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때문에 목숨 끊은 교수… “성인군자와 같은 분”


빈소에 태권도복을 입은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제공=태권도조선]
지난 10일 밤, 경기도 화성의 장안대학 생활체육과에 재직 중인 이창근 교수(64)가 동료 교수와 큰 싸움을 붙었다. 현장을 벗어난 이 교수는 다음날 학교 옥상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확실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11일 부검을 했다.
이번 사건의 대상자 모두 대학에서 태권도 전공생을 지도한 터라 태권도계가 술렁거렸다. 사고에 앞서 최근 경기도태권도협회 업무상 횡령사건과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한 태권도대회장. 대회와 상관없이 곳곳에서 장안대학 사건이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카이스트 대학 교수들의 잇따른 자살에 이은 사건이라 충격이 크다. 이와 함께 사건에 대한 전말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故 이창근 교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움과 안타까움과 감추지 못했다. “강직한 분”, “명예와 자존심을 우선으로 하는 분” “평생을 부끄러움 없이 사신 분” 등 모두가 존경심을 표했다.
용인대 류병관 교수는 “참으로 안타깝다. 믿기지 않는다. 이 교수님은 태권도계에서 몇 안 되는 존경받을만한 분이시다”며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제자에게 찾아가 지도를 받은 분이다. 성격은 대쪽같이 곧고 강직하신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를 존경하게 된 일화를 소개했다.
“입시 철이 되면 타 대학에 심사위원으로 간다. 많은 대학이 외부 심사위원을 초청하고 특정 입시생을 잘 봐달라고 청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장안대학에 간 적이 있었다. 이 교수님께서 나를 부르더니 부탁이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뜻밖의 부탁을 하셨다. 말씀하시기를 비록 우리 대학이 전문대학이지만, 실력 있는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발 실력대로 평가해달라고 하셨다.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한 참 후배인 나에게 계속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셨다”
또 다른 교수는 “사고 나기 하루 전날 전화통화를 했다.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이 교수님은 매우 강직하신 분이다”며 “명예와 자존심을 우선으로 하는 분이다. 이번 경기도협회 사건에 휘말리면서 화가 지나치셨던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태권도계 문제로 귀중한 분을 떠나보내게 돼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평소 고 이창근 교수를 잘 알고 지냈다는 한 태권도인은 “후배들에게 늘 모범이 되셨던 분이다. 학생들에게도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한마디로 성인군자 같은 분이다”며 “음지에서 묵묵히 후학양성을 애쓰신 분이 한 협회의 지저분한 일로 생을 마감하게 되어 너무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창근 교수의 제자이기도 한 황인식 사범(국기원 강사)은 “태권도 발전과 제자 양성에 힘써 훌륭한 분이다. 평생을 부끄럽지 않게 사신 분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분에게 말도 안 되는 오명이 씌었으니, 오죽했으면,,,”고 말을 잇지 못하면서 “경찰에서 조사하니 곧 밝혀질 것이다. 그분을 죽음으로 내몬 당사자들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근 교수는 생전 태권도에 관한 학문적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1996년 ‘태권도의 역사적 유래와 정신적 가치에 관한 연구’, 2001년 ‘아동기 태권도 교육의 개선방향에 관한 소고’ 2002년 ‘태권도 도장의 교육적 기능과 역할에 관한 연구’, ‘태권도 지도자의 지도유형과 수련아동의 정서발달 관계’, 2007년 ‘태권도 수련이 신체변화와 정신력 강화에 미치는 영향’, 2008년 ‘태권도 집단수련이 대인관계 형성과 사회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의 연구물을 남겼다.
이창근 교수의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차려졌다. 태권도복을 입은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한 태권도인이 “태권도 때문에 억울하게 죽었는데, 왜 태권도복을 입은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해놨느냐”고 따지자, “자녀들이 말하길, 아버지께서 생전에 태권도를 너무도 좋아하셔서, 태권도복을 입은 사진을 골랐다고 했다”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고인의 빈소에는 평소 그를 알고 지내던 태권도 인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발인은 13일 오전에 진행되고, 장지는 안동 선산으로 모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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