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명 칼럼] 뜻으로 본 품새선, 그 상징성
![[이경명 칼럼] 뜻으로 본 품새선, 그 상징성](https://mookas.com/webzine_img0/con_img/news_image/110530_main.jpg)
품새선이란? 품새의 길이다. 품새란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규정된 형식에 맞추어 혼자 수련할 수 있도록 이어 놓은 동작이다.”(태권도교본, 국기원, 1987) 다시 말해 품새란 공방의 기술체계를 담고 있는 동작군(群)을 이른다. 인간적 몸짓을 펴며 나를 찾아 나서는 길이 품새선이다.
품새선의 표시는 부호 또는 글자로 이뤄져 있다. 그 중 태극 품새는 팔괘(八卦)의 괘 순서에 따라 ‘~장(場)’이라 불리고 괘의 중앙을 직선으로 연결하여 임금王(왕) 자로 표시한다.
유단자 품새 중 금강, 태백은 산 이름인데 그 품새선은 하나는 뫼 山자를, 다른 하나는 지을 工자로 표시하고 있다. 금강은 “한반도의 정기가 모인 영산인 금강산”을 가리키고 태백은 “한민족의 고대국가인 단군조선이 개국한 아사달의 성산인 붉메(밝은 산)를 의미함. 밝은 산은 얼과 전통의 근원, 신선함을 그리고 홍익인간의 사상을 나타낸다”(같은 책).
금강과 태백은 모두 산 이름이지만 품새선 표시가 동일하지 않는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단지 산을 의미하기에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품새선을 달리 표시한 것이 결코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품새는 사람됨의 길이다. 수련 시 품새를 연마하는 것은 오직 기술숙달이 전부가 아니다. 품새는 ‘사람됨의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품새는 우리들에게 두 가지 가치관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는 생명적 자연관이 태극 품새이고, 다른 하나는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인간관에 있는 품새가 ‘태극인’(유단자 품새-필자 명명) 품새이다.
유단자 품새, 즉 ‘태극인’ 품새는 두 가지 순서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고려에서 일여에 이르는 순서가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태백, 금강, 고려, 평원 순으로 이어지는 것도 난이도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앞의 것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순서라면 뒤의 것은 한민족의 개국 신화를 중심으로 한 순서이다.
교본에 따른 태백 품새의 의미를 이미 알고 있듯이 ‘밝은 산’은 단군 신화에 나온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 신화에 의하면, 환인(桓因)의 서자 환웅(桓雄)이 천하를 생각하여 인간 세계를 탐구했는데, 아버지가 그 뜻을 알고 아래를 보이 삼위태백이 홍익인간 할 만한 곳이라, 여기에 내려 보내서 세상을 이치로 다스리게 했다. 사람이 되기를 바라던 곰은 인내와 극기로 여자가 되어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왕검을 낳았다. 1,500년 동인 다스리다가 중국 세력에 밀려난 단군은 아사달에 숨어서 산신이 되었다.
여기서 태백 품새의 선, 즉 품새선을 보자, 품새선은 지을 工(공)자다. 이는 한민족의 전통 문화적 측면에서 천지인을 지칭하는 것이다. 윗선은 하늘 天(천)을, 아랫선은 땅 地(지)를, 그리고 중간에 직립인 즉 사람 人(인)을 형상화한 부호로 표시한 것이 그것이다.
필자가 주장하는 유단자 품새를 상위 개념으로 ‘태극인’ 또는 일명 ‘천지인’ 품새라고 부르는 까닭이 그로부터 연원하는 것이다. 태백 품새선 ‘工’꼴은 다시 지태, 천권 품새의 품새선의 뿌리이다. 교본에서 지태의 품새선은 한글의 ㅗ모음 ‘ㅗ’로, 천권은 한글의 ㅜ모음 ‘ㅜ’라 부른다. 단지 수련자의 편리를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지태(地跆)와 천권(天拳)은 地와 跆, 天과 拳의 합성어로 자연과 인간을 의미하는 글자다. 음양의 순에서 땅을 기준으로 하면 지천이 되지만, 보편적으로 ‘천지’라 말한다. ‘태’와 ‘권’은 인체에서 하지를 기준으로 하여 ‘태권’이 성립된다. 태권은 손발의 의미너머 그것의 동작적 의미다.
지태는 땅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기에 ‘工’에서 하늘을 상징하는 윗선을 지워 ‘ㅗ’꼴이 됐고 천권은 하늘에서 이뤄지는 행위로서 땅을 상징하는 아랫선을 지워 ㅜ꼴이 됐다. 태백의 천지인 부호에서 지태는 “땅 위의 사람이 하늘을 향해 두 발을 딛고 선 지상인(地上人 ․ 땅위의 사람)을 의미하며”라는 설명이다. 천권은 “만물의 근본이며 우주 그 자체이기도 한 하늘이 가진 대(大)능력을 의미하며”라는 풀이다(같은 책).
그러므로 지태 품새는 “삶의 터전인 땅위에서 두 발로 차고 밟고 뛰는 삶과 싸움을 나타내고 사람의 생존경쟁 속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양상을 동작으로 엮은 것이 지태 품새이다” 천권은 “그 무한한 능력은 창조, 변화와 완성을 나타낸다. 사람이 대(大)능력을 무서워하고 경외하는 마음이 생겨서 으뜸가는 지상의 모양이나 뜻에는 하늘의 이름을 붙였다.
9천년도 더 된 아득한 옛날에 한민족의 시조이신 환인 임금님은 하늘나라 임금이라 불리 우면서 하늘바다와 하늘산 근처에 하늘도읍을 정하셨고, 하늘민족인 한민족의 사상과 행동에서 태권도가 생겨났다. 이런 웅대무비(웅장하고 큼에 견줄만한 것이 없음)한 역사와 사상의 바탕 위에 천권 품새가 제정되었다“(같은 책).
태극인 즉 천지인(삼태극) 유단자 품새 가운데 품새 태백은 한민족 건국이념을 제시하고 있으며 ‘천지’, ‘태권’을 뜻하는 품새로 엮어진 지태, 천권 품새는 한민족의 역사와 사상, 즉 ‘한’철학을 담고 있다.
이렇듯 품새에서 품새선은 품새 이름에 응축된 상징성이 선(線)으로 표시되고 있다. 교본에서는 품새의 선, 즉 품새선이라 일컫고 있으나, 실은 수련자의 닦음에서는 품새 로드(road ․길)라는 표현이 보다 인간적이다.
그동안 우리는 품새 수련의 중요성을 오직 기술적 측면에 편중해왔다면, 이제 기술을 보다 의미 있는 숙련을 위해서도 품새와 품새선이 함장하고 있는 철학과 한민족의 역사, 사상의 이해를 하고 하는 닦음이 소중한 것이다.
그 길의 지향성과 지속적인 단련은 결코는 단련이 곧 수행이라는 등식으로 우리를 기술너머의 차원, 즉 경지로 이끌 듯 하다. 닦고 깨우침을 위해 궁리는 필수적이다.

[글.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 l kyongmlee@hotmail.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