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팀으로 올라선 한체대… 이유 있는 성장의 비결?

4명 출전에 큰 김소희, 작은 김소희 동반 금, 김훈 은… 금2, 은1 수확

한체대 작은 김소희(2학년)이 여자 -46kg급 결승에서 얼굴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다.
한국체육대학교 태권도가 세계 태권도 명문팀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세계선수권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를 남녀 4체급을 배출한 한국체육대학교 태권도선수단(감독 문원재)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린 ‘2013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이 성적은 이번 대회 남녀 종합 준우승을 차치한 쿠바의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보다 우위에 속한다. 다시 말해 한국체대가 한 팀으로 구성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면, 한국에 이어 종합 준우승을 했다는 것이다.
대회 첫날 한국체대 김소희(2학년)가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동시에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산소탱크’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상대 선수를 압도했다. 결승에서 러시아의 아나스타샤 발루에바를 8대7로 꺾고 생애 두 번째 월드챔피언이 되었다.
그 순간 관중석에서 김소희를 응원하던 소속팀 문원재 교수(한국체대)에게 한국 선수단의 축하 인사가 쏟아지자 “고맙다”라면서도 “이제 시작이다. 아직도 뒤에 세 명이나 남았다”며 행복한 엄살을 부렸다.
대표팀 코치로 나선 정광채 교수 역시 김소희가 금메달을 딴 순간 기쁜 것도 잠시 곧이어 출전할 선수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해당 팀 지도자로서는 여간 정신없을지 모르지만 다른 팀 지도자들에게는 너무도 부러운 상황이었다.
셋째 날 남자 -68kg급 김훈은 예선부터 최고의 기량을 펼치며 순조롭게 결승에 진출했다.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 타제굴이 예선에서 일찌감치 탈락하면서 자연스럽게 금메달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결승에서 이란의 아스바기칸가 베흐남의 고의성 왼발 커트에 걸려 1점 차로 분패해 눈물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섯째 날 출전한 남자 -87kg급 신영래는 다른 중량급 선수와 마찬가지로 상대 선수보다 체격과 힘 등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이란의 마흐디 코다바크시(이란)에게 8대18로 예선 탈락했다.
여섯째 날 마지막 주자인 여자 -57kg급 김소희는 결승에서 일본의 마유 하마다를 15대8로 가볍게 누르고 국제대회 네 번째 도전 만에 첫 금메달은 목에 걸었다. 첫날 금메달을 딴 김소희와 동명이인으로 대표팀 큰 김소희로 통한다.
이번 대회를 마치고 문원재 교수는 “작은 소희는 이미 고교 시절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있어 크게 걱정 안 했다. 큰 소희는 번번이 국제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둬 국제 감각을 올리기 위해 영국 전지훈련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그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자부와 관련해 “김훈은 이번 대회에서 비록 결승에서 조금 안타깝게 져서 은메달을 땄지만, 이번 한국 대표팀에서 이대훈 못지않은 최고의 실력을 과시했다. 대회 이후 기운이 떨어진 것 같아 많이 격려를 해줬다. 영래는 개인의 성적보다도 한국 태권도 중량급의 훈련방식과 경기운용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숙제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한체대는 올해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총 아홉 명이 선발돼 그 중 세계선수권에 파견되는 1진에 4명, 동아시안게임에 파견될 2진에는 세 명이 최종 파견선수로 선발됐다. 현재 일곱 명이 태릉선수촌에서 합숙 중이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세계 최강팀의 면모를 보인 한체대 성장에는 이유가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훈련장부터 훈련 방식, 지도진의 역할 등을 새롭게 개편하면서 성적의 중량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체대, 이유 있는 성장의 비밀? 국가대표급 지도진 그리고 리셋(Reset)

세계선수권에 다녀온 문원재 교수, 김훈, 큰 김소희, 작은 김소희, 신영래, 정광채 교수
한체대 태권도가 최근 급격하게 급성장한 이유에는 관행처럼 이어져 온 전통방식의 훈련환경과 선수관리, 훈련방식 등을 과감하게 현시대에 맞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데 있다.
우선 지도진을 빼놓을 수 없다. 국제무대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펼칠 수 있었던 뒤에는 든든한 지도자들이 버티고 있다. 한국체대는 문원재 교수와 정광채 교수를 비롯한 김길성 코치, 박명은 코치 등 국가대표팀에 걸맞은 최고의 코칭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체대 태권도를 대표하는 문원재 교수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2년간 영국 맨체스터로 연구교수로 다녀왔다. 잠시도 팀을 벗어나지 않았던 갑작스러운 외출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그 기간 영국대표팀 코칭진으로 참여하면서 영국팀의 경기력 향상에 기여했지만, 실은 그보다 역으로 우리나라 대표팀을 비롯한 명문 실업팀, 대학팀과 비교할 수 없는 선진형 훈련 시스템과 선수관리 등 육성비법을 배워왔다.
문원재 교수는 “경기력으로야 우리가 최고라 할 수 있지만, 훈련 시스템은 우리가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야 할 처지다. 상상 그 이상이다. 영국 대표팀 모든 시스템은 물론 프랑스, 스페인 등 주변국을 통해서도 많이 배웠다. 영국 선수단에서 날 CIA라고 놀릴 정도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을 중심으로 태권도 경기화를 이끌었던 지난 90년대와 달리 한국이 뒤떨어져 가는 세계 태권도화에 적응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래서 한체대 대표팀 선수들만큼은 국내와 국외 흐름을 잘 익힐 수 있도록 지도했다. 적어도 연 1회 해외 전지훈련과 해외팀 초청훈련으로 선수들의 국제 감각을 꾸준히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 교수는 귀국 후 학교로 복귀한 후로 곧바로 1억 4천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훈련장에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했다. 선수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훈련하고 부상이 없는 기본적인 환경을 마련해 준 것이다.
덥고, 추운 것을 참고 하는 훈련방식은 구시대적인 방식이란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 사계절 23~26도를 유지해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고 최상의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변화의 신호탄이다.
코칭진과 역할 분담도 분명히 했다. 기초체력과 근력 강화훈련, 부상선수, 체중조절, 여자부 전담(여성코치), 심리, 전력분석 등을 각각 나눠 매주 정기 미팅을 통하여 57명의 선수단 개개인을 꼼꼼하게 체크를 하고 있다.
또 세계화에 발맞춰 일반호구에서 전자호구를 도입해 훈련을 실전처럼 실시했다. 또 심박측정기를 도입해 평상시와 훈련시 선수들의 심박수를 비교, 개인별 몸 상태를 체크하고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올림픽 다음으로 가장 권위 있는 세계선수권을 성공적으로 마친 한체대의 다음 목표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홈에서 개최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많은 대표를 선발시켜 전원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각오다.
그에 앞서 내달 열릴 제47회 대통령기 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 겸 2103년도 국가대표선수선발 예선대회에서 3년 연속 남녀 동반 종합우승에 도전한다.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에 남녀가 동시에 3연패를 달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문원재 교수는 “지금이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불과 2년밖에 안 됐다. 이제 그 노력에 대한 대가를 성적으로 수확할 때다. 변화와 노력은 반드시 값진 성과로 보상을 얻는다”고 제2의 도약을 향한 힘찬 파이팅을 외쳤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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