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 태권도 기술 퇴보시켜… 해결 방안은 없는가?
유럽태권도연맹(ETU) 안젤로 치토 기술위원장 인터뷰

유럽연맹 안젤로 시토 기술위원장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린 후 경기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재조명이 시작되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동안 올림픽을 준비해온 각국 선수단의 경기력을 점검하는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이번 대회가 끝난 후 유럽태권도연맹 안젤로 치토 기술위원장(Angelo Cito, 이탈리아태권도협회 사무총장)이 <무카스>와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그는 “대회 진행 기술적인 부분의 세심한 분석을 했다”며 “그 중 전자호구에 대한 문제점에 많은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에 말에 따르면, 심판판정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호구는 200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럽태권도선수권에서 처음 시범 사용되었다. 이어 2009 바쿠 월드컵에 처음으로 공식 도입됐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차례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 왔다.
다음은 그가 말하는 전자호구에 대한 문제점과 보완 방안에 대한 전문이다. 번역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경희대학교에서 태권도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마르코 이에나(Marco Ienna)가 했다.
<전자호구를 세계선수권에 두 번째로 사용한 결과>
세계대회에서 전자호구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각 대륙연맹과 여러 나라에서 국제대회를 통해 사용되어왔다. 전자호구 사용이 수년간에 걸쳐 경기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아직 완전하지 못한 기계로 평가되고 있다.
그 이유는 전자호구 사용으로 기계 판정에 의존하다 보니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게 평가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다. 매번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선수들은 실험 대상으로 전자호구를 사용하게 되는데, 그 결과를 토대로 기계의 오판이 발생하는 미흡한 점은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전자호구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이고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선수가 공격했을 때 그 기술을 인식하지 못하면 유효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선수들은 득점을 위한 기술을 습득하는 성향을 띄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태권도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발기술 보다는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요령 발기술’만 선택하게 되고, 결국 태권도 발기술의 체계도 퇴보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태권도 고단자들이 태권도 기술 발전을 위해 많은 연구를 해 온 것이 이런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언젠가는 그런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 것 같아 안타깝다.
전자호구의 기술 체계가 스포츠 태권도의 평준화를 위한 강점이긴 하지만, 정작 능력 있는 태권도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단점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체조나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는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을 평가하는데 제약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게 규정을 바꾼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전자호구의 문제점과 해소를 위한 해결방안>
태권도의 특징은 화려한 발차기에 있다. 따라서 태권도의 환상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서는 참가 선수들의 기량에 맞는 화려한 발차기를 표현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득점이 반영되어 한다.
하지만, 그런 고난도 기술을 인식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전자호구 때문에 완벽한 기술을 발휘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선수들은 태권도 본래 기술이 아니더라도 득점과 연결된다면 어떤 기술이라도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 이유는 힘들게 화려한 발차기를 시도할 필요도 없고, 하기 쉬운 호구 부분이 아닌 심판들의 판정으로 득점 할 수 있는 부분을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호구의 공격부분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전자호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선수들은 시합의 주역으로 우리는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선수에게 피해가 가는 부분은 과감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예를 들어 수영을 생각해 보자. 몇 해 전 수영복에 대한 규제가 없어 신소재 수영복 착용으로 많은 세계 신기록이 경신되었으나, 협회에서 이 수영복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져 다시 예전 수영복을 입게 규제하였다.
순수한 선수들의 기량보다 수영복의 소재에 의해 기록이 나온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합법적인 도핑과 다름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전자호구를 도입하게 된 계기 결과>
처음 전자호구를 도입하게 된 동기는 시합에서의 공정하지 않은 심판 판정을 견제하려는 방안으로 채택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태권도를 잘 모르는 관중의 오해를 줄이고, 경기에 대한 보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 즉 스포츠의(태권도) 공정한 페어플레이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다. 시스템의 완전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관중의 흥미를 위해 득점 규정을 바꿔 차등 점수제를 도입했는데, 화려한 기술유도가 전적으로 심판들의 판단에 의존하는 얼굴 공격에 집중되어 있다.
호구 부분을 공격하는 기술이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몸통 공격 횟수가 많이 감소하였다. 본래 의도와 다른 결과를 가져와 태권도 지도자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혼동되는데 태권도경기를 관람하는 일반인들의 이해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결론적으로 전자호구는 태권도의 보급화면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 규정이 확실하지 않고 복잡하면 관중의 올바른 이해를 유도할 수 없다. 또한, 심판의 판정과 자신의 판단이 일치되지 않으면 경기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스포츠는 항상 관중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야 한다. 인기도가 높은 스포츠의 규정 중 규칙이 복잡한 스포츠는 없다. 예를 들어 축구를
보자. 공이 골대에 들어가면 점수가 올라가고 반칙규정도 복잡하지 않아 모든 사람의 공감대가 쉽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경기를 통해 스포츠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기에 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한 욕심이 있다면, 태권도도 다른 스포츠를 참고하여 잘못된 규칙은 과감하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호구에 대한 시각>
다른 스포츠인의 기계 사용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기계의 기능이 완벽하다는 전제하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사용하는 사람에게 안전성과 확신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에 대한 의견>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매우 대단한 선택이라고 본다. 경기의 부분 재생 분석에서는 탁월하다. 하지만, 기계뿐만 아니라 이를 판독하는 심판의 능력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올림픽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점>
첫째, 지금의 문제는 경기 규정을 먼저 만들고 전자 호구를 만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규정과 호구의 기능이 서로 맞지 않아 매번 규정을 바꾸다 보니 전반적인 태권도 기술 체계까지 바꾸어야 하는 일이 발생하는 일이 생길 것 같아 걱정되고 두렵다. 이는 시작점이 아닌 목적지부터 시작한 것 때문에 발생한 결과이다.
둘째, 태권도는 많은 심판을 활용하는 스포츠 종목 중의 하나이다. 선수 두 명을 평가하기 위해 부심 4명, 주심 1명, 비디오 판독관 2명, 촬영기사 2명 등도 모자라 전자호구까지 사용하고 있다.
한 경기를 평가하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많은 심사관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게 판정도 완벽해야 함에도 경기 득점 결과가 그렇지 못한 것을 개선해야 한다.
<앞으로 태권도의 개선점>
태권도 전문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문제점 해결에 대한 연구를 맡긴다면 분명히 좋은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더 좋은 제품을 위해 전자호구 제조회사에 더 많은 노력을 요청하고, 경쟁도 시켜야 한다.
앞으로 태권도 스포츠를 더욱더 전문화하고 투명하게 향상하기 위해 관계 기관의 책임자들이 노력한다면 좋은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무카스미디어 = 마르코 이에나 글로벌 리포터 ㅣ mookas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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