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태권도는 태권도인가? 택견인가?
태권도의 올림픽 핵심종목 유지를 위한 과제와 유네스코 등재된 택견

이용복 회장
태권도는 2016 브라질 올림픽까지 정식종목으로 확정되어있다. 그 이후는 2013 IOC총회 에서 유지, 퇴출여부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태권도계가 태권도 올림픽 핵심종목 유지를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IOC 올림픽 종목 결정에는 보편성, 대중성, 이미지 및 환경, 선수, 개발, 재정 등 크게 6가지 항목을 평가기준으로 하는데, 세계태권도연맹은 현재 경쟁종목과 비해 우세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낙관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우선 올림픽 종목의 문턱에 와 있는 가라테는 태권도와 동시 채택이 어려워지자 암암리에 태권도가 가라테의 분파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우슈도 태권도가 우슈에서 기원한다며 이에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 스포츠외교에 일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북한의 장 웅 IOC위원이 이끄는 국제태권도연맹(ITF)도 세계태권도연맹이 통합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지고 있고, 최홍희가 만든 ITF가 태권도의 주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태권도가 올림픽 핵심종목이 되는데, 태권도의 정체성이 구설(口舌)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태권도는 택견을 모체로 현대 스포츠로 발전했다는 기원설을 주창해왔다. 지금도 태권도의 주요기관(대한태권도협회, 국기원, 태권도진흥재단, 세계태권도연맹)의 홈페이지에 태권도를 그렇게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태권도의 기원에 대한 논리는 근거가 빈약하고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한마디로 솥뚜껑으로 자라 잡는 식이다. 태권도 연구에서 역사, 철학 부문에서는 아직 초보적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특히 택견이 중요무형문화재가 되고 전국체육대회 종목이 되면서 태권도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태권도에서는 이쪽에 대한 논리개발에 무관심한 것 같다. 특히 모체니 원형이라고 스스로 지칭한 택견과의 협력을 외면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택견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은 1968년 국제태권도연맹(ITF)이 태권도의 문화재신청서를 낸 것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문화재당국은 태권도가 발전으로 인한 변형을 결격사유로 들어 지정불가 결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시대 택견꾼 송덕기(1893~1987)가 생존해있어서 택견을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리고 태권도지 1971년 가을 호에 송 옹이 표지기사로 소개되자 이것을 본 신한승(1928~1987)선생이 송 옹을 찾아가 택견을 전수받고, 택견의 무형문화재지정신청을 하게 된다.
이렇게 지난 과정으로 보나 현재의 상황으로 보나 태권도가 택견을 소 닭쳐다 보듯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작년 11월9일 한국체대 강당에서『태권도와 택견의 상관분석①』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이 주제를 가지고 금년 3월 중에 두 번째 포럼을 할 계획이었으나 태권도 쪽에서 발제논문을 맡을 사람이 나서주지를 않았다.
태권도 연구자들은 대부분 시간이 없다, 택견에 대해 잘 모른다, 택견의 논리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며 회피했다. 태권도 각 기관은 먼 데만 쳐다보고 있고. 별 수 없이 금년 안에 택견 쪽의 발표만으로 포럼을 개최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중에 마침 택견이 유네스코에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제 전 세계가 택견에 대해 알게 되었다. 태권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제부터 태권도가 국제사회에 택견과의 관계를 설명해야할 일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태권도는 택견이 중요무형문화재가 되었을 때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이미 그때부터 무슨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기껏 한 것이라면 택견이 체육회 가맹종목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일만 했다. 그리고 택견이 태권도의 박제로 문화재 전시실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그런 상황은 지나와 버렸다. 이제 택견이 국내 체육계에서 태권도와 동등한 자격을 가지게 되었고, 이번에는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더 이상 태권도를 위해 표본실의 청개구리로 남아 있을 만치 상대적 약자가 아닌 것이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 늦기 전에 태권도의 뿌리에 대한 연구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택견과 협력을 통해 택견과 태권도가 함께 세계 속에서 새롭게 인식되길 바란다.”고 말해왔다.
필자의 이런 주장은 당연히 택견의 이익을 위해서이지만, 동시에 태권도에도 큰 이익이 있기 때문에 내놓고 말하는 것이다. 택견은 지난 1996년부터 추진해온 택견 세계화를 추진해왔다. 그런데 택견이 밖으로 나가면 먼저 나와 있는 태권도와 국제무대에서 불가피하게 정체성 문제로 충돌하는 일이 생긴다.
따라서 택견은 거대한 태권도 조직과 충돌하기보다는 태권도의 국제적 인프라를 이용하여 세계화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편 태권도는 택견을 수용하여 협력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택견 경기장면
이것은 두 종목의 이해관계는 물론 나아가 국익으로나 문화사적 의미로 보나 ‘상생공영’하는 좋은 일이다. 따라서 두 종목은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 특히 태권도의 올림픽 영구종목 선정을 앞두고 이번에 택견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을 활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볼 수 있는 일이다.
태권도의 전통성과 역사성을 택견의 유네스코 등재와 연계해서 홍보하는 전략은 꽤 효과가 있을 것이다. 덕분에 택견은 세계화를 위한 부수입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태권도계는 아직도 고식적이고 배타적으로 택견에 대해서 반감이나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종의 열등감에서 오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 년 전 공식 해외에서 개최된 국제태권도대회의 개막식행사에 택견시범단이 시범을 하러 갔다가 세계태권도연맹 고위인사의 저지에 의해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일이 있었다. 주최국 태권도협회의 공식초청으로 참가했던 11명으로 구성된 택견시범단은 많은 경비와 시간을 허비한데다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왔다. 이런 행위는 태권도의 자기부정이요, 자가당착인 것이다.
결국 태권도의 정체성에 혼돈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태권도의 실책이 택견에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피해를 가중하게 된다. 그래서 택견이 태권도에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이번 택견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태권도가 택견에 대한 시각을 달리해야 할 이유가 더 커졌다. 태권도가 올림픽 핵심종목이 되기 위해서, 국민들의 기웃해진 고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자랑스러운 조상의 유산을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서, 태권도가 더 이상 “태권도가 택견인가?”에 대한 답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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