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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주는' 이준구 사범의 하모니카 연주


얼마 전 이준구(미국명 준리, 71, 공인 9단) 사범이 워싱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하모니카 협연한 사실을 무술인들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고 대부분의 무술인들은 2가지로 생각했을 것이다.

야 무도를 하는 분이 하모니카까지 연주하다니, 참 멋있군 또는 멋있긴 한데 뭐 하모니카야 누구나 연주하는 거고, 그 실력도 그저 그렇겠지 뭐 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기자는 지난 4일, 미국에서 이준구 사범을 만났고 그가 보여준 하모니카 실력에 한마디로 넋을 잃고 말았다. 이준구 사범이 묶고 있는 약속장소인 플로리다의 한 호텔에 들어선 기자의 눈에는 테이블 위에 놓인 여러장의 클래식 CD와 플레이어가 먼저 띄었다. 그리고 그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8개의 하모니카가 낯설게 느껴졌다.

긴 여행에 피곤할만도 한 이준구 사범은 그러나 피로한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자를 반겨 주었고 다정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한 개, 두 개도 아닌 8개나 되는 하모니카의 용도에 대해서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하나, 둘씩 하모니카에 관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피아노에는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이 있죠? 또한 음계마다 다른 옥타브가 있고요. 하모니카 하나 가지고는 피아노와 같이 다양한 음계를 표현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다 같은 하모니카로 보이지만 다 다른 음계를 가지고 있는 하모니카들입니다. 즉 모두 용도가 다르다는 말씀이죠"


"그러면 그것들을 동시에 들고 연주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기자는 호기심과 놀라움이 교차하면 다음과 같이 물었다.

"물론이죠, 때로는 2개, 때로는 3개, 그리고 또 때로는 6개를 모두 잡고 할 때도 있죠."

하모니카 6개를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시다고요? 그런 모습을 생전 본 적 없는 기자는 그전에 워싱턴 심포니와 하모니카 협연을 했었던 이준구 사범의 기사가 다시 떠오르며 이준구 사범의 하모니카 실력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바로 연주를 부탁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하모니카 연주에 관한 이준구 사범의 이야기를 묻기 시작했다.

"제가 젊었을 때에는 하모니카 연주가 아주 인기있었죠. 가격이 저렴해서 누구나 쉽게 구입을 하고 연주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젊었을 때 잠시 하모니카에 빠져 취미로 연주를 한 뒤로 한동안 하모니카를 잊고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회상으로 엷은 미소를 입가에 띄던 이준구 사범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

"본격적으로 연주를 시작한 것은 5년 정도 됩니다. 그 때가 어떤 모임의 파티석상이었을 거예요. 제가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나니 청중들이 큰 박수를 치더군요. 그 다음 순서가 아마 하모니카 연주자였을 거예요. 그 하모니카 연주자의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제게 보낸 박수보다 훨씬 더 큰 박수를 그 연주자에게 보내 주더군요.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무술도 영어로는 아트(art)인데 같은 아트이면서도 악기 연주가 저 사람들에게 더 감동을 주는 이유는 뭘까?하는 등의 생각 말이죠. 그래서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신체와 정신과 가슴을 가르치고 있는 교육자로서 그들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나도 악기를 연주해야 겠다라고요. 사실 그 연주자의 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면서 내가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준리는 크게 웃으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 이후로 하모니카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여행을 많이 다니고 일반 유흥업소에는 가지 않기 때문에 하모니카와 더 빨리 친해 질 수 있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이렇게 클래식 CD들과 제 하모니카를 여행 중에 가지고 다니며 혼자있을 때 항상 연주를 합니다. 연주할 때는 정말 세상의 어떤 것들이 부럽지가 않습니다."

기자가 부탁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준구 사범은 하모니카를 지긋이 내려보려 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연주를 시작했다. 노란 스탠드 불빛이 방안을 가득 메운 호텔 방안에 요한 스트라우스의 BLUE DANUVE의 선율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기자는 감미로운 선율에 취해 한동안 멍하니 하모니카만을 바라 보았다. 하모니카가 하나, 둘 더해져 5개를 동시에 연주하는 이준구 사범의 모습은 왠지 경이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한국나이로 71세의 나이로 아직도 매일 팔굽혀 펴기를 1000개씩 하는 행동실천철학의 산 장본인 이준구 사범이 연주하는 하모니카 연주 솜씨는 이미 태권도 사범이 연주하는 아마추어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었다.

쉴새 없이 하모니카 5개의 음계를 오가는 그의 얼굴과 선율에 취한 그의 표정에서 그간 피나는 5년간 연습의 세월과 71세의 나이 그리고 현재에도 살아 있는 실천철학을 살고 있는 이준구 사범의 모습에 기자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연주에 취해 10분쯤이 흘렀을까... 쉴새 없이 계속된 요한스트라우스의 연주는 무언가 익숙하고 절절한 멜로디로 기자의 가슴을 파고 들고 있었다.

"삐~~~~ 삐삐삐 삐삐삐~~삐삐...."
기자는 어느새 발장단을 마치면서 흥에 취해 있었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의 새벽에 듣는 신라의 달밤의 선율이란... 생각만해봐도 멋있지 않은가?

그 날 이준구 사범이 연주한 신라의 달밤의 선율은 잔잔하면서도 애절하게 플로리다의 새벽을 가르고 있었다.

* 이준구 사범의 하모니카 연주는 태권넷을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기대하십시오.

댓글 2

지원 2001.07.24
엄청난 실력이군요. 하모니카로 저정도 까지 연주할 수 있다니...
오지웅 2002.11.07
기인열전에 나가보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