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WTF의 전자호구 문제 대처와 '묻지마식' 행정
국제스포츠기구에 걸맞은 투명한 행정-시스템-전문성 갖춰야
심판판정의 공정성을 위해 도입한 전자호구가 여전히 말썽이다. 지난달 종주국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중대한 대회에서 시스템 오류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뀌는 대형사고가 터졌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 사용이 유력시된 전자호구에서 문제가 터졌는데도 이를 관장하는 세계태권도연맹은 적극적인 대처보다는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WTF는 4월 5일 한국체대에서 문제의 라저스트 전자호구의 시스템 오류가 수정되었는지 ‘테스트 평가전’을 열었다. 체급별 20경기를 치른 다음 최종 점수와 시스템 기록상 점수를 대조해 ‘일치’하는지를 평가했다. 제조사 측은 100% 완벽하게 수정이 됐다고 주장했지만, 테스트를 시행한 WTF에서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테스트는 WTF 경기·심판부에서 직접 진행했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열린 전자호구 성능보완 테스트라는 민감한 현안인 만큼 전문기자들도 대거 취재에 나섰다. 이에 WTF 관계자에게 테스트 목적과 방법 등을 질의했지만, 담당 사무차장은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WTF로서 ‘기밀’이라 할 만한 게 전혀 없다. “무슨 목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냐”,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등 매우 원론적인 질문이었다. 그런데도 ‘노코멘트’로 모든 질문을 잘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자호구 문제를 더는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라고 말했다.
전자호구 문제는 세계 각국의 태권도 선수, 지도자, 협회 등에게 매우 중요하다. 심판판정의 공정성을 바로잡아야 하는 태권도로서는 더욱 큰 문제이다. 따라서 문제를 봉합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동안 발생한 모든 문제점과 앞으로 나올 문제요소를 모두 끄집어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사항은 누구에게나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전문지는 태권도 발전과 피해자가 없도록 투명하게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 기관은 모든 진행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처럼 폐쇄적인 사고로 ‘묻지마식’으로 기본 정보마저 기밀에 부친다면 불신만 초래하게 된다.
WTF는 세계 태권도를 총괄하는 국제스포츠기구로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사무 부처는 행정의 투명성과 전문성, 시스템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전자호구 문제처럼 묻지마식 행정은 조정원 총재가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들어맞지 못한다.
또한, 오는 5월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올림픽 세계예선전, 대륙선발전, 그리고 올림픽 등 내년까지 태권도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대회가 잇따라 개최된다. 경기·심판부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우려되는 것은 현재 경기·심판부 책임자의 전문성과 위급상황에 대처능력이 떨어져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이다.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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