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득 차기 ‘연수원장’ 후보자 두고 자격 논란


오현득 이사
국기원 오현득 상임감사가 31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렇다고 국기원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 31일 열린 국기원 임시 이사회에서 이사에 보선됐다. 늦어도 4월 첫째 주에 ‘연수원장’에 임명될 예정이다. 하지만, 자천타천 연수원장 후보에 올랐던 네 명의 후보자보다 태권도 무력과 활동 경험만큼은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다.31일 국기원 이사회에서 이사 4명이 오현득 이사의 연수원장 임명을 두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전 세계 태권도의 기술개발과 연수를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자격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규석 이사(아시아태권도연맹 부회장)는 “연수원장 정도 되려면 적어도 9단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연수원장을 임명하려면 기본적으로 자격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석 이사는 후임 연수원장에 유력한 후보 중 한 사람이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 연수원장 후보에서 배제된 것을 알고 집행부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규형 이사(계명대 태권도학과 교수)는 이사회에서 “연수원장과 상임감사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연수원장은 국기원 정관에 명시된 목적사업을 원만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태권도를 통해 심신을 수련하고 태권도 기술 개발 및 연구경험이 풍부하면서 강의를 하고, 태권도를 통해 국위선양에 기여한자가 적임자”라면서 “집행부는 이사들의 고견을 듣고 태권도의 상징적인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말했다.
이규형 이사는 평소 점잖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달랐다. 연수원장 인선에 자신의 견해를 강력하게 주장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 핵심 관계자가 이규형 이사를 연수원장에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권도 실력과 인품에서는 단연 최고의 적임자임을 인정하면서도, 정치력이 약해 후보에서 빠졌다.
이어 김명수 이사는 “이규형 이사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 “상임감사직을 반대했던 사람으로 이사에서 사퇴했던 사람을 다시 몇 개월 만에 다시 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사회 중 유일한 여성인 임신자 이사(경희대 태권도학과 교수)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임 이사는 “연수원장 내정 소식이 바깥에 알려지면서 많이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모양새가 안 좋다. 외부에서 국기원을 바라보는 기대치가 있다. 국기원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연수원장은 상징적이고 존경받는 인물이 돼야 한다. 도복을 입고 땀 흘리는 사람이 돼야 한다. 현재 이사 중에도 적임자가 있다”고 말했다.
이사들의 반발에 강원식 원장은 “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을 챙기기 위해 누구를 자리에 앉히기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사심 없이 국기원이 글로벌 조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고심 끝에 결정했다”며 “앞으로 WTA(세계태권도아카데미)가 출범하게 된다. 그 자리는 정말 태권도 인에게 존경받는 상징적인 분이 맡게 될 것이다”라고 양해를 부탁했다.
이사회에서 과반수를 가까스로 넘겨 이사로 선임된 오현득 상임감사는 외부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는 개인 보다 조직이 우선이다. 그렇게 살아왔다. 앞으로 국기원 발전을 위해 뭐든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면서 더 이상 말을 아꼈다. 대신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과거 군에서 태권도 활동 경험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오현득 이사는 군인 출신으로 특수부대(HID) 여단장을 역임하는 등 2004년 대령으로 예편했다. 이후 자유총연맹 연수원장을 역임하고, 경희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상임특별보좌관을 맡은 경험으로 국기원이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면서 신설된 상임감사를 맡게 돼 정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태권도계 활동 경험이 없다는 주변 여론을 의식한 듯 “74년 4단을 승단했다. 실력이 중요하지, ‘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 승단했더라면 이미 9단을 땄을 것이다. 국기원에 온 후로 주변에서 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지난 연말 5단 승단심사를 봤다. 군에서 태권도 사범과 시범단장으로 활약했다. 81년 전두환 대통령과 세계 VIP들이 참석한 국군의 날 국군예술제에서 태권도시범을 선보이기까지 했다”고 태권도 활동경험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국기원은 측은 연수원장 인선과 관련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면서 정부의 직간접적인 개입이 있었다. 상임감사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상임감사직을 없앰과 동시에 정부와 정치적 선을 긋겠다. 그럼으로써 예산을 절감하게 된다. 또한, 다섯 명에 가까운 연수원장 후보자 모두 이사다. 자칫 특정 이사가 연수원장에 선임되면 갈등과 파벌이 조성될 수 있다. 갈등 해소를 염두 한 부분도 크다”고 집행부 입장을 대변했다.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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