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한국은 제자는 없고, 모두 스승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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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29
스승의 날이 지나고 그 다음날인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을 조금 하다가 커피한잔을 마시며 무예관련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합기도 후배인데 참으로 오랜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그 후배는 1년 전 합기도장에서 킥복싱과 주짓수 간판을 걸고 새로운 각오로 도장을 오픈했는데, 사실 근황을 궁금해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후배가 흥분된 목소리로 이런 말을 합니다.
“6개월정도 주짓수를 지도한 대학생이 있는데, 이 친구가 이사를 가면서 수련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니까 동네에서 가까운 주짓수 도장을 다닐거라는 겁니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 그게 왜 열 받는 것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뒷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후배가 계속해서 말을 합니다.
“그래봐야 지하철로 다섯 정거장뿐이 안 되는데, 당연히 스승에게 와서 배워야 그게 예의지, 요새 X끼들은 스승도 없고 개념도 밥 말아 먹어놔서 회원들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가르치면 뭐합니까? 뭔가 할 만하면 다른 도장으로 모두 날라버리는데!”
이렇게 자신의 괴로움을 이야기 하는 것은 맞장구를 쳐달라는 의미로 들렸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싶어 가만히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무도를 한다는 놈들이 예의가 없고 신뢰도 없는 놈들이 너무 많습니다. 스승의 날 선물은 고사하고 문자메세지 한통 보내오는 놈들이 없어요! 이젠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대해서 회의감마저 듭니다.”
평소 같으면 후배의 말을 듣고 위로를 하거나 다른 도장으로 옮긴 학생을 나쁜 놈으로 몰아서 후배의 기분을 좋게 해주었을 것이지만, 이날은 나의 입에서 생각과는 다른 엉뚱한 말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자네도 지금 하고 있는 무술을 배워야겠다고 서너 군데의 도장을 옮겨 다니면서 기술을 배우지 않았나?”
후배가 당황하며 “네?”라는 말로 잘못 들었다는 의사표시를 합니다.
“그래서 자네는 어제 스승의 날, 스승님을 찾아뵈었나?
수화기 너머에서 말이 없습니다.
“그럼, 스승의 날 축하드린다고 문자 메세지라도 넣어 드렸나?”
역시 묵묵부답(默默不答)입니다.
“예전에 자네가 나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고 있나? 자네를 지도해준 관장이 돈만 밝히고 어깨에 힘만 준다고, 기술을 가르쳐주는 선생을 그렇게 욕을 하지 않았나? 요즘 젊은 사람들의 개념문제가 아니라 가르치는 선생의 개념이 더 중요한 거야!”
더 이상 이야기 하면 아무리 나이차이가 큰 후배라고 하지만 자존심까지 건드릴 수 가 있어 이정도로 하고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이후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전화를 끊었는데, 내가 왜?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분명 후배가 기분이 나빠 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후배가 착각하는 있는 것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후배는 한국의 합기도를 하면서 외래무술을 도입했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무술에 대한 사제지간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가 하는 무술은 수련시간에 최신 유행가를 틀어놓고 들뜬 마음에서 스파링을 하기도 하고, 사범이나 관장을 감독 또는 코치로 호칭하며, 감독이 교육을 하는 동안 학생들은 다른 장소에 있는 헬스기구를 이용하거나 옆에서 샌드백을 두드려도 묵인이 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도장의 분위기는 수련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아무렇게나 도복이 풀어헤쳐도, 띠를 그냥 목에 걸고 다녀도, 도복을 입지 않고 수련에 참여해도, 사범이 교육 할 때, 다리를 뻗고 있거나 반쯤 누워있어도 그것이 크게 상대에게 실례가 되거나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 아닌 무술입니다. 그러한 외래무술의 문화 속에서 과거 한국의 무도예절을 지켜주길 바란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착각일 것입니다.
동양의 무술을 제외한 서양의 무술문화는 대부분 기술위주로 프로그램이 편성되어있고 스파링을 바탕으로 훈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과적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그것에 맞는 문화가 형성이 됩니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후배는 도장을 운영하면서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은 자기가 배우는 무술도장의 문화에 따라 그것에 맞게 행동하고, 자신을 지도하고 있는 스승이 본보기가 되어 스승과 똑같이 행동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생이 나중에 도장을 개설하여 관장이 되면 스승으로써 대우받길 원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제자는 어떻게 스승에게 예를 다해야 하는지 본적이 없는 것입니다. 자신의 스승이 어떻게 스승을 존경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예전 무술 인들의 모임에서 “한국에는 제자는 없고 모두 스승만이 존재한다.”라고 했던 어느 태권도단체의 회장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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