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명 칼럼] 태권도 품새 지태 vs 천권
태권도 품새 지태와 천권. 둘 다 고단자 품새에 해당된다. 품새선은 한글 ㅗ자와 ㅜ자라 일컫는다. 이는 지을 工자에서 파생된다. 즉 工자의 철학적 상징성은 위 가로선은 하늘 天을, 아래 가로선은 땅 地, 그리고 가운데 세로선은 사람 人으로서 ‘천지인’이 그것이다.
품새 지태는 땅 地와 밟을 跆자의 합성어이고 천권은 하늘 天과 주먹 拳자의 합성어이다. 우리의 인체는 허리를 기준하여 아래 부위는 음을, 몸통 부위는 양을 의미한다. 즉 음양으로 구분된다. 지와 천은 지천으로서 어순에 따라 ‘천지’가 되고 태와 권은 ‘태권’이 된다. 태권도 명칭이 품새에서도 생성된다.
지태는 땅에서 이뤄지는 행위로서 工자에서 위 선을 없애 한글의 ㅗ(모음)자가 되고 천권은 하늘에서 행해진다는 뜻으로 아래 선을 없애 한글의 ㅜ(모음)자가 된다. 편의 상 한글의 “ㅗ” “ㅜ”자 품새선이라 부른다.
품새는 사람됨을 지향하는 닦음이 곧 수양(修養)이다.
지태는 땅을 딛고 땅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행위로서 인간을 기준으로 하면 땅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하늘이 된다. 하지만 하늘이 먼저 열리고 그 다음이 땅이라는 개념의 어순에 따라 천지가 된다. 하지만 신체의 음양은 아래부위와 몸통부위의 순에 따라 지태가 천권 품새에 앞선다.
준비서기가 다르다. 지태는 기본준비서기이고 천권은 모아서기 겹손준비서기다. 지태는 28품이고 천권은 26품의 수로 구성돼 있다. 동작의 수는 지태는 37. 천권은 29 동작이다. 인간사가 단순한 것 같으나 실은 복잡한 일들이 많듯 동작수가 지태가 천권보다 많은 편이다.
품수에 비해 동작수가 많다는 의미는 뭘까.
품과 동작의 구분이 중요하다. 동작의 수가 품수보다 많다는 것은 “이어서” 하는 동작이 많다. 즉 연계동작이 많다는 의미이다. “이어서” 동작은 두 동작에서 많게는 다섯 동작이나 된다.
태극 8장에서 두 번이나 다섯 동작이 “이어서” 하게 돼 있다.
이는 율동적 의미가 있다. “이어서” 동작은 “빠르게” 해야 한다. 리듬의 묘미를 음미할 수 있게 된다. 속도와 관계된다.
지태의 ‘새로운 동작’은 3(세)동작이 되고 천권은 10(열)동작이 된다. 품새에서 ‘새로운 동작’이란 그 품새의 난이도를 뜻한다. 새로운 품새를 익힐 때는 먼저 ‘새로운 동작’을 익히는 것이 순서이다. 학습적 효과를 위해서도 그러하다. 새로운 동작을 익히면서 그 품새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다.
지태 품새는 “이어서 빠르게” 동작이 3번이 나오고 “서서히”는 두 동작, 그리고 “이어서”는 3(세)번이 나온다.
반면 천권 품새는 “서서히” 는 한 번, “서서히 강하게” 두 번, “빠르게” 한 번, “이어서”는 네 번, 그리고 “이어서 빠르게”는 한 번이다.
지태와 천권 품새에서 기합의 수는 어떨까.
지태의 기합수는 2(두)번이고 천권은 한 번이다. 유단자 품새의 기합은 대개 1번인데 예외로 지태는 2(두)번, 그리고 십진은 3(세)번이다.
지태 품새는 땅을 의미하기에 2번이고 십진은 많다는 의미에서 2보다 많은 수, 즉 3으로 세 번을 넣어야 한다. 이에 반해 유급자용 품새 태극은 태극 8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 번의 기합을 넣는다. 태극 품새는 팔괘의 순에 따라 하늘의 수는 1(일)번이고 땅의 수가 2(이)번이다. 때문에 태극 8장은 땅의 수로 기합을 두 번 넣게 된다.
이렇듯 태권도 품새는 구성의 원리가 철학적이다. 너무도 철학적 상징성이 깊고 강하다. ‘기합’의 수에서부터 유급자용 품새와 유단자 품새에서, 특히 지태와 천권의 기합의 수가 다름이 그것이다.
이 모두가 철학적 깊이에 따른 결과라 할 것이다.
땅을 삶의 터로 하며 생활하는 모든 인간은 머리 위의 하늘을 우러러 보며 때로는 간절히 명운을 빌기도 한다. 지태 품새 다음에 천권 품새로 이어지는 것도 이와 같은 의미가 담겨 있을 듯하다.
지태가 의미하듯 땅위의 사람은 땅을 근거로 해서 삶을 살며 때로는 생존의 투쟁을 불사한다. 싸우고 다툰다는 것은 생존경쟁의 한 수단이며 방편일 듯하다. 그러나 남과 물리적으로 힘을 겨루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도와 하나 됨으로 얻는 도의 힘, 자애의 힘으로 이기는 것이 이김이다.
천권 품새는 지상인(地上人)이 땅 위에서 생존하며 활동을 하며 항상 하늘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하늘은 우리 인간이 마침내는 귀의해야할 곳으로서 근원의 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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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 l kyongm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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