가격을 깎기만 하는 상황이 초래되었습니다. 이것을 손해를 보고 팔수도 없고 다시 조선으로 가져가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큰 위기에 처한 임상옥은 함께 갔던 추사 김정희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추사는 붓으로 다음과 같이 씁니다.
“百尺竿頭進一步”
여기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임상옥은 중국 상인들이 보는 앞에서 인삼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습니다. 이에 놀란 중국 상인들이 임상옥 앞에 엎드려 잘못을 인정하며 싹싹 빌어 오히려 훨씬 비싼 값을 받고 팔 수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무카스>나 무술사이트에서 성공한 무술인을 초정하여 좌담을 하거나 그들에 대한 성공 노하우를 듣는 프로그램이 무술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체적인 내용은 많은 회원들을 끌어 모으는 방법이나 여러 개의 도장을 개설하는 방법 등으로 1년에 연봉 10억을 버는 비결을 공개하거나 또는 어떻게 자신이 무술 지도업으로 돈을 벌어 부를 많이 축적했는지에 대한 성공노하우입니다.
한국의 많은 무술지도자들이 이렇게 성공한 무술지도자를 보고 동경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목적한 바를 이룬다는 성공(成功)의 의미가 무도(武道)를 학생들에게 교육하여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성공의 척도를 가늠하고 그러한 노하우에 한국의 무술인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 복잡한 심기가 들기도 합니다.
오직 많은 재산축적을 목표로 한다면 굳이 무술지도자가 아니더라도 레스토랑과 같은 요식업,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 또는 서비스업같이 좋은 사업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최소한 한국의 무술계에서 만큼은, 무술인으로 성공한 지도자를 훌륭한 제자를 많이 양성하거나, 태권도나 합기도의 가르침으로 인하여 제자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좀 더 윤택한 삶을 살게 하거나, 한국의 무술을 해외에 널리 전파하고, 한국문화를 알림으로써 애국을 도모했거나, 또는 한국 무술계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한 사범들이 성공한 무술인으로 대접받거나 존경받는 무술문화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만약 무술업으로 떼돈을 버는 지도자를 성공한 무술인으로 추앙하는 풍조가 만연된다면 이제 새롭게 도장을 개설하는 젊은 무술인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무술업을 하는 지도자들이 금전적으로 쪼들리지 않고 충분히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을 언제나 찬성합니다. 그것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가는데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무술지도자는 당연히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비즈니스를 통해서 일정한 수입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입은 고정적이며 안정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한 무술인으로써의 척도가 되어서는 곤란한 것입니다.
무술을 통한 비즈니스의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혼신을 다해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여야 합니다.
어느덧 한국의 무술업은 사향산업이 되어 버렸고, 이제는 부의 축적도 바른 무술교육도 상실한 진퇴양난에 빠져 있습니다. 마치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있는 꼴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 서 있는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과감히 앞으로 진일보(進一步)해야 할 때입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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