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강준의 허튼소리] 내가 무조건 당신 편을 드는 이유

[강준의 허튼소리] 내가 무조건 당신 편을 드는 이유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16


독일 태생의 영국 작곡가 ‘죠지 프레드리히 헨델(1685~1759)’은 모든 음악 가운데 가장 감격스러운 음악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를 1741년 8월 22일에 시작해 24일 만에 완성했다.

헨델이 메시아를 작곡하는 24일 동안은 거의 침식조차 잊은 채 작곡에만 몰두해 대곡을 발표했다. 헨델의 대명사와 같이 되어있는 이 곡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그린 '예언과 성취', 제2부는 '수난과 속죄', 제3부는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묘사했다.

헨델의 ‘메시아’(Messiah)는 세계 각지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으로 종교음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기독교 신자나 비신자를 막론하고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가장 광범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불멸의 고전이다.

하이든이 이 곡의 '할렐루야 코러스'의 연주를 듣다가 코러스의 높은 합창에 감동 받아 무의식중에 “저편에 신의 영광이 나타났도다”라고 외치며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작곡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이 곡은 ‘천지 창조’와 멘델스존의 ‘엘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오라토리오로 일컬어지고 있다.

‘메시아’ 중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할렐루야’ 합창은 1742년 런던 초연 당시 조지 2세가 감격해 기립박수를 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장엄한 곡이다.

일찍이 어떤 음악도 성취하지 못했던 영광의 구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나 견줄만한 그 웅장한 스케일과 구도, 곡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환희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다음 곡을 스케치했다는 그 때의 정황을 굳이 되살려 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가슴속으로부터 솟구쳐 오르는 감격과 열광을 이 곡에서는 느낄 수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 공권유술을 도장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전찬준 관장(5단, 38세)과 어느 일요일 사범 보수교육을 마치고 헨델이 작곡한 ‘메시아’(Messiah)의 위대함에 대해서 들려주고 있었다.

일요일 저녁이었기 때문에 중국요리를 전문하는 하는 식당에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자장면 한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에 우리는 고된 훈련 속에 오는 포만감에 만족하고 있었다.

전찬준 관장은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 중에 한명이다. 강직한 성격과 무술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무술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은 스승으로써도 큰 감격을 느낄 수 있다.

이날 이때까지 공권유술도장을 운영하면서 광고라는 것을 모르는 그가 공권유술 다음카페 게시판에 글을 남긴 것을 보았다. 관원의 수가 다른 곳에 비교해서 적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은행통장에 잔고가 쌓이듯 수련생을 상품으로 생각할 수 는 없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노력하고 노력해서 주위에서 자신의 노고를 알아준다면 먹고 사는 게 조금은 편해질 거라는 생각으로 도장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수련생을 지도하는 사범의 능력을 도장의 관원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도장의 격으로 판단되는 그런 도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 멋진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도 고민거리가 있었다. 전 관장에게는 아끼는 제자 한 명이 있다. 공권유술에서 가장 권위 있는 토너먼트 ‘패왕전’에서 제자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챔피언이다. 그가 챔피언이 된 것은 역시 전 관장의 혹독한 훈련법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기술의 이론덕분이다. 고등학교부터 사제지간을 맺어온 제자는 어느 날 그동안 몸담았던 전 관장의 도장을 탈퇴하고 타 무술로 이적을 했다.

몇 명의 제자들은 자신의 생각에 잘 따르지 않거나 제자들이 훈련에 불참하는 경우가 많아 고민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속으로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그에게 헨델에 대한 일화 한편을 들려주었다.

어느 날 헨델이 길을 가다가 가발을 잃어버렸다. 당시에 가발은 매우 중요한 물건이었다. 한참동안 난처해하고 있을 때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그의 가발을 찾아주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근처 이발관에서 일하는 아가씨였다. 그 후 헨델은 고마운 마음으로 그녀를 자주 찾아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 역시 헨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헨델은 사랑하는 여인에게 자신의 오라토리오 ‘메시야’의 친필 악보를 선물로 주었다. 헨델은 그녀와 결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헨델은 기쁜 마음으로 그 이발관에 들렀다. 그 아가씨는 일에 열중해 있었기 때문에 헨델이 온 줄 모르고 있었다. 이발을 하러 온 한 손님의 머리를 만지고 있던 그녀는 무심코 다른 이발사에게 “머리를 말게 악보 몇 장만 갖다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헨델은 조용히 이발관을 나왔고 그 후로 다시는 그 이발관에 가지 않았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전 관장에게 물었다.

