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이경명 칼럼] 품새는 텍스트이다

[이경명 칼럼] 품새는 텍스트이다



품새는 텍스트이다.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수련의 길이 다르게 드러난다.

텍스트로서 그것이 무엇인가? 라는 정의, 의의, 의미, 사상 등으로 확장된다. 품새는 태권도 정신과 기술의 정수를 모아 심신수양과 공방원리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나타낸 행동철학이고 의의는 공격과 방어의 기술을 규정된 형식에 맞추어 혼자 수련할 수 있도록 이어 놓은 동작이다(태권도교본, 국기원, 2005).

우리가 품새를 수련한다는 것은 오로지 기술적인 숙련성 만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수련을 통해 보다 차원을 달리하는 정신성 고양을 지향하는 것으로써 정신적 측면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을 듯하다. 그것은 바로 수양, 체득 등 수행하는 자의 내면의 세계를 심화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품새의 구조적 이해로 품새의 5행적 구성요소가 첫 번째 순서일 듯하다.
품새는 품새명(名·이름)에 따른 품새선(방향 기호 포함), 준비서기(5종류), 동작군(특히 품새명에 따른 새로운 동작), 기합(1~3번), 흐름새(리듬) 등이다.

품새의 특성은 수행자 자신을 이미지화한 상대로 하는 수련으로, 대자적 행위라 이른다. ‘기본’(기본동작)도 이에 속한다. 이에 반해 겨루기, 격파, 호신술 등은 내 앞에 마주한 상대방을 상대로 하는 수련으로, 이를 대타적 행위라 한다. 대타적 행위는 대인(對人)과 대물(對物)로 나뉜다.

품새명은 수련자 수준을 기준하여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태극’ 품새(유급자용)이고, 다른 하나는 ‘태극인’ 품새(유단자용)다. 태극 품새는 8괘에 따라 1~8장(場)으로 나뉘고, 태극인 품새는 9단계로서 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십진, 지태, 천권, 한수, 일여 등 독창적 이름이 정해져 있다.

품새선은 품새의 선(線)을 말한다. 품새선은 품새명에 상응한 상징성을 부호나 글씨로 표시된다. 품새선 방향 부호의 원리는 전후좌우 등 동양적 어순에 따라 우리말 가나다라로 표시한다. 방향 기호는 ‘가’~ ‘마’ 까지로 역시 5행적 체계이다. 이때 ‘나’의 위치에서 뒤 방향은 ‘마’로 표시된다.

품새선상 행하는 자의 시작점은 품새선의 아랫부분 가운데가 된다. 수행자의 위치는 ‘나’로 표시한다. ‘나’란 위치이며 수행자 자신을 일컫는 자기(Self)라는 개념으로 철학적 의미가 깊다. 예외로 중심부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一” “十” “水” “卍” 등이고 천지인을 상징하는 기호 즉‘工’ 자는 둘로 나뉘어 지태와 천권 품새선이 된다. 편리상 한글의 ㅗ모음 ㅜ모음이라 부른다.

다섯 가지의 준비서기 가운데 ‘두 주먹 허리서기’는 일여 품새에서 동작으로 두 번 나온다. 통밀기 준비서기는 통밀기 동작으로 품새 평원에서 한 번 나오고, 보주먹 준비서기는 보주먹 동작으로는 품새 태극 7장에서 한 번 나온다.

품새의 진행 방향은 태극 품새에서 8장을 제외하고는 좌우 즉 ‘다’에서 ‘라’ 방향으로 진행된다. 태극 8장의 품새선의 본(本)은 8괘 “☷”이므로 좌우의 원리를 따르지 않고 전후의 원리가 적용된다.

품새선에서 글씨로 표시된 “山”“一”“十”“ㅗ”“ㅜ” “水” “卍” 등은 글씨를 쓰는 획 순에 따라 진행됨이 특징이다. “ㅗ”“ㅜ” 품새선 원리는 별도로 다룰 것이다.

