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이야기] 수박기술 이해(1)
충북 진천군발행<국무논총 제2호, 수박론(手搏論, 김재일)>에는 ‘수박 기능보유자 발굴에 즈음하여’라는 제하에 어깨치기(3打), 둘레둘레, 까막치기와 수박치기등을 싣고 있다.
수박의 틀에는 제몸치기, 상대몸치기, 어깨치기 등이 있으며 이들 순서대로 각 동작들을 체화(體化)하는 것이 필요하다. 팔짱을 끼거나 허벅에 손을 올려두고 무릎과 상체를 숙였다 폈다하는 '절구질'에서 모든 것이 비롯됨을 유의해야겠다.
수박의 체(體)는 절구질이다. 체는 본질적인 것을 말하며, 용(用)은 쓰임새, 작용, 역할 등을 일컫는다. 體와 用을 화엄사상(華嚴思想)에서는 이리 말한다. ‘의상조사 법성게(義湘祖師 法性偈)’에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하나에 모두가 다 있으며 모두에 하나가 있으니, 하나가 곧 모두이고 모두가 곧 하나이다. 한 티끌에 우주를 다 머금고, 낱낱의 티끌이 다 그러하다)"
파란 신호등이 켜져야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로 수박의 각 기술들(신호등)은 절구질이라는 체(교통체계)를 바탕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 속에 들어가 있을 때 비로소 수박다운 의미와 고유성이 잘 드러나게 된다. 절구질 없이 무턱대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이다.
수박에는 타 무예종목의 품새(투로, 카타)와 같은 형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박을 박격(搏擊)적인 것에 국한해서 이해할 때는 단순하지만, 사실적인 동작들을 혼자, 마주보고 연습한 뒤에 실제적으로 써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옛 사람 들에겐 더욱 중요하지 않았나 싶다.
이외에 몸짓거리, 장단치기, 일정부분 정형화 되어 있는 수박춤 등의 유희적, 무용적인 요소들이 위의 술기들과 맥을 함께하며 혼재되어 있다. 이것들을 묶인 새끼줄 풀듯해서 손에 잡으려면 지난한 세월이 담보되어야 하는 것이다.

수박은 용쓰기를 비롯하여 형태적으로는 ‘소싸움’과 유사하다. 고대에 ‘치우희’라는 것이 있었나본데 소뿔을 쓰고 박치기를 하는 각저놀이였다. 이 각저는 ‘고금사물원시(古今事物原始)’에 "양손을 땅에 대고 머리로써 부딪치는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작고하신 권태훈 옹의 말씀으로는 전라도에 깨물기가 유명했고, 함경도는 주먹치기, 서울은 발차기라고 하신바 있다. 몸을 치는 행위는 인간의 동물적 표현이라 할 수 있으며, 신체의 단련 외에 힘을 과시하는 것으로서 마오리족의 춤에도 보인다.
원래는 전쟁에 나가기 전 용사들이 그들의 투지를 드러내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목적으로 실행되었다고 한다. 수박춤을 출 때 갑옷을 쳐서 ‘철컥’ 철컥‘하는 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괌에서 차모르족 원주민에게 전해지는 전사춤과 일본의 스모에서도 제몸치기를 하며, 요즈음 ’369‘라는 놀이에서 하는 팔뚝부위로 옆구리를 치는 동작과 비슷하다.
"우리 위구르족은 특별한 무술이 없어요. 굳이 말하자면 박치기요. 여러 말 필요 없소. 그저 휙 날라 박치기로 한방 먹이면 끝나오"……. ’맘이 안 맞으면 들이받고 봤다‘(함경도)는데 지척인 평안도박치기도 따지고 보면 연관이 있을 것이다. 수박에도 박치기가 있다.

송창렬 옹이 수련을 지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명성황후 조카인 반공투사 민완식 선생 계보를 이은 오진환 할아버지(2002년 작고)와 중국 길림성의 김달순, 함경도 김만석 계열의 수박 기(技)를 망라해서 체육적 가치를 지닌 것과 단지, 전승에 국한해서 보존해야 할 것들을 구별하여 전수하고 있다.
택견의 ‘이크’는 기합인가?
[사진설명 : 우측은 ‘태견’(김정윤 저, 2003)에서 발췌한 것이고 좌측은 송창렬 옹(2004년) 이시다. 말 많은 한국 무술계에서 시기적으로 1년 정도 뒤에 찍은 것이 아쉽다. 그러나 그 전에 시연하신 영상이 존재한다.]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졌다. 갑자기 떠 오른 생각인지라 한자 적고 넘어가겠다. 일전에 얻어 읽은 구한말의 신문에 ‘이크’는 아래와 같은 의미로 써졌었다.
여자들이 놀랄 때 무어라고 하는가? 어머나! 에구머니!... 별 의미 없는 감탄사일 뿐이다. 단전에 기(氣)를 운운하는 것은 조금 그러하다. 아랫배에 힘주며 짧게 발성할 때 모음이나 자음의 조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 자체는 의미의 변용임을 알면 좋겠다.
중국 도가에서는 양생의 목적으로 인체의 오행에 따라 ‘육자결’이란 것도 하고 잡다한 것들이 많다. 단적으로 예전의 수박이나 택견은 건강목적이 아니었다.
수박의 경우도 특별한 기합 같은 것은 없다. 글 중에 택견과 관련한 내용은 어차피 씨름이나 택견 등이 수박의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기인하는 것이니 관계되는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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