“헨델이 그 귀한 오라토리오 메시아원본을 이발소 아가씨에게 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천안지부 원성준 본부장(5단)도 끼어들었다.
“뭐……. 아가씨의 환심을 사고 싶어서 아닐까요?”

전 관장은 쉽게 대답하지 않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 중이었다.

나는 그의 대답을 끝까지 기다리는 대신 입을 열었다.
“헨델이 메시아 원본을 아가씨에게 준 이유는 자기가 이렇게 훌륭한 음악을 작곡하였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일거야. 헨델은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위대함을 칭찬 받고 싶었던 것이겠지.”

나는 그의 눈치를 보며 다시 물었다.
“헨델이 두 번 다시 그 이발관에 가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아마도 자기가 준 메시아의 악보의 가치를 몰라주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전 관장은 탁자위의 소주잔에 조금 남아 있는 술을 털어놓고는 재빨리 손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그렇지! 헨델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큰 실망을 한 것이네.”

나는 그의 비어있는 술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끊임없이 인정받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네. 부모와 자식사이에도 그러한 마음이 있는 것이야. 자식은 부모님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칭찬받기 위하여 노력하고 부모는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어머니, 아버지로 기억에 남기위하여 노력하고 있지. 회사에서도 직장상사나 주변 친구들에게도 인정받기 위해서 우리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사람들의 능력이나 행동, 생각들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인간관계가 복잡해지고 자기 주변에 사람들이 떠나게 되는 거야. 하지만 제자가 떠나간다고 섭섭해 할 필요도 없고 기분 나빠 할 필요도 없네. 타 무술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면 먼저 허락을 하시 게나. 그리고 그 스승에게 열심히 지도를 받은 후 다시 인연이 되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면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제자는 그동안 자네가 자신에게 얼마나 헌신적으로 노력했는지, 자네가 얼마나 자신들을 아끼고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을 걸세.”

“그럼 관장님도 제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하여 노력하고 계신가요?”
평소에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의 원성준 본부장도 이날 만큼은 하고 싶은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도복을 입고 제자들과 함께 매트(mat)를 뒹굴고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것에 대해서 제자들이 감동받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제자들이 실력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수련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길 바랍니다. 오히려 윗사람들이 아랫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강한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요. 하지만 저는 제자들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않습니다. 전관장도 그런 마음을 갖길 바랍니다. 헨델이 자기가 작곡한 메시아의 곡이 자랑스럽게 생각한 것은 음악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만을 바라본 것입니다. 만약 이발소 아가씨가 어느 정도 음악에 조예가 있었다면 그는 헨델의 위대함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한 이발소의 직원이었습니다. 음악에 대해서 문외한(門外漢) 여인에게 자신의 곡을 선물한 것은 차라리 예쁜 머리핀 한 개 선물한 것 보다 못한 처사일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헨델에게 실망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이발소에 근무하면서 실력을 익혔던 멋지게 파마를 마는 실력에 대해서 헨델이 일언반구(一言半句) 언급이 없어서 말입니다. 서로를 인정하는 것은 감정이입(感情移入)되어야 합니다. 저는 30년이 넘게 무술을 했고 지금 공권유술이라는 협회를 창단하여 세계의 한국무술도장의 활성화를 위하여 헌신하고 있지만 저의 아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동네에서 아이들 상대로 태권도를 지도하는 사범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아내는 무술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남편의 무술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런 아내에게 제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세상만사의 이치가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야기를 끝내고 전 관장을 바라보았다.
“전 관장…….”

“네! 관장님!”
“나는 무조건 자네 편이야!”

“네…….”

“난 자네가 어떤 일에 지지를 표명할 때 그것이 잘못되었더라도 나는 일단 자네 편을 들 거네. 그리고 혹시 자네가 길을 가다 시비를 붙어서 말싸움이 나더라도 나는 언제나 자네 편을 들 거야. 자네가 명백히 잘못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나는 무조건 자네 편을 들 거야. 상대가 아무리 나이가 많은 어른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명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항상 자네 편이야.”

전관장이 빙그레 웃으며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죠?”

“그 사람들이야 나와는 모르는 사람들 아닌가? 그냥 스쳐 가면 그만인 사람들이잖은가? 하지만 자네는 계속 나와 함께 있어야 하는 사람 아닌가? 설사 자네가 잘못을 해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더라도 나는 무조건 자네 편이어야 하네. 그 자리에서 자네를 타박하고 상대편을 들어주면 누구든지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현재의 일은 언제든지 나중에 ‘그때 자네가 이렇게 해서 잘못한 것 같아’ 라고 충고를 하면 되지. 나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네! 용기를 가지시게나.”

