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 회장께 드리는 고언(苦言)
4.16 학생시위가 주는 의미지난 4월 16일 국기원에서 열린 2001년도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첫날. 자랑스런 태극마크를 향한 선수들의 질주는 시작됐다. 태권도 종주국을 대표할 선수들의 화려한 기량과 태권도 발전의 관심을 갖고 있는 태권도인들은 국기원으로 모여들었다. 특히 21세기 태권도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들인 청년학생들이 소속팀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응원의 함성소리는 그야말로 태권도의 힘찬 앞날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이러한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심판판정은 청년학생들을 흥분하게 만들었으며 순간 국기원은 세계 태권도의 중앙도장이라는 말을 무색케 할 정도로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청년학생들은 편파판정으로 경기를 몰아간 주동자와 추종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연일 강도 높은 시한부 농성을 벌였다.
이후에도 태권도계의 수장인 김운용 회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대한체육회 앞으로 장소를 옮겨 장기간 철야농성에 돌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 태권도인들의 중앙도장인 국기원에서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이 창설된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이 사태는 청년학생들이 그동안 태권도 계의 고질적 병폐인 심판판정은 물론 태권도 일대의 전환기를 예고하는 혁명의 출발점이라고 필자는 표현하고 싶다.
특히 국기원이 어떠한 곳인가. 김운용 회장이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곳이 아니던가. 또한 태권도를 오늘날 당당히 세계화로 발전시키는데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도 적지 않다. 이곳 국기원은 오늘날 태권도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부적절한 자들의 집합소이기도 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청년학생들은 이곳에서 문제점을 바로잡고 새로운 태권도의 세상을 열기 위해 몸부림쳤던 것이다. 그러나 김운용 회장은 태권도에 대한 청년학생들의 이러한 순수와 애정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태권도계 수장(首長) 역할 다했나
요즘 태권도계에서 일고 있는 전반적인 사태는 가능하면 말을 아끼려던 필자의 소신을 굽히게 만들고 있다. 많은 얘기를 한들 돌아오는 것은 허망함과 누구를 음해하기 위한 것으로만 되돌아왔던 경험이 많기에 되도록 참으려 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감히 김운용 회장께 고언을 드리는 것이다.
김운용 회장은 지난 71년부터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기나긴 세월을 태권도계의 수장으로서 많은 태권도 발전을 이루는데 역할을 해온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면 김 총재의 마지막 목표일 것으로 짐작되는 IOC위원장 선거가 끝난 시점에서도 더 이상 태권도를 좌지우지하면서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고 계심은 과욕일 것이다.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이제라도 마음을 비우고 용퇴를 결심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으로 사료되어 감히 진언하는 것입니다. 김 총재의 용퇴는 김 회장은 물론 태권도와 태권도인들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고 필자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태권도계 일부에서는 김 회장 이후에 대안이 없다고 말들을 하고 있으나 이는 김 총재로 인해 태권도계에서 권력을 누리고 있거나 잘못된 사고에서 비롯되고 있는 일부 태권도인들의 발상이라 생각된다.
정치권에서 낡은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3김이 퇴진해야 한다고 절규할 때마다 받아치는 말이 곧 대안론을 들고 나온 것으로 기억된다. 태권도도 같은 맥락에서 대안론을 들이대는 것인가. 물러나지 않으려는 명분을 내세우는 핑계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태권도인들을 혼란에 빠져들게 하는 것인가.
일단 대안은 퇴진 이후에 태권도를 이끌어갈 태권도인들에게 맡기는 것이 곧 대안이라 생각된다. 즉 김 총재의 용퇴가 유일한 대안이며 향후 새롭고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태권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회장 용퇴를 진언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본인이 이 시점에서 김 회장의 용퇴를 진언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 이유는 필자 외에도 많은 태권도인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선 물이 고이면 썩듯이 주변은 온통 아부와 맹종에 물든 자들이 총재님의 눈과 귀를 막아버리고 자신들의 잇속만을 챙기고 있으니 이는 태권도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특히 30년 이상 태권도 장기집권은 아들을 태권도 깊숙한 곳까지 관여하도록 하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은 태권도계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총재가 태권도계 전체를 움켜쥔 결정권자라면 아들은 태권도 전체를 움직이는 실력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것을 보면 태권도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김 회장은 인사가 만사라는 만고의 진리를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설마 조직운영의 기초를 모르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들과의 유착으로 인해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을 등용해 태권도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없다고 할 것인가. 오늘날 태권도가 이처럼 파탄의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말이 나오는데는 아들과 김 회장 두 사람이라는 것을 규정하고 그 책임을 묻고 싶은 심정이다.
