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업] 태권도장엔 태권도가 없다? 그럼 합기도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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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합기 도장 생존 프로젝트 No.2
합기도 도장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중, 경쟁이 아주 치열한 일산 특정지역의 도장 입지를 살펴볼 기회가 있어 그 근방을 돌아봤다. 그러던 중에 주변에 사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학부모를 만나서 그녀에게 “자녀를 근처 도장에 보내고 있느냐”고 물었다.
자녀를 보내고 있고 태권도를 몇 년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근처 도장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으냐고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뭐 다 비슷하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좀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뭐 요즘 태권도장에서 태권도 가르치나요? 애들 학원 다니느라 스트레스받는데 푸는데가 없으니깐, 그냥 땀 흘리고 뛰어놀다 오면 되죠. 엄마들도 태권도장에서 태권도 제대로 안 가르치는 것 다 알아요.” 그럼 저기 있는 특공무술 도장은 어떻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거기는 그래도 무술을 제대로 가르친다고 소문이 나서, 많지는 않지만 일부 학부모들이 꾸준히 아이들을 보낸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다시 사거리에 모여 있는 태권도장들의 간판을 들여다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농구, 인라인스케이트, 학교체육 지도’라는 광고들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맞은편에 있는 태권도 도장에도 각종 X 게임, 줄넘기, 스포츠와 수영을 함께 지도한다는 광고였다.
다시 학부모에게 질문했다. “그럼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뿐 아니라 농구, 축구, 인라인 스케이트, 수영 등을 가르치시면, 그쪽으로 자식들을 보내려는 생각이 드시나요?” 돌아온 대답은 우문에 현답이었다. “아니, 태권도장에서 그거 제대로 가르치겠어요? 제대로 하려면 전문학원에 가서 배워야죠.”
도장의 학교체육, 스포츠 교육화로 지속되는 악순환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면, ‘우리 수학 학원에서는 수학 외에 국사와 미술도 가르칩니다. 그리고 주말에 한 번씩, 요즘 뜨고 있는 한자 수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 광고 문구를 읽고 있는 독자들이 학부모라면, 그런 수학학원에 자식를 보내시겠습니까? 라고 반문해 보고 싶다.
수학학원에선 수학을, 영어학원에선 영어를, 태권도 도장에선 태권도를 합기도 도장에선 합기도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태권도를 제대로 가르치면서, 다른 것도 추가로 가르친다고 하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사실 그러기는 무척 어렵다. 손님이 많은 식당은 메뉴가 많지 않은 이치와 같다.
도장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술을 제대로 지도하지 않고 학교체육을 하다 보니, 학부모들은 그럴 바에야 자녀들을 유아체육 또는 스포츠 전문 학원을 보내게 되고, 도장 관장들은 경쟁을 위해 유아체육이나, 전문학원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뜻밖에 합기도 도장의 방향성이 쉽게 풀려가기 시작했다. 태권도장이 아닌 합기도장을 찾는 사람들의 수련 생들의 생각과 학부모들의 생각은 어쩜, 일산에서 만났던 아주머니의 이야기처럼 태권도가 아닌 특공무술 도장을 보내는 학부모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일등 무술 브랜드인 태권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무술을 지도하기보단 체력단련과 학교체육에 치우치고 있는 ‘스테레오 타입’이 점점 소비계층에 퍼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무술을 제대로 배우거나 가르치고 싶은 학부모들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합기도의 생존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일반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류 브랜드의 핸디캡과 교육의 체계의 전문성, 안전성 등에 대한 몇 가지 단점을 극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렇게만 된다면, 오히려, 궁극적으로는 무술도장으로써의 원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이 들었다.
마침 관장도 오랜 기간 합기도를 수련해 많은 제자를 배출한 무도인이었기에 해당 전략이 아주 잘 녹아날 것을 확신했다. 이제 방향이 정해졌으니 해결만 남은 셈이다.
BH 합기도의 탄생

며칠 뒤 바로 솔루션 위원회를 소집했다. 먼저 이류 브랜드 합기도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시급했다. 어떻게 하면, 합기도 도장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류훈 이사는 합기도 브랜드의 핸디캡에 대해서 몇 가지를 지적했다.
류훈 이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태권도는 거부감 없는 국가 또는 국민 브랜드인 반면, 합기도는 좀 더 진지한 무술의 분위기가 더 풍기는데, 그 느낌이 그리 좋은 느낌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장 이름들도 무협지에 나올만한 이름들처럼 너무 강하고 거부감이 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태권도보다 어감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싼 티 나는 무술’ 이라고 정의했다.
바로 그 ‘싼 티 나는 브랜드’를 먼저 바꿔야 했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디자인이 좋아도 이름이 좋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의뢰한 합기도장의 도장명은 어감이 왠지 무협지에 나올 법한 이름 같았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도장을 20년 가까이 해오셨기 때문에, 도장 명의 연속성을 가져가면서도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BH 합기도” 란 명칭이 태어났다. BH는 도장 이름의 첫 글자를 따오면서도 최고의 합기도 교육(BEST HAPKIDO)을 하겠다는 의미로 브랜드 명이 완성되었다.
심볼마크는 합기도의 우아한 원의 움직임과 깃털처럼 가벼운 낙법 등에 착안해서 가볍고 자유로운 새의 날개를 형상화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보니, 그 이미지는 “날개를 달아주십시오.” 라고 이야기했던 관장의 말과 일치하여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도장의 운영 방향성과 브랜드가 탄생하였다.
(다음 편엔 마지막 편인 새롭게 태어난 BH 합기도 편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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