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V 탄생과 마징가Z
로봇 태권브이’의 판권을 갖고 있는 ‘신씨네’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지털드림스튜디오’는 최근 ‘로봇 태권브이’를 90분짜리 극장용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2002년 겨울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후 70년대 80년대 태권브이를 보았던 세대를 중심으로 때아닌 향수의 열풍이 불고 있다. 신화창조 태권브이 팬클럽은 유명한 사이트가 되었고 언론은 연일 태권브이에 대한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태권브이에 대한 관심과 열풍은 태권브이를 부활시키겠다는 발표가 불씨를 당겼지만 그 자체때문은 아닌 것 같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어릴적 동심과 과학자가 되어 자신도 저런 로보트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깜직한 결심을 하게 했던 우리의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애정이 되살아난 것 뿐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멋있게 부활될 태권브이를 반가워 하지만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지 별 기대는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제작 발표회는 지쳐있는 30대에게 예전의 꿈들을 상기시키고 태극기는 못그려도 태권브이 못그리는 것은 용서가 안되었던 시절들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태권브이는 마음속의 지구를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이다.76년 처음 1편이 제작되어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때로 돌아가서 많은 이야기꺼리를 던져 주었던 태권브이를 만나보자.
태권브이의 탄생
1970년대 초반은 시대극이나 모험만화 영화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었다. 이때에 어린이들로 악당들에게 쓰러질 때 응원의 소리를 먼저 들었던 것은 75년 방영된 마징가Z였다. 당시로서는 그것이 우리나라 만화영화로 알고 보았지 어느 누구도 일본의 것이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신인감독 김청기의 태권브이가 극장에 등장하였다. 개봉 3주만에 28만5천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당시로써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었다. 당시 일반 극장비가 380원하던시절에 비싼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500원을 받은 것에 비하면 엄청난 기록이다.태권브이를 아끼는 사람들도 그 내용까지 기억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편의 내용을 먼저 기억해보자.
세계적인 공학박사 카프 박사는 그 뛰어난 두뇌에도 불구하고 못생긴 얼굴 때문에 다른 과학자들로부터 놀림감이 되곤 한다. 이렇게 불만스런 나날을 카프 박사는 어느날 전세계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 모든 사람들에게 앙갚음을 할 생각으로 붉은 제국을 건설한다.
그는 자신이 김박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로보트 태권 브이의 설계도면을 훔치기 위해 안드로이드 메리를 김박사의 연구실에 잠입시킨다. 하지만 아름다운 안드로이드 소녀 메리는 김박사의 아들인 태권소년 훈이를 보는 순간부터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어, 결국 카프 박사가 내린 지령인 로보트 태권 브이의 설계도면 대신 다른 실험용 로봇의 설계도면을 훔쳐가지고 나온다. 이 때 메리의 탈출을 도우기 위해 나타났던 로봇들에게 김박사가 살해되고 만다.
한편 붉은제국을 세운 카프박사도 그가 만들었던 인조인간 말콤에게 암살되고 만다. 세계를 정복해서 인간을 말살시키려는 말콤이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자 훈이와 그의 친구 영희는 김박사가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숨겨두었던 로보트 태권 브이에 타고 붉은제국을 향해 나른다.
아버지의 복수와 세계 전인류의 평화를 위해 그 곳에서 벌어진 대전투에서 위기에 처한 훈이를 메리가 구해주고 대신 죽는다. 가까스로 위험에서 벗어난 훈이와 태권브이의 활약으로 붉은제국은 무너지고 말콤도 쓰러지고 만다. 그런데 이미 죽은 줄만 알았던 카프 박사가 쓰러진 말콤 속에서 뛰쳐나오며 울부짖는다.
"내가 어리석었다! 기계의 힘을 이용해서 인류를 정복하려던 내가 어리석었던 거야!"라며 마지막 숨을 거둔다.
태권브이와 마징가Z
비슷한 류의 로봇만화 마징가Z와 태권브이를 비슷한 시기에 보았음에도 유달리 태권브이를 편애하는 이유는 뭘까? 당시로서는 그게 일본 것인지 우리 것인지 별로 구별을 못 했을 것이다. 수많은 로봇만화중에서 유독 아끼는 이유는 우리의 정서와 우리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고 그 당시 보았던 만화영화중 단연 돋보였던 비교우위의 절대적인 기억일 것이다. 실제로 태권 브이의 제작기술은 사실 당시의 수준을 몇단계 뛰어넘는 것이었다. 효과 음향을 맡았던 김벌레씨는 한국적인 맛을 내기 위해 징과 아쟁 소리를 이용해 로보트가 날아갈 때의 효과음을 믹싱해내는가 하면 단순히 움직이는 만화가 아닌 살아움직이는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배우의 동작을 라이브 액션으로 촬영한 후 작화로 일일이 분석해 애니메이션화하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도입했다.
또 태권도는 당시만 하더라도 가정형편이 허락하는 어린이라면 한번쯤 접했을 친숙한 것이었다. 도장에서 배운 앞차기와 뒤차기, 돌려차기로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는 태권브이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반면 화력을 앞세운 마징가Z는 관객과 혼연일체가 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했다.
