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경기 문화’ 이대론 안 돼… 문화를 만들자!

[이지성 태권도 문화 바꾸기 ⑥] 문화가 숨 쉬는 태권도의 경기문화를 만들자.

태권도의 경기문화를 바꿔보자는 내용으로 2주에 걸쳐 제안하고자 한다. 이번 주는 ‘태권도 경기를 통한 경기문화’를 만들자는 내용을 다루고, 다음 주에는 ‘전자호구를 통해 일어난 경기의 흐름’에 대하여 이야기하겠다.
2011년 5월 6일 필자는 경주에 있었다. 2011 제주 세계선수권 이후 1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역사적인 세계선수권대회의 마지막 결승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일선 도장에서 태권도를 지도하고, 태권도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태권도 경기장은 여전히 낯설다.
왜일까? 태권도 경기장은 ‘경기만 치러지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태권도 경기장은 그 만의 고유한 문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수련생들과 함께 시합을 관전할 때 더욱 느낀다. 태권도 경기에 중요한 교육적 가치는 무엇이며 눈으로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지만, 아직은 바램으로만 남아 있다.
경주 세계대회뿐만 아니라 한 해에도 여러 태권도 대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대회마다 태권도 문화를 심어보려는 노력이 있는 대회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경주대회에서도 경기장 밖에서 태권도와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조형물은 있었지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선수단, 관람객 등에게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으로 기억한다. 2000년도 대학연맹 상임심판으로 활동하던 나는 태권도 경기에 있어서 심판에 대한 문제점과 경기운영에 대한 문제점이 있음을 느꼈다.
즉, 태권도 경기장에서는 관람 문화가 대중화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관중은 없고 시합에 관련된 관중만 있으며, 경기장 내에서는 코치들은 선수의 잘못을 거침없이 지적하고 시합을 뛰는 선수를 두고 심판과 코치 간의 갈등 또한 심각했다.
경기장은 그저 이기는 것만이 중요하고 전부였다. 문제는 그런 경기장 분위기가 현재도 거의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태권도 경기장은 축제 분위기로 모든 사람이 승패를 떠나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주대회에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프랑스 친구와 함께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보기 위해 단상 옆 경기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관전했다. 경기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고 발이 나가는 등 경기에 몰입되었다. 경기가 끝나고 프랑스 친구에게 경기가 어땠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경기가 끝나고 한국선수가 이겼을 때 박수를 치는 사람은 한국사람 뿐이었다. 다른 세계 선수며 관중의 박수는 없고, 경기가 온통 한국 선수 대 세계 선수의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승패를 겨루는 시합에서 이기기만을 위한 태권도는 화합이 아닌 경쟁만이 남는다는 이야기에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태권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큰 걱정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많은 사람이 이제 태권도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세계 197개 회원국이 가입한 것만으로 충분히 세계적인 태권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모든 면에서 한국이 언제나 우위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태권도를 경기로만 보지 말고 우리의 문화를 심어 종주국인 한국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경기문화를 만들어 보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또한, 경기에 이긴 선수뿐만 아니라 패한 선수를 위한 배려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경주대회의 영웅 -68kg급의 타제굴(터키, 남자 MVP 선정)선수와 우연히 만나 사진을 찍었는데, 괜히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2011년도 경주에서 탄생한 세계 챔피언에 대한 대우는 우리나라 씨름의 천하장사 대우보다도 못했기 때문이다.
태권도 경기장에 경기는 있지만 스타는 없었다. 우승 한 선수의 노력을 알리고 극대화해서 스타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경기를 주최하는 기관에서도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선 태권도 지도자들도 겨루기와 같은 시합에서 이기는 것이 전부가 아닌 승자에게 환호를 패자에게는 격려를 통한 모두가 승리자임 수련생들에게 인식시키며, 올림픽과 세계 대회에 우승한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경기 결과만을 중요시하고 결과를 이뤄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선수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런 문화만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스타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누가 만들어 준단 말인가? 또한 세계대회라면 경기에 탈락하고 시간이 여유로운 해외 선수들에게 한국을 알릴 좋은 기회인데, 그에 대한 기획도 필요하지 않을까?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태권도 대중화를 위해 빈번한 미디어 노출이 중요하다. 경기의 미디어 노출은 다각적인 홍보가 필요한데, 이번 경주대회를 선전하는 내용이 TV를 통해 얼마나 대중에게 알려졌는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주요 경기에 대해 이제는 꼭 대중 매체가 아니더라도 대중에게 노출할 수 있는 매체(블로그, 소셜네트워크 등)가 많이 생겼는데, 거기에 대한 노력이 있었는지도 주최 기관에서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태권도 대회가 아주 잘 기획된 태권도 홍보 수단이 되어야 하며, 그것이 태권도를 대중화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을 기대한다.
태권도 대회 덕분에 지역 상권과 태권도장에 도움이 된다면 태권도 경기를 유치하기 위한 지역 단체 간의 노력도 더 많아 질것이다. 나아가 세계대회라는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좋은 기회를 살려 태권도 경기 문화를 전파한다면, 경기에서 누가 우승을 하던 승자든 패자든 세계가 한국의 문화에 동화되어 한국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글. 이지성 관장 / 아이탑 태권도장, 체육학박사 / jis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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