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 아닌 격려… 올림픽 선수단의 피로증후군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편한 손님 때문에 제대로 훈련도 못 하는 선수들의 고충
올림픽 개막이 이제 10일 남았다. 한국은 10(금)-10(종합순위)을 목표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종주국 자존심을 걸고 전 체급 전원 금메달을 목표하는 태권도대표팀은 오는 20일 결전지 런던으로 떠난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단은 지난해부터 올림픽 상비군 합숙으로 체력과 정신력 강화훈련을 비롯한 올림픽 최초 도입되는 전자호구를 대비한 기술 및 전술훈련에 박차를 가해왔다. 세계 각국 선수들의 기량이 이미 평준화된 데다 전자호구까지 도입되면서 부담감은 더욱 크다.
지난 10일 국내 중앙 언론사와 태권도전문지 등 60여 매체가 태릉선수촌 태권도훈련장에 모였다. 태권도대표팀의 출정식과 더불어 미디어데이를 열고 언론에 대표팀의 훈련 모습 공개와 선수 개개인의 각오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태릉선수촌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언론사의 대표팀 훈련 취재 기준을 강화했다. 선수촌과 해당 대표팀에 사전 취재 요청을 신청하고 허가가 되어야만 가능토록 규정을 마련한 것. 이는 선수단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였다.
그 후로 중요대회를 앞두고 종목별로 미디어데이를 개최해 언론에 공개하는 특별한 날을 마련했다. 선수, 지도자는 언론에 의식하지 않고 훈련할 수 있어 좋았다. 실제 선수들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플래시를 터트리며 훈련을 방해하는 일도 크게 줄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에 집중해야 할 시기. 한시가 중요한 시점. 매일같이 찾아오는 언론과 손님들로 선수들은 피로감에 빠져있다. 정·재계 인사를 비롯한 종교계 하물며 외국 관광객까지 대표팀을 격려한다고 방문한다. 심지어는 해당 선수를 격려한답시고 학교와 지역으로 불러내기까지 한다.
언론도 문제다. 미디어데이가 있음에도 각자 다른 색깔로 조명한다고 찾아간다. 그때마다 지도자는 일일이 대응하고, 선수는 언론이 요구하는 그림을 그려주다 보니 훈련에 집중할 수 없다. 보여주기는 훈련으로 변모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표팀 선수는 “하루가 멀다고 여러 분이 찾아오신다. 마음은 고맙지만, 꼭 티를 내야 하나 싶다. 훈련의 흐름이 깨진다”면서 “언론매체에서 오는 날은 그날 훈련계획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평소에 하지 않는 훈련을 하게 되고, 도복까지 차려입어야 한다. 선수들 보면, 요즘 솔직히 불쌍해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디어데이 당일 선수들은 2시간 넘게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지도자와 선수는 2시간 동안 같은 말을 수십 번 반복해야 했다. 올림픽 3회 연속 출전하는 베테랑 황경선은 누구보다 프로지만, 똑같은 말이 반복되는 인터뷰가 끝난 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올림픽 때만 반짝 조명받는 태권도로써는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 때문에 선수들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컨디션에 이상이 생겨 본선에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들에게 격려는 돈 봉투 전달하고 기념사진 촬영하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이다. 힘들게 운동하는 선수들 ‘열중쉬어’ 자세로 세워놓고 일장 연설하는 게 응원이 아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