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주명희 사범이 던진 화두
이소룡은 영춘권을 바탕으로 ‘절권도’를 창시했습니다. 그래서 나또한 영춘권의 원리를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영춘권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훌륭한 영춘권사를 찾아가 배움을 청하는 것이지만, 한국에는 영춘권사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영춘권 동영상을 보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도장의 한 구석에 ‘목인장’을 설치했습니다. 그것이 벌써 6년 전의 일입니다.
목인장을 설치하고 한 6개월 정도 초식을 연습했을 때입니다. 영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흑인대학생이 공권유술을 수련하게 되었는데 목인장을 보고는 흥미롭게 생각하더란 말입니다. 4년 정도를 영국에서 절권도를 수련했다고 해서 시범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영춘권과 다른 패턴이지만 그의 초식에는 패기가 넘쳐보였습니다. 나에게 시범을 보여 달라고 해서 기꺼이 보여주었는데 그의 말대로라면 손이 너무 빨라서 보이지가 않는다는 평이었습니다. 기분 좋으라고 한말이겠지만 이제 영춘권을 어렴풋이 알았다고 생각되었을 즈음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 후에도 3년을 독학으로 영춘권을 수련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자신감이 생겼고 이제 영춘권을 완전히 이해한 것 같아 수련을 멈추었습니다. 이후 6개월쯤 되었을 때, 수련생 한명이 시범을 꼭 보고 싶다고 해서 목인장 앞에 섰는데, 어떻게 초식을 펼쳐야 하는지 패턴을 잊어버렸습니다. 패턴을 잊어버리니까, 길을 잊어버리고, 길을 잊어버리니까, 어떤 감각이었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더란 말입니다.
내가 그날 깨달은 것은 ‘끊임없이 수련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목인장은 나의 도장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승호 총사님에게 부탁해서 커다란 햄머로 모두 부셔버렸습니다. 내가 공권유술을 6개월만 수련하지 않아도, 아마 똑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습니다.
지구상의 크리스천들 중 단 5%만 성경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고 합니다. 아마 다른 종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종교가 다르면 그냥 틀렸다고 말하기도 하고 나쁘다고 평을 하기도 합니다. 정작 자기가 믿는 종교도 제대로 모르면서 말입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종교와 무술은 비슷한 꼴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물었습니다. 나는 공권유술에 대해서 몇 퍼센트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내가 지금 공권유술 수련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패턴을 잊어먹고, 길을 잊어먹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주명희 사범이 지나치며 했던 말을 나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자기가 수련하는 무술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지 않다면, 그 무술을 할 이유가 없지요. 그것은 최소한의 자부심 아니겠습니까?”
지금에 와서 이 말을 돌이켜보면 최고의 명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말에는 무술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를 제대로 이해했더라면, 종교로 인한 갈등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내가 하고 있는 무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다른 무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어떤 신을 믿느냐 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 이고, 어떤 무술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수련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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