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독단적 ‘히든카드’ 역효과… 태권도계 반발 거세

부회장단 총사퇴 지시는 월권행위, 일부 부회장 사표 제출 거부 의사 밝혀
대한태권도협회 홍준표 회장(57,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유의 저돌적인 행동이 그 이유다. 18일 회장단 긴급회의를 소집해 ‘부회장단 일괄 사퇴’를 요구한 것이 화근이다. 현장에 참석한 부회장단들은 홍 회장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긴급회의가 끝난 후 홍준표 회장은 의기양양하게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부회장단은 홍 회장이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배웅했다. 뒤로 돌아선 부회장단은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후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차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내용이 <무카스>를 통해 태권도계에 알려지자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던 부회장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급기야 홍 회장의 일방적인 지시에 8명의 부회장 중 일부가 반감을 드러냈다.
정치인다운 국면전환용 ‘액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날 결과를 사무국에 지시해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일반 국민들이 봤을 때는 “책임지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정치권에서 통할지 모르지만, 태권도계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태권도계를 대표하는 일부 부회장들은 “일괄 사퇴 지시는 사전 논의가 없는 그의(홍준표 회장) 일방적인 돌발행위”라며 “이는 태권도 인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표 제출을 거부할 견해를 내비쳤다.
홍준표 회장은 최근 태권도 국제대회에 출전한 한국선수단의 성적이 부진하자, 그에 대한 책임을 사무총장을 넘어 부회장단 전체로 묻기로 했다. ‘분위기 쇄신’이라는 목적으로 사무국에 국제 경기력 향상 및 운영방안과 태권도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개혁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KTA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정반대 기류가 흐르고 있다. 부회장단 일부를 비롯해 시도협회 관계자 등 태권도 제도권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태권도인은 이번 사태에 “회장도 함께 책임을 져라”라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임춘길 부회장(국기원 부원장)은 “국기원과 관계가 있어 묵묵히 있었다. 어제 회의는 분명히 회장단 회의라는데 부회장인 나는 전혀 참석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이유가 어쨌든 일방적으로 부회장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월권이고 독단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회를 열어 이사 및 임원들과 조언을 듣고, 이를 종합해 문제의 심각성을 따져 밑에서 자연스럽게 총사퇴 결의나 재신임 형태로 회장에게 일임하는 형태로 일을 처리하는 게 상식적인 절차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회장은 “어제의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다. 임원들을 우습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부회장 중에서 수십 년 넘게 태권도를 위해 봉사해온 분도 있다. 이런 분들의 경륜과 노고, 고견을 무시한 채 사퇴하라는 것은 경우에 어긋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전국태권도시도협회 전무이사협의회 오승철 회장(경남협회 전무이사)은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 부회장들에게 사표를 내라고 하는 것은 좌우,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부회장들이 가라면 가고, 사표를 내라고 하면 내야 하는 꼭두각시냐”고 일갈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도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회장의 사퇴 지시에 어는 누구도 면전에서 반대는커녕 동의를 했기 때문이다. 임원이라면 사안에 따라 소신발언도 할 줄 알아야 한다. 회장 앞에서는 꼼짝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뒤늦게 불만을 토로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만약 8명의 부회장 중 일부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순조롭게 KTA를 이끌어왔던 업적을 뒤로하고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앞으로 집행부 구성과 개혁을 어떻게 이끌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홍준표 회장은 2008년 6월 김정길 전 회장의 중도하차로 공백이 된 협회장 선거에 당시 집권여당 원내대표로 김성태 현 부회장과 경선을 치러 당선됐다. 잔여임기 7개월을 포함하여 4년 7개월의 제24대 회장에 취임, 3년째 KTA를 이끌고 있다.
취임 초반 정치권 실세답게 태권도계의 현안으로 떠오른 ‘국방부장관기대회 부활, 국세청 부과세 부과문제 해결, 코이카 인원 증원, 태권도공연 관련 국비확보’ 등을 해결해 역대 어느 정치인 협회장보다 눈에 띄는 업적을 쌓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자신의 결정이 태권도계 안팎으로 파문이 일어난 것을 어떻게 헤쳐 나아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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