얼마전 상영한 영화 친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오는 질문이 있다. 바다거북이와 조오련이 수영하면 누가 이기냐. 시합할 수 없는 대상, 그러나 진짜 시합을 시켜보고 싶은 대상이 바로 태권브이와 마징가Z였다. 지금 여전히 이 질문은 유효하다.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먼저 탄생시점을 비교하여 연륜을 따진다며 마징가Z가 한수위다. 한때 마징가Z를 표절한 것이 태권브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였다. 비슷한 풍의 만화인데다 늦게 등장한 태권브이가 모방의 굴레를 벗어나기는 힘들것이다. 그러나 태권브이는 마징가Z를 넘어선 창조적 모방으로 이제는 굴레를 벗어나도 될 듯 싶다.
모방을 생각하게 하는 공통점으로는 일단 두 로봇을 언뜻보면 구별하지 못할 정도의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철인28호라든가 짱가등의 로봇들은 분명 생김새가 학연히 구별되지만 이 두 로봇은 마치 형제마냥 거의 비슷하다.
또 극의 설정이나 전개방식도 다르지 않다. 요새 방영되는 드라마도 사람만 바뀔 뿐이지 극의 전개나 내용은 비슷한 것처럼 두 만화영화의 전개도 비슷했다. 흰가운을 입고 나오는 박사나 주로 청소년층으로 구성된 주인공들(지금도 대부분의 만화에서 지구는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지킨다.)과 처음에 당하다가 마지막에 반드시 이기는, 정의가 반드시 이기는 구조는 같다.
그러나 태권브이만 가지고 있는 탁월한 기술과 새로운 방식이 있었다.
우선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훈이의 동작에 따라 똑같이 반응하는 동작 모방 시스템이다.
이 방식으로 일본이 만든것은 2년 뒤인 투장 다이모스에서이다. 우리가 짱가로 알고 있는 아스트로 강가는 로보트와 인간이 완전일체가 되는 시스템이라 태권브이의 그것과는 차이가 난다. 얼마전 일본에서 인기를 모안던 에반게리온도 조종사와 로봇트가 교감을 하는 예도 있고 8,90년대 중간중간에도 나가이고의 코믹스 아이언 머슬이나 선라이즈의 격투물 수신 라이거에서도 이런 시스템은 간간히 등장을 했다.
또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무술을 할줄 아는 로봇이었다. 기존의 로보트들은 하늘을 날고 빠른 속도로 싸움하고 원거리에서 폭탄을 주고 받거나 항상 새롭게 등장하는 무기에 의존하여 싸운 것에 비해 태권브이는 특정 무술을 할줄 아는 특이한 로봇이었다. 물론 훈이의 동작을 모방하는 것이었으나 태권도로 적의 로봇을 무찌를 때는 환호성을 지르게 했고 그게 바로 태권브이가 사랑받았던 가장 큰 이유였다. 미사일이나 첨단무기인 레이저, 빔등을 쏘지 않고 사람처럼 주먹과 발로 싸운다는 자체가 너무 인간적인 테마였다.
태권도가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이유로(실제로 태권브이는 위기때마다 항상 의문의 3번 단추를 누르고 훈이가 태권브이와 혼연일체가 되어 상대를 시원하게 무찌른다) 로봇들이 가지는 일반의 무기와 함께 돌려차기, 옆차기 등의 근접전, 백병전을 펼친다. 그러다 보니 한 놈과 싸우기보다 여러 로봇들과 동시에 싸우는 경우가 많다. 여럿과 싸울수록 더 화려한 기술을 쓸 수 있고 연속공격을 함으로인해 더 시원하고 짜릿한 화면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협영화에서도 1대1의 승부보다 1대 다수의 승부가 더 멋있지 않은가?
마징가Z의 경우는 가라데의 일본에서 만들어졌지만 한국의 김청기감독처럼 발칙한 상상을 하지 못한 관계로 로케트 펀치, 광자력 빔, 프레스트 파이어등의 무기와 새롭게 신무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화면에 어지럽게 양쪽 로봇들이 쏟아내는 화련한 빛깔의 무기들이 많아 질수록 웬지 태권브이의 그것에 비하면 식상할 수 밖에 없었다.
76년에서 80년대, 당시의 어린이들은 항상 두 로봇의 싸움을 주제로 시비가 붙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실제 싸움을 붙여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상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두 로봇의 싸움! 초반 원거리승부에서 마징가Z가 승부를 낸다면 유리할 것이고 또 바로 유도처럼 붙어서 하는 싸움은 마징가의 입에서 나오는 회오리바람으로 태권브이가 불리할지도 모른다. 그러지 못하면 아마 태권브이와의 근거리 전투에서 박살날 것이라고 필자는 장담하지만 또 다른 의견은 지금도 분분할 것이다.
주말일과를 마치고 온가족이 모이는 저녁에 혹 태권브이를 기억하는 가족이 있다면 오랜만에 추억을 더듬어가며 다시 한번 말싸움을 해봄직하다.
<자료 제공: 신화창조 태권브이(http://www.gotaekwonv.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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