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의 허튼소리] 무술도장이 망해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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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18 - 무술인이 바라보는 무술인의 시각

하일성(1942년생)씨는 나의 영원한 팬이다. 프로야구 중계를 할 때면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과는 상관없이 나는 언제나 그가 해설하는 야구를 시청하였다. 그의 구수한 입담은 시청자들에게 야구의 품격을 더해주었고 선수들의 신상명세(身上明細)는 물론이거니와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조사하여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화들도 소개를 해주었다.
그는 야구 해설가로써의 ‘프로정신이란, 이런 것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는 성동고를 거쳐 경희대학교에서 야구하였고, 양곡고에서 처음 체육교사를 시작으로 환일고에서 체육교사일 때 학생으로 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자신은 야구도 잘 못했고 이름 있는 선수도 아니었다고 말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야구해설의 달인이며, 최고의 야구전문가이다.
하루는 하일성씨가 급한 약속이 있어 부랴부랴 집을 나섰는데 그만 차선을 잘못 타고 말았다. 차선을 바꾸기 위해서 여러 번 끼어들기를 시도했지만 어느 누구도 양보해주는 차들이 없어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러던 중 뒤에 오던 라면회사의 로고가 찍혀있는 트럭의 운전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신을 보고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면서 양보를 했다. 이때 그는 ‘나는 앞으로 평생 저 라면만 먹겠다!’라고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 운전사는 라면을 만드는 직공도 아니고 라면판매를 담당하는 영업부장도 아니었다. 그냥 단순한 운전사의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하일성씨가 생각한 그의 이미지는 고객에게 감동을 준 라면회사의 훌륭한 구성원이었던 것이다. 역시 하일성씨 다운 생각이다.
라면의 이름이 들어있는 트럭은 돌아다니는 광고판이다. 난폭한 운전이나 과속, 얌체운전은 라면상품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아무리 소소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프로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품성(品性)은 자신이 맡은 일을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매진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프로들은 바로 그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 자체에 대한 열정이 진정한 프로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보아야 하겠다.
“강준 관장님은 무술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 것입니까?”라고 간혹 타 무술을 하는 사람이 비아냥거리며 질문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무술을 장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라고 무술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묻기도 한다.
이러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질문이라 볼 수 없고 뭔가 비꼬기 싶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아마도 그들은 내가 돈을 아주 많이 버는 재벌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지만 굳이 꼭 대답을 하라고 강요 한다면 “yes!! 물어보나 마나 당연한 것입니다”고 대답할 것이다.
어째서 그들은 무술을 하는 사람들은 무료로 수련생들을 지도해 주거나 아주 싼 값의 수업료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째서 그들은 관장님들이나 사범님은 언제나 가난하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무술을 해서는 결코 많은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이지만 나는 언제나 나의 제자들이나 지부관장들이 좋은 차에 좋은 아파트에서 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나를 믿고 의지하는 많은 제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무술을 수련하면서 의‧식‧주 걱정 없이 제자들에게 무술을 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나는 그들이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서 산다고 잘못된 무술을 지도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시설의 쾌적한 환경의 도장에서 멋진 수련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평화의 무술이며, 인간적인 무술을 지도한다고 해도, 자신을 포함한 제자들이 하루하루 생활고(生活苦)에 시달린다면 무술을 업으로 삼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째서 나이가 20세 뿐이 되지 않은 대학생들의 과외교습비가 평생 동안 무술에 몸바쳐온 50대 사범들의 무술수업료보다 서너 배는 비싼 걸까? 무술수련의 가치가 대학생의 과외수업만 못해서일까?
어째서 골프는 귀족 스포츠이고 무술은 서민운동일까? 이러한 이유에 답을 하자면, 자신이 과거 어려운 환경에서 학생들을 지도했고 지금도 가난하게 살면서 학생들에게 무술을 지도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지도자가 있는 이상, 앞서 이야기 했던 “무술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 것입니까?” “무술을 장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라는 상식밖에 질문을 하는 이유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나 축구선수는 수십억의 연봉을 받으면 훌륭한 선수이고, 수 십 년 동안 겨우 집한 체 장만한 무술 인들은 장사꾼이 되는 것이 한국 무술계의 지도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이다.
지금의 무술도장이 망해가는 이유는 무술협회의 철저한 사업정신과 프로정신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무술을 지도하는 사범은 프로페셔널(professional)한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자존감(自尊感)을 높여야 한다.
도장을 차린 이유는 자선사업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굳이 자선사업을 하려한다면 무술 말고도 좋은 일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도장을 차렸다면 먹고살려고 하지 마라!’ 무술의 지도자조차 이러한 마인드로 무술을 바라본다면 그 조직을 따르는 사범들은 숨을 쉴 공간도 도망칠 구멍도 없게 될 것이다.
무술을 지도하는 사범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이유가 싸움기술을 팔아먹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무술 인들은 무술을 수련하면서 깨달았던 여러 가지의 희열을 그들도 나와 똑같이 느끼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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