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 세계 태권도 경기 흐름을 바꿔

[이지성 태권도 문화 바꾸기 - 7]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의 경기력 향상 방안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 남자 헤비급 금메달 조철호(한국체대)의 결승전
2011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다. 지난 주 경기 문화에 이어 이번 주는 경기력 향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2011년 태권도 경기의 가장 큰 변화는 전자호구를 꼽을 수 있다. 태권도 경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영구 종목으로 살아남기 위해 경기의 공정성을 높이려 도입한 전자호구가 이번 경주 대회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전자호구에 대한 사용을 반대한다. 무도 태권도 정서에 따른다면, 심판에 대한 불신임은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적인 측면에서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경기 판정을 위해서는 전자호구도 대안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하지 않고 전자호구를 공부하고 체력훈련을 보강하라고 말하고 싶다. 태권도경기는 최고의 격투가를 뽑는 것이 아닌 경기 규칙을 통한 우승자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주 대회에서 눈여겨보았던 몇 게임을 소개할까 한다. 무카스에도 영상이 있으니 이글을 읽고 경기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첫 번째 경기는 우리의 기대주 이대훈 선수의 경기 장면이다. 결승전에서 두 선수가 사용한 발차기는 앞발 들어 밀어차기와 뒷발 받아차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경기를 자세히 보면 앞발 공격을 아주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왜일까? 라저스트 전자호구는 접촉에 의해 점수가 나는 방식이라 정확한 몸통 돌려차기가 아니면 점수가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발바닥의 센서로 밀어 차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기를 보자 아깝게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차동민 선수의 경기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온다. 그리고 시합중 도복의 바지를 잡아 올려 발 공격 시 전자호구에 접촉을 높이려는 심리적 행동까지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최고 하이라이트 경기라 평가되고 있는 타제굴(터키) 선수의 경기를 보면 회전을 통한 다양한 공격 시도와 8:4의 점수에도 8:9로 역전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을 볼 수 있다.
즉 그 경기는 기술 및 체력 훈련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수없이 많은 회전과 지치지 않는 체력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한 것이다. 앞으로 태권도 경기 흐름의 방향이 그러한 쪽으로 향할 것이다.
이번 대회는 라저스트의 호구를 통한 방식이라 몸통 점수가 잘 나지 않았고, 기존 태권도의 화려한 연속차기에 대한 점수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얼굴 득점에 많은 전략을 세웠지만, 기존의 뒷발보다는 거리 조절이 용이한 앞발 전술이 많이 나왔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예상했던 경기의 화려함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전자호구에 대한 적응을 잘하여 경기에 대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고 득점을 쉽게 하고 실점을 적게 하는 방법도 이미 터득하고 있었다.
얼마 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대도의 전자호구를 사용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렇다면 또 다시 경기 흐름은 바뀔 것이다.
대도 전자호구가 첫 선을 보인 제6회 KBS 코리아오픈 국제 태권도 대회에서 시합을 뛴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보면 대부분이 득점이 쉽게 잘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마도 런던 올림픽의 경기에서는 경주의 대회보다는 득점이 많이 나오고 많은 실점도 나올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대도의 접촉방식은 자석의 원리에 있기 때문에 라저스트보다는 확실히 점수가 많이 나올 것이다.
이에 전자호구에 대한 특성을 고려하여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회는 경주 대회처럼 앞발만을 사용하여 경기를 한다면 많은 점수를 잃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스치는 발에도 점수가 잘 나왔다고, 이야기하는 지도자도 있었으니 많은 발차기를 구사하는 공격적인 선수가 유리할 것이다.
즉 이제 선수들은 탄력적이고 적극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한국선수들은 연결발차기와 돌려차기 득점이 강한 반면 외국선수들은 견제발을 잘 사용한다.
대도 전자호구가 뒤차기 득점이 잘 된다는 평가가 있지만 공격이 아닌 수비동작에서 상대 선수가 공격을 들어오는 상황에서 견제발이나 커트발에도 득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전자호구 시스템이 도입된 뒤로 한국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2008년 4월 아시아 선수권대회 남녀 성적 종합 4위로 18회 연속우승이 좌절되었고,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여자부 1위를 처음으로 중국에 내주었고 월드컵태권도 단체 선수권대회에서도 1위는 이란이었다. 지난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도 이란과 중국에게 남, 여 1위의 자리를 내주었다.
여기에는 선수들 기량의 문제보다 우리의 전략적 실패가 더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즉 전자호구에 대한 각각의 특성과 득점 방법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위한 선수들의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세계 태권도계에서 한국의 성적이 계속 부진하게 되면 세계를 이끄는 태권도 지도자가 종주국 대한민국이 아닌 중국이나 이란의 지도자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경기 관련 기관 에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겠다.
끝으로 과거 한국의 태권도 챔피언이 세계의 챔피언이었던 시절이 아닌 세계 속에서 치열한 경쟁과 변화가 많은 현재 상황에서도 묵묵히 훈련하며 땀을 흘려주는 한국의 모든 태권도 선수들에게 태권도를 조금 먼저 한 사람으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당신들이 있어 태권도의 종주국은 대한민국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글. 이지성 관장 / 아이탑 태권도장, 체육학박사 / jis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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