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의 허튼소리] 내가 던진 부메랑은 어디로 갈까?
![[강준의 허튼소리] 내가 던진 부메랑은 어디로 갈까?](https://mookas.com/webzine_img0/con_img/news_image/20120921_kjm.jpg)
비엠떠블류(BMW). 벌써 엔진소리부터가 틀리다. 마치 둘째 아들 녀석이 깊은 잠에 빠졌을 때 가랑거리며 코고는 소리처럼 들린다. 뽑은 지 한 달 뿐이 안 된 ‘세삥’이라며 자랑을 하는 친구 녀석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는 어느새 눈이 부시도록 번쩍거리는 본네트(bonnet)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와! 120d의 4기통 디젤엔진에 7단 스포츠자동변속기에다가 BMW의 혁신기술이라는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Stability Control Systems : 안정 조정 장치)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코너가 시작되기 바로 전, 브레이크를 밟고 휠을 돌리면 완벽한 컨트롤을 할 수 있다는 드라이빙의 정점! 그 이름도 찬란한 비엠 따블 류(BMW)!”
아~! 꿈에 그리던 비엠따블류를 못생긴 친구 녀석이 먼저 사다니... 배가 아팠다.
“내가 한번 몰아보면 안될까?”
친구 녀석의 염려스러운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반 강제로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았다. 시동을 걸어도 안에서는 시동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확인이 안 될 정도로 조용하다. 도대체 순간발진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시험을 해보기 위하여 급가속으로다가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를 끝까지 밟았다.
푸욱!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부앙~! 하는 소리를 내면서 옆에 서 있던 가로수들이 총알처럼 뒤쪽으로 달려간다. 야호~! 신난다! 액셀이 발꼬락 냄새만 맡아도 차가 저절로 알아서 달린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녀석이 빨리 세우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 카레이서처럼 핸드브레이크를 걸면서 360도 제자리 회전을 해보고 싶었는데 옆에서 녀석이 하도 잔소리를 하는 통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도로의 갓길에 차를 세우고는 운전석을 양보했다.
운전을 하면서 녀석은 자신의 차가 얼마나 명품이며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해대고 있었다. 차가 시내중심가로 들어서자 막히기 시작했다. 친구 녀석이 차가 막힌다고 짜증을 낸다.
“히히.. 아무리 차가 좋으면 뭘 하냐! 앞차가 가야 뒤차가 가지! 차가 막히면 BMW나 집에 있는 내 똥차나 다 똑같은 것 아니겠냐?”
라디오를 틀었다.
“이상하다?”
“뭐가?”
녀석이 고개를 돌려 뭐가 이상하냐며 이상한 듯 내 얼굴을 이상하게 처다 보았다.
“똑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인데 어째서 내차에서 흘러나오는 DJ의 목소리는 참새가 ‘짹짹’ 거리는 소리처럼 시끄럽게 들리고 이 차에서 나오는 DJ 목소리는 마치 카나리아가 노래하는 것처럼 우아하게 들리는 거시냐 시방?”
놈이 좋아 죽는다고 웃는다.
얼마 지나니까 막힌 도로가 뚫리기 시작했다.
차는 미끄러지듯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녀석에게는 이상한 운전습관이 있었다.
차선을 바꾸거나 좌회전, 우회전을 할 때 방향지시등 켤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었다.
“너.. 비엠따블류 사면 운전면허증은 옵션으로 그냥 주는 거냐?”
“그게 뭔 소리냐?”
“왜? 방향지시등을 안 켜는 거냐?”
“귀찮아서다!”
“800cc짜리 경차나 3000cc짜리 BMW등의 모든 자동차에 방향지시등이 붙어 있는 것이 그냥 장식으로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내가 심각한 어조로 이야기 하니까 친구 녀석은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방향지시등은 뒤에 오는 차에게 내가 어느 방향으로 차를 움직일 것이라고 사전(事前)에 정보를 주는 것이다. 이것은 뒤차에 대한 배려이고 차동차를 운전하면서 지켜야할 매너다. 그리고 그것으로 사고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놈아!”
녀석은 큰소리로 나를 비웃었다.
왜 웃냐고 물었더니 녀석은 ‘너 가 그렇게 운전을 잘 하냐’로 대꾸했다.
처음엔 몰랐는데 이 녀석 차를 모는 모습을 보니 여간 위태위태한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양보란 것이 뭐하는 단어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상대가 차선을 바꾸기 위해서 깜빡이를 켜면 오히려 끼어들지 못하도록 속도를 내서 진로를 차단하는가 하면 자신의 운전솜씨를 과시라도 하듯이 미꾸라지처럼 차량들 사이를 빠져나가며 곡예운전을 해대고 있었다.
