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合氣道)는 대한민국의 것입니까?
여러분은 모택동(毛澤東)을 알고 계십니까? 모택동(毛澤東)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정치가이자 초대 국가 주석이며 공산주의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택동(毛澤東)이라는 말을 쓰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오직 대한민국만이 사용합니다. 외국인에게 모택동(毛澤東)이라고 발음하면 알아듣지 못합니다. 물론 중국인에게도 모택동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알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Mao Tsetung)이라는 중국의 원음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택동(毛澤東)이 마오쩌둥(毛澤東)(Mao Tsetung)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한국인 모두가 모택동(毛澤東)이 마오쩌둥(毛澤東)(Mao Tsetung)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발음만이 다르게 표기된 것이라고 말입니다.
축구(蹴球)는 soccer(사커)/ football(풋볼)입니다. 축구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오직 대한민국뿐이며 이것은 세계 공통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한국인이라면 축구가 soccer(사커)/ football(풋볼)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 공통어로 사용되는 말이 오직 한국에서만 다르게 발음되어 한국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이것은 한국이 한자의 영향을 받아, 외래어(外來語)를 많이 사용하는 한국문화의 특성 때문입니다.
합기도(合氣道)가 한국무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어떤 이유에서 합기도(合氣道)가 한국무술이냐? 물었더니, 그들은 아이키도(合氣道)와 합기도(合氣道)의 발음이 틀리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합기도는 아이키도와 다르며 합기도는 한국 것이라는 주장을 폅니다.
서두에 말했던 것과 같이 발음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 뜻이 같다면 동일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합기도는 외래어(外來語)입니다. 순 우리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굳이 뜻을 풀이하자면 ‘합할합合, 기운기氣, 길도道, 기운을 합한다’는 뜻입니다. 일본의 아이키도(合氣道)의 뜻이 한국합기도의 뜻과 조금의 어긋남이 없이 똑같습니다.
마오쩌둥 (Mao Tsetung)을 한국식으로 모택동(毛澤東)이라고 발음한다고 해서 마오쩌둥 (Mao Tsetung)이 한국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합기도를 한국무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합기도를 태권도와 비교합니다. “태권도가 일본의 가라데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속에서 한국의 정통무술로 인정받고 있으니, 합기도 또한 일본의 대동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한국무술이 아니라는 주장은 잘못되었다”라는 겁니다.
어떻게 이러한 비논리적인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태권도와 합기도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태권도의 성립배경은 공수도/가라데(空手道)의 영향을 받았지만, 공수도(空手道)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태권도(跆拳道)”라는 신조어(新造語)로써, 새로 창제된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설사 태권도가 공수도/가라데(空手道)의 품세와 유사하거나 기술체계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태권도라는 이름을 가지고 일본의 공수도/가라데(空手道)단체와 분쟁을 일으킬 소지는 0.1%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합기도(合氣道)는 일본식 발음의 아이키도/합기도(合氣道)와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만약, 최홍희 선생이 처음 태권도라는 용어대신 공수도(空手道)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한 후 십 수 년이 지난 지금에서 일본의 가라데(空手道)와 한국의 공수도(空手道)는 발음이 틀리므로 공수도(空手道)는 한국무술이다! 라고 주장한다면 이것이 이치에 맞겠습니까?
한국의 합기도인들이 한국합기도의 기술체계와 일본 아이키도의 기술체계가 다르므로 ‘합기도는 한국의 무술이다’라고 주장한다면, 한국합기도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일본 아이키도인들이 주장하는 것은 한국합기도의 기술체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한국합기도의 기술체계가 일본의 아이키도와 비슷하거나 똑같으니 사용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합기도“合氣道”표기는 일본이 먼저 사용했으며 이것이 한국의 신라 화랑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합기도(合氣道)는 1942년 공식적으로 우헤시바 모리헤이옹에 의해 창시된 것이라는 주장으로 합기도(合氣道)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는 겁니다. 또한 외래어인‘合氣道’표기를 ‘한국표기’이든 ‘외래표기’이든 사용하지 말거나 바꾸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합기도인들은 일본의 아이키도인들의 주장에 대해서 “독도가 일본놈 땅이라고 우기더니 이제는 합기도마저도 자기네 무술이라고 하는 쪽발이!” 라는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한국 합기도에 대해서 비판을 한다면 여지없이 “매국노, 일본잔재의 원흉, 쪽발이세끼”라는 비논리적인 대답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해서는 한국합기도의 이미지만 악화 시킬 뿐입니다.
합기도가 한국의 무술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고증을 제시하면 되는 것입니다. 한 예로, 한국합기도는 1956년 지한재(現, 合氣道 世界聯盟總裁)씨가 처음으로 합기도란 명칭을 사용했고 합기도장을 설립했다는 것은 조금만 합기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입니다. 이것은 일본의 아이키도(合氣道)보다 약 14년 늦은 것입니다.
만약, 합기도(合氣道)란 명칭이 한국의 합기도(合氣道)고유의 명칭이라면 1942년 우헤시바 모리헤이 이전의 자료를 제시하면 되는 것입니다. 너무나 간단한 일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아이키도단체들에게 그들이 우리에게 한 것과 같이 ‘合氣道’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으면 되는 것입니다.
“합기도는 수 백 년 간 한민족의 얼을 이어온 한국고유의 전통무술이다”라는 한국 합기도의 역사주장으로 인하여 우헤시바 모리헤이가 1942년 창시했다는 아이키도(合氣道)는 오히려 한국의 합기도(合氣道)란 이름을 무단 도용한 파렴치한이 되어버렸고,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일본의 아이키도인들은 한국과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는 입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일본 아이키도(合氣道)단체에서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입니다.
제가 한국 합기도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몇몇의 한국 합기도인에게 못마땅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대표로 있는 ‘대한공권유술협회’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저와 공권유술 단체에 이로울 것이 없는 것입니다.
공권유술협회에 소속되어있는 관장님 여러분에게 죄송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합기도에 대한 연재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할 말은 하고 산다!“의 개념이 아닙니다. 또한, 한 번도 수련해 보지 않았던 아이키도를 미치도록 좋아해서도 아닙니다.
제 바람은 한국 합기도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문제점을 바르게 직시하고 현명하게 헤쳐 나갔으면 하는 노심초사(勞心焦思)의 마음뿐입니다. 오직 그것뿐입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되고 소설네트워크가 확립되어 여러 종목의 무술인들이 각국의 무술에 대해서 토론을 합니다. 국, 영, 수 위주의 수업을 하는 한국의 중, 고등학교에서 한국역사수업이 사라져가지만 오히려 외국인들은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한국 합기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세계가 손바닥같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후 아니 5년 후 한국의 합기도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이대로 간다면 세계 속의 한국 합기도의 위상은 갈수록 위기에 처할 것이 자명한 사실입니다. 합기도의 위상이 하락한다면 태권도를 비롯한 한국의 다른 종목의 무술도 동반하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합기도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무술전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산재되어있는 한국 합기도협회들이 결속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의 합기도인들이 한국에서만 한국의 합기도가 한국 것이라는 것에 열변을 토할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전파되어있는 아이키도를 비롯한 무술 웹싸이트에 합기도/아이키도(合氣道)의 명칭이 한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논리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합기도인들이 진정으로 합기도를 사랑한다면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하여 지금부터라도 한국합기도 발전과 미래에 대해서 대책을 강구해야만 합니다.
한국 합기도인의 적은 일본의 아이키도 단체가 아닙니다.
우리가 가장 무서워해야 할 것은 한국의 합기도(合氣道)가 한국에서 조차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 위 내용은 외부 기고문으로 본지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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