전 관장은 나의 제자 중 4번째 제자에 속한다. 스승이 죽으라면 죽지는 않지만 죽는 시늉은 할 정도로 사제지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고 현대사회로 전환되면서 학교의 교육의 질과 내용이 바뀌고 교육문화가 바뀌면서 자신이 스승에게 대하는 방식과 제자들이 자신들에게 대하는 방식이 달라 사제지간의 관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모범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기량을 더 닦고 수련하여 실력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당당한 스승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관장님 다음 달, 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40인 대련을 신청하겠습니다!”
그의 얼굴에서는 비장한 각오가 비추어지고 있었다.

40인 대련이란, 40명을 상대로 한 사람당 2분씩 쉬지 않고 돌아가면서 계속해서 스파링을 하는 테스트를 말한다. 말하자면 80분을 쉬지 않고 치고 박으면서 실전 대련을 통해서 자신의 정신력과 체력, 기술의 한계를 실험하는 것이다.

충분히 훈련받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보통 10명 정도를 대련하게 되면 모두 화장실에서 토를 하고 와야 할 정도로 대단한 체력소모를 가지는 테스트이다.

나는 기꺼이 전관장의 40인 대련신청을 수락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중국 전한(前漢) 때에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온다.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여위열기자용(女爲說己者容)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몸을 단장 한다’라는 뜻으로 ‘내가 인정받고 싶으면 남을 먼저 인정해라.’라는 것이다.

-비하인드 스토리-

전 찬준관장은 3월 25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0인 연속대련에 도전 도전했으나 초반전 많은 체력소모로 인하여 24전 11승 9패 4무를 기록하며 아깝게 실패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그는 1년 후 2013년 4월 다시 40인 연속대련에 도전한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비록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처음부터 실패하는 과정까지 전 찬준관장의 대련영상을 볼 수 있다.




(※ 알림 ☞ 필자의 개인사정으로 잠시 중단 되었던 '공권유술 강준의 허튼소리'가 앞으로 격주 금요일에 연재 됨을 알립니다. | 편집자 주)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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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대전 mma 2012.06.08
강준사범의 칼럼을 다시 보게되어 반갑습니다. 전찬준관장의 대련이 인상깊네요. 30명 모두 대련했던것을 보았으면 더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유익한 글 부탁합니다.
김사범 2012.06.09
혹시,, 대련 4번째 상대하시는 분은 황보선 사범님이 아니신가요...?
신사범 2012.06.09
강준 관장님이 그러시는데 황보선 사부님은 훌륭한 무술인이고 훌륭한 지도자라고 하시던데요.
무술사랑 2012.06.09
재밌게 봤네요. 인사동에서 열리는 택견배틀 경기에 함 나가 보세요, 올해 택견배틀에는 킥복싱팀도 참가 하던데 공권유술도 참가하면 정말 재밌을 것 같네요. 강추*^^*
김사범 2012.06.10
밑에 ↓ 신사범님 강준 관장님 말씀대로 입니다. 황보선 사부님은 정말 훌륭한 무술인이시고 지도자 이십니다. ^^ 그리고 강준 관장님은 하나의 무술의 창시자로서 한국 무술계의 전설로 남으실 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흠.. 2012.06.10
전찬준 관장님은 어디가 아프신가.. 몸이 심하게 말랐는데...
알토란 2012.06.11
강준 사범, 강준 관장, 강준회장 호칭이 제 각각이군요. 뭐가 맞는건가요?
합기도아카데미 2012.06.11
대련이 보기 좋습니다. 대련을 받아주는 분들도 힘조절을 해주는것이 보기 좋습니다. 특히 뒤돌려차기를 할때도 힘을빼고 살짝 맞추는 것은 보기 좋습니다. 위험할것 같으면 심판이 잘 조절하는것 같고 전찬준관장님도 승부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좋습니다. 기회가 되면 공권유술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김사범 2012.06.12
↓알토란님 제 생각에는 가장 적절한 호칭은 강준 창시자님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론과 실기 2012.06.13
강준 관장님의 글은 어렵지 않아서 좋고 글속에 생각을 할수있는 메세지가 있어서 좋슴니다. 글의 내용도 무예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으글 부탁드립니다. 호신!
칸 2012.06.15
경기 룰이 좀 개정이 필요할거 같아요. 그리고 한판이 너무 쉽게 나오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