녀석이 한마디 덧붙였다.
“깜빡이를 켜면 뒤차들이 더 양보도 안하고 운전하기 불편하단 말이야!”
이 녀석하고 말을 섞어 봤자 서로 얼굴만 붉힐 것 같아 그냥 ‘그래! 니 팔뚝 굵다!’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어째든 우리는 최종목적지인 홍대입구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임이 끝난 후 녀석이 집에까지 고이 모셔다 준다는 친절에도 불구하고 나는 걱정 말라며 극구 사양하였다.
갈 때는 녀석과 같은 차를 타고 갔지만, 올 때 나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몇 개월 후 나는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의 애마(愛馬) 비얌따블류님은 안녕하시냐?”라는 나의 농담에 그 녀석은 어두운 목소리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망했다... 애마가 죽었다.”
“엥? 뭔 말이냐?”
“3차선 도로 사거리 가운데 차선에 있다가 급하게 우회전 했는데 뒤에 3차선에서 오는 직진차가 애마의 오른쪽 옆구리를 들이 받았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지만 차가 완전히 작살이 났어. 그때 너 말대로 방향지시등이라도 켰으면 상대가 방어운전이라도 했었을 텐데...”
나는 사람이 안 다친 것만이라도 큰 다행이라고 그를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는 다음부터 너의 가족을 위해서라도 꼭! 안전운전을 할 것을 당부하였다. 이번 사건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도장에서 수련생들에게 항상 말하는 부메랑의 원리가 생각났다. 나는 수련생들이나 특별 세미나에서 ‘대련(對鍊)sparring’에 관련된 기술을 지도하기전 부메랑의 원리에 대해서 반드시 설명한다.
부메랑(boomerang)은 호주 원주민들이 놀이나 사냥을 목적으로 사용하던 것으로 목표물에 명중하지 않으면 원을 그리며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도구이다.
이러한 부메랑의 특징에 빗대어 ‘부메랑 이론(boomerang effect)’이라고도 부르는데 넓게는 어떤 계획 또는 행위가 원래 의도한 목적을 벗어나 계획 입안자나 행위자 측에 불리한 결과를 미치는 것을 말한다.
목표를 빗나간 부메랑은 던진 사람에게 다시 돌아오므로 이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할 때 던진 사람이 다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대련[對鍊]은 반드시 상대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예측하여 공격과 수비를 감행하면서 실전겨루기의 감각을 익히는 최고의 수련법이다.
그런데 대련은 즐거운 대련이 있고 불쾌한 대련이 있으며 상대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는 대련이 있는가 하면 상대를 죽이고 나도 죽는 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대련을 할 때 상대가 강한 로우킥을 구사하여 당신의 허벅지를 적중시키면 당신은 다음과 같이 생각 한다 ‘어? 나는 천천히 스파링을 하고 있는데 왜? 상대는 강하게 반격을 하지?“라고 말이다. 그리곤 본능적으로 상대의 로우킥에 반응하여 더 강한 하이킥을 상대의 안면에 먹인다.
그러한 반응에 자신이 행동한 것은 생각지 못하고 상대는 이상하게 생각한다. 뭐야? 내가 친 로우킥보다 더 세게 차잖아!’ 그리곤 당신의 반응에 불쾌함을 나타내며 더 강한 하이킥으로 맛 받아 친다. 이렇게 하다보면 대련에 감정이 들어가고 그 동안 갈고 닦았던 기량을 숙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구잡이 싸움으로 변질된다.
만약 이중에 한명이라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속도와 강도를 낮춘다면 대련은 다시 평온을 되찾지만 그럴 확률은 극히 드물다. 하수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한 부메랑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대련을 하기 전 마음의 안정을 되찾도록 권유하며 대련을 하는 동안 사람들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관찰하여 자신도 모르게 되는 과격한 동작에 제동을 건다.
행복한 대련을 위해서이다. 행복한 대련의 첫 번째 조건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이것이 빠지면 대련자체가 부담스럽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련을 통해서 부메랑의 원리를 터득하게 되고 이러한 습관이 일상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모든 것이 순리대로 생각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대련이 끝나면 나는 나의 수련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몇 마리의 캥거루를 잡기위하여 마구잡이로 던지는 부메랑은 언젠가는 이것이 자신에게 화살이 되어 되돌아 올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의 이치도 이와 같습니다.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추후 그대로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칭찬은 축복으로 되돌아오고, 감사는 은혜로 되돌아오며, 험담은 괴로움으로 되돌아옵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임으로 인하여 당신 주변의 사람들의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바뀔 것입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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