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사진, 끝없는 기다림과의 전쟁입니다" - 대태협 홍보부장 임충희
23년째 태권도만을 카메라에 담아온 임충희(52)씨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 그것은 태권도 사진전을 갖는 것. 50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사진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남에게 내세울만한 사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재미있어서 취미로 시작을 했지요
평범한 인상이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넉넉한 미소, 수수한 옷차림 그리고 시원시원하게 내뱉는 말투에서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사진작가로의 깐깐하고 날카로운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사진이야기나 나오자 그의 표정은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넉넉한 모습은 사라지고 부드럽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임 부장과 사진과의 인연은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시절 임 부장은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사진이었다. "형님 친구 중에 한 분이 사진관을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그 당시 사진사가 흔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그곳에 자꾸 시선이 가더군요"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그에게 사진은 새로운 흥밋거리였고 결국 형님 친구 분에게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임 부장과 사진의 첫 번째 만남이었다.
취미가 직업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임 부장은 군대를 마치고 곧장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틀에 박힌 조직 생활이 그와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임 부장은 몇 번 직장을 옮겨 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문제만 발생을 했다. 자유롭게 일을 하기 원하는 그에게 직장은 감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임 부장은 직장을 그만 두었다. 그가 원해서 그만 둔 직장이었기에 미련은 없었다. 그는 좀 더 자유롭게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바로 사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진은 그에게 단지 취미에 불과했다. 그러나 무언가 자신이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있던 임 부장은 어린 시절 그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준 사진이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부장의 사진 인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취미로 익혀 두었던 사진기술이 아예 직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새롭게 일을 시작한 임 부장이 처음 맡았던 일은 다름 아닌 태권도 사진이었다. 그가 사진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의 친구중의 한 명이 태권도 쪽의 일거리를 소개시켜 준 것이었다. 이렇게 사진을 시작한 임 부장에게는 계속해서 태권도 쪽의 의뢰가 들어왔다. 일선관장 뿐만 아니라 심사를 보는 학생들의 부모님들까지 이곳저곳에서 사진촬영을 요청해 온 것이다. 태권도 사진은 그저 한 두 번 찍고 끝내려던 임 부장은 계속 태권도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러나 태권도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는 항상 다른 사진을 찍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기왕 시작한 사진이니 좋은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태권도를 계속 접하면서 임 부장은 점점 태권도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저 계속해서 태권도 쪽의 사진의뢰가 들어와서 찍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임 부장은 태권도라는 스포츠에 점점 빨려 들어가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태권도 사진을 그만 두려고 여러 번 마음을 먹었죠. 하지만 사진을 계속 찍다보니까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태권도라는 스포츠에 미쳐버린 거죠.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 잡았다는 짜릿한 느낌에 온 몸이 흥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좋은 사진을 건졌을 때의 그 기분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뭐랄까, 낚시에서 대어를 낚았을 때의 기분이랄까? 아니 아니 그 이상이죠" 선수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식사도 거른 체 물만 마시면서 8시간 이상 렌즈를 쳐다보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카메라를 놓지 않고 하루종일 촬영만 하는 일이 어느 새 일상 생활이 되어버렸다. 이미 임 부장은 태권도에 미쳐버린 것이다.
그러던 그가 정식으로 대태협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제7회 세계선수권대회 때부터였다. 이미 태권도사진 작가로서는 여기저기 이름이 나 있던 터였다. 그에게 대태협의 정규직은 안정된 직장 이전에 태권도 사진을 맘놓고 찍을 수 있다는 의미가 더 강했다. 대태협에서 일을 하게된 이후 임부장은 태권도에 관련된 행사에는 어김없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협회에서 사진 담당은 임부장 한사람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국내 대회는 거의 다 찍은 것 같습니다. 올해 서울시 대회가 19회인데, 한번도 빠지지 않았죠. 그밖에도 대의원회의, 총회등의 사진 등 태권도협회에 관련된 사진은 모두 제가 도맡아 찍었죠" 라는 임부장은 아마 국내 도장중 임부장이 찍은 사진이 걸려있지 않은 도장은 없을 거라고 덧붙였다.
"정신없이 추다가 잠깐 주위를 돌아다보았는데, 바의 모든 사람들이 저와 그 아가씨의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더라구요. 나중에 그게 소문이 나서... 하하하"
그렇게 태권도 사진을 찍은지도 벌써 23년. 임부장은 그 23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계속해서 셔터를 눌러왔다 한다. 그가 이렇게 쉬지 않고 태권도 사진에 매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그가 가진 일에 대한 열정 덕분이었다. 그의 열정은 비단 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92년도인가? 뉴욕에서

태권도 대회가 있을 때였습니다. 맨하턴에 바가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 대회 관련인사들이 모두 모인 적이 있었죠. 모두들 가벼운 인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모처럼 만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조금 있자 여기저기에서 임원은 임원대로 코치는 코치대로 어울리기 시작했죠. 결국 전 혼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저야 뭐, 임원도 아니고 코치도 아니었으니까요" 혼자 남게 된 임부장은 가볍게 한잔하려고 바텐더 쪽으로 향했다. 마침 바 중앙의 단상에서는 사람들이 가볍게 춤을 추고 있었다. 한동안 춤추는 사람들을 쳐다보던 임부장은 갑자기 단상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그 모임에서 사회를 보던 아가씨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을 하면 모든 것을 바쳐 몰두하는 그의 열정은 23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를 태권도 사진의 길에만 종사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으며,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자라는 그의 신념은 어렵고 힘든 때마다 그가 계속 그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어 왔다.
제가 가진 것은 오직 열정뿐입니다.
"가능하면 남의 장점만 보려고 합니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쟎습니까" 라고 자신의 가치관을 되집어보던 임부장은 자식들에게도 "항상 남을 생각하며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예외는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진에 관련된 일이다. "사진이 잘 나와서 당사자에게 주면, 별 반응이 없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어렵게 찍은 사진인데, 그런 반응을 접하게 되면 갑자기 맥이 빠지지요. 반면에, 사진을 보고 고맙다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사진 찍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태권도에 열정적이던 임 부장은 요즈음은 사진을 찍어도 별로 흥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인 즉, 그전만큼 멋진 사진을 찍기 힘든 현실 때문이었다. "86 아시안 게임 때만 해도 선수들의 스케일이 컸습니다. 찍기, 후려치기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여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주 신이 날 수 있게 경기를 진행했죠. 그러나 지금은 그런 기술은 거의 보기 힘듭니다. 기껏 나와 바야 뒤돌려 차기정도죠. 그 뒤돌려 차기도 하루에 1-2번 정도밖에는 볼 수 없지요" 라며 태권도 경기에서 모든 기술에 점수가 같기 때문에 선수들이 과감한 기술을 쓰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벌써 반평생을 태권도와 함께 해온 임충희부장. 그가 이제껏 찍어왔던 사진들은 바로 살아있는 태권도의 역사다. 그 태권도의 모든 역사를 카메라 한대에 담아왔던 임충희부장. 그는 그의 일을 이렇게 평하고 있다. "일반 사진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구도 혹은 배경 등 작가가 자신이 머릿속에 그린 것을 표현할 수 있지요. 하지만 스포츠 사진은 다릅니다. 한마디로 순간포착이죠. 경기에 몰입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결코 사진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만큼 좋은 사진을 찍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20년이 넘도록 사진을 찍었지만,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사진은 2-3컷 정도 밖에 없습니다. 태권도 사진, 한마디로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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