품새의 시작과 끝(始終) 동작은 일여 품새를 제외하고는 모두 ‘막기’에서 ‘때리기’(방어에서 공격)로 끝난다. 단, 일여 품새는 ‘막기’에서 ‘막기’ 동작으로 시작과 끝남이 ‘하나’가 된다. 이는 『천부경』의 첫 구절과 끝 구절 즉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과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이라 하듯, ‘한(하나 · 一)’에서 비롯됨이니 비롯됨(始)이 없는 ‘한(一)’이고 ‘한(一)’에서 마침(終)이니 마침이 없는 ‘한(一)’이다. ‘한’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마지막 단원인 일여 품새는 막기에서 막기로 끝난다. 그 까닭이란 두 가지로 상정해 볼 수 도 있다. 하나는 태권도 무도는 자위수단으로 도의 가르침에 따르고자 하는 겸손정신이고, 다른 하나는 수련이란 생을 걸고 닦아야 할 끝이 없는 시작이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각 품새의 동작군(群)에서 특히 ‘새로운 동작’은 그 품새의 난이도를 대변한다. 각 품새마다 새로운 동작이 보이는 데 1개 동작(태극 2장)에서부터 많게는 9개의 동작(십진)이 보인다. 새로운 동작으로 인해 품새는 품새선에 따른 배열과 함께 품새의 정신사상에 부합되는 기세로서 흐름새(리듬)를 좌우하는 것이다.

기합은 품새의 리듬을 절정에 이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기합의 위치는 품새의 절정(climax)을 이루는 고지이다. 그 횟수도 품새에 따라 다르며 한 번 내지 많게는 세 번(십진)을 지른다. 태극 품새는 8장(2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 번이고 태극인 품새는 두 번이 공통인데, 단 십진은 3번, 천권은 1번이다.

태극 8장은 땅을 의미하기에 2번, 천권은 하늘을 의미하기에 1번 그리고 십진은 많음을 의미하기에 3번을 넣게 되는 철학적 의미가 있다.

우리말로 ‘흐름새’는 생소한 용어가 될 듯하다. 영어 Rhythm(리듬)이 그것이다. 하지만 리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또는 잘못이해 되고 있는 듯하다. 품새 경기에서 평가 항목 중 하나인데, 리듬에 대한 설명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표현성의 세부 기준 항목으로서 “강유-완급-리듬”으로 되어 있다.

『WTF태권도용어정보사전』(상아기획, 2010)에 따르면, 리듬(律動, Rhythm)이란 운동과 질서 사이의 관련성이다. 리듬은 운동·시간·공간에 관계하며 무엇보다도 품새에서는 동작과 동작 상호간의 균형에서 만족스러운 질서를 의미한다. 리듬은 운동주기 때문에 특정한 시간 주기 내에서 동일한 요소와 구조의 규칙적인 반복을 뜻한다. 리듬은 동작의 묶음, 동작의 강유(剛柔·굳셈과 부드러움)와 완급(緩急·느림과 빠름) 등에 의한 질서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듯 품새는 텍스트다.
단지 품새도보(圖譜·그림과 설명)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보(棋譜), 악보(樂譜)도 마찬가지이다.



[글.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 l kyongm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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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ㅎㅎㅎ 2011.05.16
이렇게심오한 철학이 여기있나니 ㅎㅎㅎ 에기들빼고는 다아는것 아닌가요?ㅎㅎㅎ
hero999usa 2011.05.17
ㅎㅎㅎㅎ~~~ 크크크크~~~~ 글쓰는 이의 양심과 자존심은 유럽으로 유학을 가셨나요? 학문과 항문의 차이는 언행일치에 있습니다. 부디 ~~~~무도인으로서 "의"의 길을 가시기 바랍니다.~~~
소장님!! 2011.05.18
직접 시연하신 품새 영상좀 올려주세요 한번 보고 싶어요 이론이 해박하신 분에 멋진 품새 영상을 말이죠 태권도는 행동하는 철학 이라고 아는데요 맞으믄 머리로 쓰는 글말고 몸으로도 좀 보여줘 보세요
소장님께서는... 2011.05.21
정말 안티가 많으신 듯... ㅎㅎ 왠지 욕먹으려고 글 쓰시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