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40년史 최초… 총재 선거 한국인끼리 ‘맞짱’

조정원 현 총재 - 홍문종 국회의원 출마, 5월 12일 이전 단일화 예상

김태환 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조정원, 홍문종 후보, 그리고 출마를 포기한 박수남 회장
세계태권도연맹 창립 40년 만에 최초로 한국인끼리 총재 자리를 두고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4월 12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후보자등록을 마감한 결과 조정원 현 총재(66)와 새누리당 3선의 홍문종 국회의원(58)이 출마했다.
WTF는 이반 디보스 부총재(IOC위원, 페루)를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오는 5월 12일까지 총재, 부총재, 집행위원 입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약 1개월간 하게 된다.
역시 이번 선거에 가장 큰 관심은 ‘총재선거’. 자천타천 후보군에 올랐던 박수남 독일태권도협회장과 카말라딘 헤이다로프 아제르바이잔협회장은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다.
박수남 회장은 마지막까지 고심은 했지만, 오는 9월 태권도가 2020 올림픽 핵심종목으로 최종 확정되는 IOC 총회를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한국인끼리 경합을 펼치는 것은 세계 태권도 발전에 좋지 않다고 판단해 출마의지를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김운용 전 총재가 사임하면서 공백이 된 자리에 잔여임기의 선거에 조정원 총재가 고 박차석 회장(팬암연맹, 미국), 2005년 박선재 회장(이탈리아태권도협회장), 2009년 낫 인드라파나 IOC위원(태국) 등과 맞대결을 펼쳐왔다.
김운용 초대총재는 30년간 재임기간 동안 단독후보로 추대로 이어져왔다. 이어 조정원 총재는 세 번의 선거에서 한국계 교민과 두 번, 외국인과 한 번 맞대결을 펼쳤다.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끼리의 대결은 이번이 최초다.
‘한국인끼리’ 대결에 외국보다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다.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난 수년간 사무총장과 기술위원회 등 주요 보직에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 바뀌는 등 ‘탈 한국화’가 이어져왔다.
지난 2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가까스로 핵심종목에 살아남은 태권도는 아직 9월에 열릴 총회에서 확정 의결을 받아야 한다.
그 안에 열리는 총재선거에 다른 나라사람도 아닌 한국인끼리 선거를 하는 것은 국제 스포츠계에 ‘집안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다. 가뜩이나 한국인, 한국위주라는 비판과 따가운 눈총을 받는 상황에서 분명 좋지 않은 분위기는 확실하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조정원 후보(좌)와 홍문종 후보(우)
네 번째 총재 선거에 나선 조정원 총재는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로 선거를 준비 중이다. 2004년 첫 취임이후 오로지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 영구화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개혁을 해왔고, 아직도 끝이 아니기에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강하다.
태권도 경기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판정시비를 전자호구와 비디오판독 도입으로 해소하고, 흥미와 박진감이 부족한 경기내용은 경기장 축소와 차등 득점제 확대 등으로 변화를 유도해 2012 런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러한 노력에 여러 회원국가와 인사들은 이번 선거만큼은 조정원 현 총재가 지난 10년간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를 위한 노력을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며, 9월 IOC 총회 확정 후 샴페인을 터트릴 자격이 충분하다는 분위기다.
이에 맞서는 홍문종 후보는 여당 3선 국회의원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 중 한 명이다. 힘 있는 정치인답게 과연 실현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의 거대한 공약으로 현 조정원 총재를 압박하고 있다.
주요 공약으로 △국내 초등학교 태권도 정규 필수과목 채택 △서울에 WTF 본부 신축 △종주국 입지 강화를 위한 한국어 공식 언어 회복 △유럽, 미주 유수 방송사와 중계권 협약 △대륙별태권도전문학교 설립 △국기원과 단증 창구 일원화 △무주 태권도원 각국 국가대표팀 훈련센터로 문호개방 등을 내놓았다.
가장 핵심은 WTF의 재정기반 확충을 위해 글로벌 스폰서를 확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각국 협회의 경제적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4년 동안 ‘1억 달러(1천억 원, 연간 250억원 이상)’ 규모의 발전기금을 조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우선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금 확보를 위한 작업에 착수할 계획임을 전했다.
조정원 총재는 지난 10년 다져온 기반과 여러 성과로 회원국에 신뢰를 얻으며 당선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홍문종 후보는 처음 나서는 국제선거지만 여러모로 조정원 총재에 비해 경쟁력이 낫다고 자평하고 있다.
WTF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끼리 대결이지만 본선까지 갈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오는 5월 12일까지 후보자 검증기간이 마치는 동안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직 홍문종 후보는 반드시 여러 채널을 통하여 단일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하고, 조정원 총재는 단일화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온도차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취임한 김태환 대한태권도협회장은 전문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WTF 총재선거와 관련 “홍문종 의원이 WTF 총재선거를 나간다고 하기에 여러 번 만류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꼭 나가야 한다고 해서 조금은 걱정이다”며 “한국인끼리 싸우는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한 태권도 중진은 “수십 년간 태권도가 한국인의 독무대라는 비판 때문에 지난 수년에 걸쳐 한국적인 정서를 배제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희생되어야 했다. 경기장에 한국선수가 출전하는 온통 야유를 듣지 못했는가”라며 “한국인끼리 자리다툼을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우리가 설 땅을 외국인에게 내줄 명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총재 선거는 오는 7월 14일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리는 WTF 정기총회에서 열린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검토를 마친 후 투표권을 가진 회원국과 집행위원들에게 명단과 관련 자료를 보낼 예정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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