본인은 물론 많은 태권도인들이 김 회장을 믿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림픽 무대에 입성한 태
권도가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시작되고 부족한 부분을 발전시키고 연구하며 태권도인들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았다.
즉 많은 변화를 예상했고 태권도가 확연하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요즘 김 총재는 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가 행정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이를 뒷받침할 상근부회장이 필요하다고 한다는 얘기가 만연하다.
과연전무이사가 행정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정도로 협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어느 특정인을 그 자리에 앉히려는 여론몰이인가를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총재께서는 잘하고 싶지만 행정력이 뒤받쳐 주지 못해서 발전이 안되고 있다는 변명삼아 하는 것인가. 사실이 그럴지 모르겠다.
현재의 태권도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모두 총재님과 측근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것은 태권도 수장으로서의능력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전무이사는 누가 임명했는가. 바로 총재가 임명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름대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부회장들이 많아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태권도계에 짙게 깔린 여론은 참으로 아이러니 한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아부와 아첨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려는 자들에게만 치중하지 말고 모든 태권도계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보면 태권도인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것이다.
현재의 태권도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모두 총재님과 측근들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합니까. 김 회장은 태권도인들의 전체적인 여론을 수렴하지 못하고 과감한 태권도 발전을 위한 개혁을 단행할 자신이 없다면 굳이 태권도 수장의 자리에 머물 필요가 없을 것이다.
태권도를 질곡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는 부적절한 자들을 처벌하고, 새로운 태권도의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게 할 자신이 없다면 그만 용퇴하는 것이 태권도를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진언을 드린다. 김 총재께서는 할 수 없는지 모르겠으나 태권도계의 젊고 유능한 인재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태권도계 수장으로서 김 회장은 태권도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어디에 있었는가? 일부 태권도인들의 잘못된 충성심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는가? 학생들이 대한체육회 앞에서 면담을 요청하며 농성을 하고 있을 때 대안을 찾으려고 뛰어다닌 적이 있는가? 아직도 일선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로 인해 일선도장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태권도인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많은 애를 썼지만 총재께서는 태권도 수장으로서 어떠한 노력을 했는가? 국내외 태권도가 무엇이 문제이기에 이토록 혼탁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발견하고 지혜를 발휘한 적이 있는가? 무엇보다도 21세기 태권도의 방향을 제시하고 혼탁한 문제를 매듭짓고 태권도인들이 납득할만한 비전이 준비돼 있기를 목마르게 기다려 왔음을 상기하게 된다.
현재의 태권도계를 정확히 바라보면 태권도인들끼리 서로를 질시하고 헐뜯고 있는가 하면, 고소 고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지 않은가? 이는 지도자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태권도는 특정한 소수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결코 아니될 것이다.
김운용씨 유종의 미 거둬야
최근 국제적인 큰 관심사는 단연 IOC위원장 선거였다. 태권도인들 모두가 김 총재께서 세계스포츠 대통령으로 우뚝 서게 될 그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었다. 때문에 본인은 TV 앞에서 선거현장의 실황중계를 통해 총재의 일거수 일투족을 뚜렷하게 지켜보면서 실망을 금할 수 없었음을 실토하는 바이다.
세계스포츠 대통령이 되겠다며 한국 체육계를 대표해서 출마한 지도자로서, 태권도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선거에서 패한 뒤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지 못하고 무대 뒤로 모습을 감춘 행동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패자로서의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일은 예의라고 생각된다.
태권도는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는 것쯤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스포츠맨으로서의 파어플레이를 모범적으로 보여주어야 할 위치에 계신 분께서 취할 행동이 아니었으며 태권도계의 수장인 총재님의 그러한 행동은 태권도 전체를 먹칠한 것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후 노르웨이 IOC위원 하이버그는 "그는 지저분한 패자다. 만약 그가 당선됐더라면 IOC에 치명적이었을 것" 이라고 말했는가 하면 스위스 IOC위원 마크 호들러는 "뇌물로 살 수 있는 표가 23표에 불과한 것은 기쁜 일이다"라고 말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토록 국제적으로 한국인으로서 태권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보는데 총재님께서는 자책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고 전례없이 강도 높은 지도력을 발휘하겠다고 하시니 태권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 회장이 태권도계에 세운 업적은 높이 평가를 받고 있지만,그 업적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변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업적을 영원히 보존하는 길은 젊고 올바르며 유능한 인재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라고 진언하는 바이다.
분명히 밝히지만 필자도 김 회장을 모시고 태권도계에 나름대로 역할을 맡았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글을 쓰기 위해 펜을 든 마음이 참담하기만 하다. 하지만 태권도가 더 이상 혼란과 퇴행을 막고 보다 밝고 활기찬 발전이 있기를 갈구하는 마음에서 진언드린 것임을 헤아려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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