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태권도 중국기행 - Part3:소림사

1.(여섯째날) "모든 열차는 정주로 통한다" - 정주, 중국 교통의 요지
갑자기 긴장이 풀어진 걸까? 지난밤 성공적인 시범으로 인해서 모두들 한시름 놓아서인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다음 목적지인 정주로 가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오전 9 :00 드디어 서안을 떠날 시간. 서안체육대학의 숙소 앞에서 시범단과 서안체육대학학생들이 서로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불과 4일 동안이었지만, 학생들은 그새 정이 들었는지 무척이나 아쉬운 표정들이었다.

정주까지는 8시간 정도거리. 그러나 북경에서 서안으로 왔던 밤기차와는 달리 이번에는 낮에 기차를 탄 덕분에 중국의 풍경의 편안히 느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차창 밖의 풍경이 특별하지 않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륙의 열차. 마치 몇 장의 사진을 번갈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일 뿐. 그렇게 기차는 새로운 목적지인 정주로 내달음질을 했고, 오후 5:40 분 기차는 중국 교통의 요지라는 정주에 도착했다. 중국에서 열차를 타면 꼭 한번은 거친다는 정주. 지도를 동서 그리고 남북으로 길게 뻗은 중국의 열차노선이 만나는 곳이 바로 정주다.
2.(일곱째날) "너희가 소림사를 아니냐?" 소림사, 5000년 중국무술의 발원지
일행이 탄 버스가 이동하는 동안 내내 나는 카메라와 디지털 캠코더를 만지작거렸다. 후레쉬는 잘 작동이 되는지 배터리는 충분한지 몇 번이고 장비를 확인했다. 드디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소림사를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도무지 편하게 앉아 있지를 못했다.
소림사. 중국 무술의 발원지. 내가 상상해온 소림사는 그런 것이었다. 추운 겨울 눈발이 날리는 새벽 윗통을 벗고 수많은 스님들이 무술을 연마하는 곳. 폭포수 아래에서 정좌를 하며 떨어지는 물과 함께 잡생각을 떨쳐버리는 곳.
2시간을 정신없이 달린 버스는 속도를 조금씩 줄이더니 작은 길로 접어들었다.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각종 무술학교의 간판들이었다. 출발 전 소림사 주변에는 무술학교가 많다고 들어서인지, 소림사가 가까이에 있는 듯 했다. 잠시 중국 무술을 견학하기 위해 일행은 한 무술학교를 찾았다. 일행이 찾은 곳은 소림탑구무술학교. 학생이 7000명이나 된다는 이 학교는 소림사주변의 무술학교 중 가장 큰 학교라고 한다. 아직 소림사에 도착한 것도 아닌데, 무술학교라는 이야기에 소림사에 대한 나의 기대는 한층 더 부풀어올랐다. 잠시 학생들의 시범을 구경한 일행은 다시 소림사로 향했다. 무술학교에서 소림사까지는 불과 1km 정도 남짓. 길가 주변에 위치한 무술학교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드디어 소림사입구라는 간판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일순간 일행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라했다. 너무나 초라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보았던 탓일까?
소림사입구에 도착한 일행은 소림사의 쓸쓸한 모습에 모두들 실망한 듯 했다. 자신을 수련하고 연마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소림사는 어느 덧 관광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소림사 내부도 별다른 점은 없었다. 절의 규모가 좀 크다는 것 이외에는 한국에 있는 다른 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래도 뭔가 다른 것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중국무술 본산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더구나 시범단이 소림사를 방문한 시간은 소림사 스님들의 무술 연마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다. 결국 시범단은 소림사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행히도 소림사를 찾은 관광객과 주변 무술학교의 학생들 그리고 소림사 스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품세와 격파 등의 간단한 시범을 보일 수 있었다.
불과 3시간 가량의 소림사 방문은 그렇게 끝났다. 처음부터 소림사 방문은 전체일정의 일부분일 뿐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중국무술의 발원지인 소림사가 단순한 관광지로 전락을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아무리 전통이 있어도 지금은 완전히 관광지가 되어버려서 상품화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기존에 소림사 라고 하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중국무술의 본산이라고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는지 무척 실망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시범단원 중 한 명이 내뱉은 말이다.
3.(여덟째날 아침) 태극권, 고요함 속에 숨겨진 무한한 인간의 힘
아침식사 후 시범단은 정주태권도 선수들과 함께 정주체육관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정주는 국가대표 여자선수들의 80%가 이 지역 출신일 정도로 중국 내에서도 수준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있다.

몸풀기와 더불어 시범단과 정주 선수들의 친선 경기가 끝나자 낯선 이들이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바로 중국 무술가들이었다. 오늘 오전은 중국측에서 중국의 전통 무술들을 시범단에게 선보이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시범단에게 보여준 무술은 중국의 대표적인 무술인 태극권이었다. 기공체조로서 중국의 어느 곳을 가든 만날 수 있다는 태극권.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태극권의 진수를 이곳 중국에서 태극권 세계챔피온의 시범을 지켜보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유연하고 기품 있는 몸놀림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동작, 자연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인 변화 속에 고요함이 숨어있는 그 동작 하나 하나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태권도가 직선이라면 태극권은 곡선, 태권도가 힘차고 활기 있다면 태극권은 부드럽고 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한 체육관에서 태권도와 태극권을 같이 보는 행운을 얻은 셈이었다.
4.(여덟째날 오후)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 인민해방군앞에서 시범을...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시동안 휴식시간을 가진 시범단은 오후 3:15 시범장소인 정주배구체육관으로 이동을 했다. 정주체육관은 숙소에서 차로 불과 15분 거리.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도로가 완전히 주차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엔 그저 일시적인 현상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일행은 차들이 전혀 움직이려는 조짐을 보이지 않자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정주배구체육관에서는 배구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고, 시범은 그 배구 시합이 끝나자마자 보이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완전히 길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일행의 스케줄 담당자의 핸드폰은 연신 울리기 시작했다. 요는 언제 도착하느냐 인 것이다. 시간은 벌써 4시에 가까워오고 있었다. 다시 핸드폰 밸이 울렸다.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배구가 3:0으로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최소한 3:1의 경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행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차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일행은 모두 차에서 내려 경기장을 행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모습이었다. 체육관까지 달려간다고 해도 몇 십분은 소요될 거리인데.
시범단이 체육관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5시에 가까운 시각. 예상대로 체육관은 거의 비어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중국의 인민해방군. 시범단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그들 인민해방군은 박수로 시범단을 맞아주었다. 소란스러웠던 체육관도 이내 조용해졌고

시범단은 가쁜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시범을 시작했다. 전혀 몸을 풀 사이도 없이 전혀 마음의 준비도 없이 체육관까지 뛰어오느라 진이 다 빠진 시범단은 그렇게 중국에서의 마지막 시범을 시작했고 아니나 다를까 송판을 격파하던 시범단 한명이 손톱이 부러지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인민해방군은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격파 하나에 손 동작 하나에 모두들 열심히 호응을 해 준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열렬히 응원을 한 것은 태권도 시범자체가 아니라 시범단이 보여주는 노력하는 모습인 것 같았다. 절도 있는 모습, 예의바른 행동 이것이 바로 진정한 태권도의 모습인 것이다.
시범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체육관 밖으로 나온 일행은 다시 그 군인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들도 부대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인민해방군들이 탄 수송차량은 일행 옆을 지나치기 시작했다. 모두들 일행에게 손을 흔들어 대었다. 맨 마지막 수송차량이 지나고 나서 한 군인이 소리쳤다. "Good-bye" 중국방문 중 처음 들어본 영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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