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명 칼럼] 대통령 휘호 跆拳道 vs 국기 태권도

우리가 알고 있는 대통령 휘호는 ‘국기태권도’가 보편적이다. 국기원 <국기 태권도교본, 1987>에 “국기태권도 1971년 3월 20일 대통령 박정희(낙관)” 휘호 사본이 실려 있다.
‘跆拳道 雩南’ 휘호는 이승만 대통령이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홍희는 1955년 12월에 태권도 명칭을 만든 후 그 이듬해 이 명칭을 이 대통령으로부터 재가 받고자 몇 차례 시도한 바 있다.
그로부터 어느 날 이 대통령으로부터 휘호가 내려졌다고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분실되었다고 회고록에서 적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내린 휘호에 대한 진위여부가 미궁에 빠져 있다.
한문으로 쓴 “跆拳道 雩南” 휘호는 박 대통령이 내린 휘호와 대조적이다. 우남(雩南)은 이승만 대통령의 아호이다. 이 대통령은 서예에 조예가 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역사적인 휘호에 ‘호’만 달랑 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 간다.
‘우남’ 보다는 ‘우남 이승만’ 그리고 휘호를 쓴 연도와 함께 낙관이 있는 것이 정석이라는 판단이다. 때문에 이 휘호에 대한 사실적 진위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항간에 최홍희 자신이 이승만 대통령의 필체를 모방해 쓴 것이라는 설도 없지 않다. 왜냐면 당시 이 대통령으로부터 ‘태권도’ 명칭 재가를 얻기 위해 시도한바 두 차례나 기각된 사실을 추정해 볼 때 자작극이라는 설도 가능하다.
이 대통령이 내린 휘호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회자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내린 휘호가 국기원에서 펴낸『태권도교본』(2006. 2. 재판 1쇄)에서 삭제됐다. ‘국기’가 하루아침에 실종된 것이다. ‘국기태권도교본’이 ‘태권도교본’으로, '국기태권도‘ 휘호가 교본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참여정부 때 ‘국기태권도교본’에서 ‘국기’를 지우고 지금의 교본, 즉 『태권도교본』으로 태어난 것이다. 박 대통령의 휘호 사본이 한 때는 인기가 대단했었다. 태권도가 국기라는 자부심이 태권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국기원은 이에 대한 어떠한 변명(辨明)도 밝힌바 없다. 참여정부 시절 국기원장이 과연 누구였는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듯하다. 태권도인들은 이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국기원의 수장이라고 해서 단절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는 두 전직 국가원수로부터 내려진 휘호를 대하는 자세가 너무 소극적이다. 하나는 정말 휘호가 내려진 것인지 아니면 위작이 유포(流布)돼 사실적 인양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조차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국기원의 수장에 의해 참여정부 때 휘호의 역사적 사실이 싹둑 잘라버려져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권도가 국기이다 아니다 라는 불확실성의 중심에 서 있다. 국긴들 어떠하고 국기가 아니라고 해서 하등 태권도의 치부(恥部)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국기원엔 박 대통령이 내린 “국기태권도” 휘호마저 없다. 전에는 원장실에 휘호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믿을 만한 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기태권도” 휘호는 모두 다섯 장이 내려졌다고 한다.
그 중 하나를 지금 소지하고 있는 김 모 씨라는 태권도원로가 고작 1천5백만 원을 호가(呼價․ 값을 부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跆拳道 vs 국기 태권도’ 라는 대통령 휘호가 역사의 뒤안길에서 품격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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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 l kyongm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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