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모호한 판정기준… '소화기 분사' 사태 원인 제공

70% 차지하는 숙련성, 평기기준 모호해 심판 견해에 의존

2011 품새 국가대표 경기 장면 (이 기사와는 무관함)
얼마 전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은 선수 겸 지도자인 홍희정 사범이 소화기를 분사하는 초유의 판정시비가 일어났다. 이로 인하여 홍 사범은 선수 및 지도자로서 자격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에 대해 홍희정 사범은 물론 다수의 품새팀 지도자와 선수단의 반발이 거세다. 소화기 분사라는 극단적인 항의는 분명 잘못되었지만, 그 이전에 문제를 제기한 심판판정에 대한 명확한 해명, 그리고 소청을 기각하게 된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심판판정 소청 이후 해소되지 않은 문제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KTA 품새대회 관계자들이 홍 사범을 비하하고 인신공격을 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사과 또는 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품새대회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활동 중인 한 품새팀 지도자는 “(홍희정 사범의 항의) 언젠가는 터질 일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판판정이 더 나아져야 하는데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모호한 판정기준과 자질이 부족한 심판들 때문이다”이라고 주장했다.
태권도 품새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공론화해 해결책은 모색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심판부 내부에서도 모호한 판정기준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선수단이 갖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정확도 30%와 ‘숙련성 70%’. 이 중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숙련성’의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 경기규칙에서 설명하는 규정도 매우 추상적이며 사전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심판 주관에 의해 평가되다 보니 판정시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니 대부분 품새 경기가 ‘정확도’에서 판가름 난다. 정확도는 최고 3점에서 크고 작은 실수에 따라 0.1점 또는 0.3점 등이 깎인다. 숙련성은 심판 개개인의 견해에 의해 점수를 기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객관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또 하나는 소청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이다. ‘소청’은 잘못된 판정을 바로 잡아주는 마지막 중재기구다. 당연히 이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구성면에 있어서도 비전문가가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기각’ 처리가 되어 하나마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한 품새팀 지도자는 “소청위원회가 있으면 뭐하나 열이면 열 기각 당하는데. 적어도 의뢰자가 의심을 풀 수 있도록 영상판독과 심판의 기록지를 모두 살펴보고 오해가 없도록 설명줘야 하는데, 오히려 의혹만 더 커지는 꼴이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 “품새대회 초창기부터 지금껏 경기장을 비워본 적이 없는데 여태껏 소청을 통해 판정이 번복되거나 심판이 징계를 받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갈수록 선수들의 실력이 일취월장 하고 평준화 되는데 명확한 판정 시스템은 언제쯤 도입될지 모르겠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 취재 중 새로운 사실을 제보 받았다. 품새 경기규칙 외에 심판부 내부의 별도 규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기규칙으로 부족한 판정기준의 가이드라인이다. 연초 경기규칙강습회에서 발표한 규정 이외 다른 내부 규정으로 심판판정을 보는 것은 판정시비의 또 다른 원인을 제공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진위 여부 확인이 요구된다.
또한, 명확한 판정기준이 아직 정리가 안 되다보니, 심판분과 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평가기준도 제각각.
예를 들어 A심판위원장 시절에는 옆차기 높이를 머리끝에 정확하게 차야 좋은 점수를 얻었다. 이후 B심판위원장으로 바뀐 뒤에는 이 옆차기 높이가 하늘을 향해 높이 차고 흔들리지 않아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C심판위원장은 팔의 각도, 손목의 꺾임, 발의 움직임 등에 점수가 좌우된다.
이에 대한 선수단의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심판위원장과 연결되는 도장과 선수들의 특혜의혹이 제기 되고 있다.
판정시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심판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경기를 판정하는 A심판과 B심판의 판정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가 없어지지 않은 한 품새 판정시비는 여전할 것이다.
모호한 판정기준으로 심판판정에 대한 불신을 당하는 심판들도 마음은 편치 않다. 공정한 판정을 하려고 하더라고 선수단이 요구하는 객관적인 판정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홍 사범 사태를 지켜 본 한 심판은 “제발 이번 기회에 규정이 재정비 되었으면 하는다”고 토로했다.
2006년 첫 품새 경기규정을 제정한 대한태권도협회가 이번 품새대회 판정시비를 계기로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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