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부족한 기초…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지도법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22 - “때가 되면 자연적으로 배우게 되는 법”
문화와 산업, 스포츠나 예술을 막론하고 모든 분야에서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어와 수학과 같은 학교 공부도 기초를 잘 다져야만 고학력이 될수록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든 잘 알고 있습니다.
무술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기본동작과 기초과정을 잘 습득해야 정확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으며, 중급을 넘어서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입니다.
금요일 저녁. 탱글탱글한 수박 한통을 사들고 염창동에 있는 화랑MMA도장을 방문했습니다.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깍듯한 김창완 총관장이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필자와 김창완 총관장(우)
도장근처의 식당에서 ‘자글자글’ 구워지는 장어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탁자위에 빈소주병 4개정도가 올라가 있을 즈음 김창완 총관장은 그동안의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그가 공권유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8년 전인데 그때 공권유술을 배우려고 생각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공권유술은 삼원본(三元本)을 위주로 수련을 하기 때문에 공권유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들어 다른 무술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원리에 입각한 무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단 과정만이라도 가르침을 달라는 진지한 그의 말에 나는 “총관장님이 공권유술을 수련한다면 나로서는 대단한 영광”이라는 말로 화답했습니다.
타 무술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길, 공권유술의 훈련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처음에는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한 정보입니다.
공권유술은 종합격투기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타격기와 유술기(주짓수)라는 두 개의 분야를 모두 잘해야 하므로 하드 트레이닝을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 경우가 많습니다.
김창완 총관장 역시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저의 화랑MMA에서는 다른 도장보다 더 엄격하게 기초과정을 훈련시킵니다. 그리고 기초과정을 마스터 하기위하여 수련생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시키고 있습니다. 회장님 또한 기초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공권유술 수련생에게 더 철저하게 기초과정을 연습시키리라 생각합니다. 수련생은 그야말로 힘들 텐데 수련생들이 잘 버티고 있는지요?”
나는 무술에 대한 논쟁을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일단 논쟁을 시작하면 자신의 무술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게 되고 타 무술에 대한 비평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소모성 논쟁으로 끝을 내기 쉽기 때문입니다.
내가 공권유술을 지도하면서 생활의 신조로 삼는 두 가지의 철칙이 있는데 첫째는 묻지 않으면 대답하지 말 것이고, 초대받지 않으면 절대 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자나 수련생 또는 무술 후배하게 함부로 충고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가 질문을 했기에 대답을 해야겠지만, 그가 기대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더욱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기초 중요하죠... 하지만 제가 처음 공권유술에 입문한 수련생을 지도할 때는 나는 전혀 기초를 지도하지 않습니다.”
내가 수련생을 지도하는 방식에 대해 그가 의아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되도록 충분히 설명을 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처음 들어온 사람에게 메치기의 기본인 낙법을 전혀 가르치지 않고 바로 업어치기나 받다리 후리기와 같은 큰 기술을 지도합니다.
초보자의 기술을 받아주는 사람은 유단자이며 사범이나 조교급의 선배들도 신나게 낙법을 받아줍니다. ‘팡팡’ 나가떨어지는 블랙밸트를 보고 수련생들은 너무나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말에 타 무술의 관장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는데 그럼 낙법은 언제 배우냐는 겁니다.
나는 서슴없이 “때가 되면 자연적으로 배우게 됩니다.”라고 답합니다.
나는 유술(주짓수)의 경우 와술(그래플링)을 할 때 바닥기와 같은 기초 기술(드릴)을 전혀 지도하지 않고 바로암바나 트라이앵글 초크같은 것을 곧바로 지도합니다. 그렇게 하니까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은 쉽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관절기와 조르기를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암바라는 기술은 서있는 상대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좋은 포지션을 점령한 후에 비로써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즉 암바의 기술은 상대를 완전히 제압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고 그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암바를 먼저 지도합니다. 모든 무술이 마찬가지겠지만 기초의 과정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똑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하는 기법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만약 기본기술이 중요하다고 고집하여 그것만을 강조하다 보면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기간의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무술수련을 경험하고 싶은 고등학생, 대학생은 암바(주관절꺽기)를 어떻게 하는지 초크(조르기)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체 기초과정과 기초체력으로 짧은 방학훈련기간을 마무리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수련생이 공권유술 도장에 입관을 하면 첫날부터 스트레이트와 잽, 어퍼컷, 훅과 같은 기술을 10분 안쪽으로 모두 지도 합니다. 평생을 해도 어려운 타격기술을 겨우 10분정도만 지도받은 후 그들에게 글러브를 끼워주고 나는 코칭미트를 잡고서는 그들이 휘두르는 펀치를 받아줍니다.
주먹을 뻗는 모든 폼은 엉터리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마치 장작을 패는 것 같지만 그들은 즐거워합니다. 일단 그들이 즐거워하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러한 말에 타 무술관장님은 고개를 갸웃둥 거리며 그럼 언제 기본자세를 배우냐고 묻습니다.
역시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라고 답합니다.

공권유술 수련장면
강 관장이 말하는 때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것은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기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스스로 배우고 싶어 할 때쯤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느끼는 기간은 이주일이 체지나지 않습니다. 낙법은 좀 더 재미있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이것을 배우면 더 재미있는 기술을 배울 기회가 많다는 것을 수련자 스스로 알게 됩니다.
만약 낙법의 중요성을 침을 튀기도록 설명한 후 입관하자마자 며칠 동안 낙법을 지도하면 그는 무술의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어쩌면 3일 안에 공권유술을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기초가 중요하지만 기초로 인하여 수련생은 무술이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에 타 무술 인들이 나를 본다면 어김없이 사이비 관장, 또는 기초를 모르는 돌팔이라고 생각할지 모른지만 나의 생각은 똑같은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서 기술의 흥미성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믿고 있습니다.
나도 예전에는 여타 무술관장님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었습니다. 기초를 중요시 여겨 기초수련을 강조하고 초보자훈련의 대부분을 기초훈련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문 프로선수나 평생 직업으로 무술을 선택한 사람이 아니라면, 일단 무술은 언제나 흥미로운 것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보다 지도를 받는 쪽이나 가르침을 주는 쪽이나 그 방법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서 그 무술에 대한 애착심이 결정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공권유술 사범들에게 “초보자에게 너무 잘 가르치려고 하지 마세요”라고 말합니다. “다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지도해주세요”라는 부탁을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수련생들이 공권유술에 부담을 갖지 않고 다만 너무나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어쩌면 나의 지도방식에 잘못을 지적하거나 이러한 방식은 좋은 방식이 아니라는 충고를 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김창완 총관장은 나의 대답을 재미있어 했고, 공감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초보 수련생을 지도하는 것처럼 나에게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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