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욱의 무예이야기] 씨름소년 이야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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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노상파안
변종운(卞鍾運, 1790~1866)의 소재집(嘯齋集)에는 「씨름소년 이야기(角觝少年傳)」가 전한다. 열 다섯 먹은 이씨 소년이 바르지 못한 생각을 가진 승려를 물리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을 보자.씨름을 잘 하는 소년은 어디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곽운(郭雲)이라는 이가 여행 중에 씨름하는 소년을 본 적이 있을 따름이다. 곽운(郭雲)은 원봉(圓峯) 이자명(李子明)의 증조할아버지의 외손자이다. 곽운은 어릴 적에 1만 전을 겨드랑이에 끼고 수십 보 깊이의 연못을 뛰어 넘을 정도였다.
곽운은 스스로 힘을 자부해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길에서 마음에 차지 않는 일을 볼 것 같으면 제 몸을 돌보지 않고 달려드는 것이었다.
예전에 곽운이 황해도 연안(延安)의 벌판을 지날 때의 일이다. 승려 하나가 객점 문 밖에 걸터앉아 객점 주인에게 빚 독촉을 하고 있었다. 승려는 몹시 흉악하고 기운이 세 보였다. 마침 그 마을에 어떤 사람이 소를 잡고 있었는데 고삐가 끊어지면서 황소가 달아났다. 황소는 단 번에 몇 길 높이를 뛰어올라 만나는 사람마다 들이받더니 곧장 승려를 향해 돌진했다. 승려는 태연자약하게 앉은 채 주먹으로 소의 이마를 쳤다. 소는 몸이 뒤집어지며 죽고 말았다.
곽운이 그 광경을 보고 혀를 내두르자 곁에서 돗자리를 짜고 있던 이가 “이것은 얘깃거리도 안됩니다. 어떤 절에 커다란 돌이 길을 막고 있던 적이 있었는데, 소 일곱 마리로 끌어당겨도 움직이지 않던 돌을 저 스님 혼자서 옮겨 놓았습니다. 또한 씨름을 좋아하는데, 세상에 적수가 없는 게 한이랍니다. 비록 삼척동자라 할지라도 더불어 씨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씨름을 하며 즐길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윽고 마을 사람들이 승려를 향해 앞 다투어 술병과 술잔을 들고 왔다. 모두 승려에게 빚을 진 사람들이었다. 승려가 마음껏 술을 마시고 있는데, 어떤 한 여자가 소를 타고 객점으로 왔다. 여자는 장옷을 머리까지 덮어쓰고 있었다. 그 뒤에 한 소년이 따르는데 몸이 가냘프기 짝이 없어 옷과 산발의 무게도 감당할 수 없을 듯이 보였다. 여자가 소에서 내려 객점으로 들어섰는데, 얼굴이 반쯤 드러났다. 경국지색이었다. 승려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진짜 요조숙녀로구나”라고 말을 했다.
손으로 소년을 불렀다. 소년이 오자, “소를 타고 온 사람은 네 누이인가? 부인인가?”“라고 물었다. 소년이 말하기를, “이 사람은 제 처입니다.”라고 했다. 승려는 “나는 숲에서 늙어서 그 동안 본 거라곤 산에 핀 꽃과 들에 자란 풀뿐이었는데 지금 네 부인이 내 혼을 녹이는구나. 네게 300냥을 아낌없이 줄 테이니 너는 저라산(苧羅山: 중국 절강성에 있는 산으로 미인 서시가 이곳 출신이다) 아래로 가서 다른 여자를 구해보거라.”라고 말했다.

소재집의 각저소년전
소년은 웃으며, “부차(夫差: 춘추시대 오나라 왕으로 서시에 빠져 국정을 그르친 인물이다)를 즐겁게 하기엔 부족하겠지만 스님의 혼을 녹였다면서 300냥이라니 왜 이리 적습니까?”라고 말하였다.승려는 눈썹을 찌푸리며 “뛰어난 미인 하나 때문에 산에 사는 승려의 살림에서 반이나 떼어 준 것이야.”라고 말했다. 승려는 빚진 자들을 모두 불러 앞으로 나오게 하더니, “내 빛 300냥을 사흘 안에 이 아이에게 갚아라! 그렇게 하지 않는 놈은 박살을 내버릴 테다.”라고 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감히 승려의 말을 거스르지 못하고 “예. 예.”하며 물러났다. 승려는 또 시냇물 남쪽의 밭을 가리키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모두 내 땅이다. 가을에 곡식들이 익으면 소작을 붙이는 스무 집에서 각각 쌀 다섯 섬씩을 바칠 것인데, 그것도 모두 네게 줄 테니 더 이상은 말하지 말라.”고 했다.
또 어린 사미승을 부르더니 주머니 가운데서 열쇠를 하나 꺼내 주며 말하기를, “산에 위치한 절로 빨리 달려가서 베갯머리에 있는 작은 상자를 열고 빚 문서를 가져오너라. 밭문서는 다락 위 시렁 깊숙이 들었으니 내가 절로 올라간 뒤에 가져오도록 하라.”고 말했다.
승려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객점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소년이 “혼인한 지 이제 두어 달이라 한창 정이 좋았는데, 손 한번 못 잡고 이별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승려는 웃으며 “인정상 그렇군, 하지만 결국 이별해야 할 일이니, 너무 지체하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이때 곽운은 불의를 참지 못하는 기색이 얼굴에 드러났지만,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소년은 문득 한숨을 크게 쉬며, “매일 밤 우리 부부가 방 안에서 씨름을 하며 놀았는데, 이제 다시는 할 수 없겠구나.”라고 말했다.
이 소리를 들은 승려가 반색을 하며 “네가 씨름을 잘하나 보구나. 어떻게 나랑 한판 해볼래?”라고 물었다.
[글. 무카스미디어 = 허인욱 전문위원 ㅣ heoinu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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