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A ‘지도자실명제’ 요청… 국기원 ‘화합이 우선’ 거부

태권도 품·단증 내 지도자명을 표기하는 이른바 ‘지도자 실명제’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와 15개 시도협회는 반드시 실행시키겠다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협회와 용인대·경희대동문연합회는 공정거래법 위배 소지와 단증 품위 손상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기원은 단체 간 화합이 선행돼야 실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태권도협회(회장 홍준표, KTA)는 지난 1월 대의원총회와 이사회에서 결의된 ‘지도자실명제’ 시행 요청을 국기원에 공식 통보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공정거래법 위배 여부는 우선 실행해 본 후에 따지자는 것이다. 문제가 생길 때에는 KTA가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고 했다.
KTA 한 관계자는 “시도협회 의사뿐만 아니라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한 사항이다. 국기원과 심사위임계약서에도 KTA가 어떠한 사안에 대해 요구하면 국기원이 이를 실행할 의무가 있다”면서 “지도자실명제는 단지 타시도 심사를 막고자 한 것이 아니다. 현재 KTA는 무등록도장도 특별 심사를 보고 있다. 지도자실명제를 통해 지도자의 자긍심과 수련생의 소속감 고취를 위한 것이다. 국기원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국기원은 KTA의 요청사항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지도자실명제를 실행하면 공정거래법 위배 소지가 충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KTA에 공정위 위배 소지가 발생 하지 않을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지도자실명제를 반대하는 단체와 협의해 통일된 의견을 내야만 이를 검토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거부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기원 한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사전적 판단을 할 수 없다고는 하였으나 위배 소지는 충분하다고 했다. 현재 지도자실명제와 관련하여 법률자문을 의뢰한 상황이다”며 “지도자실명제에 앞서 각 시도협회와 KTA는 비등록 도장을 껴안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노력도 하지 않고 지도자실명제라는 ‘극약처방’을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태권도협회(회장 임윤택)는 국기원 승품단증 소속표기반대특별위원회(위원장 고한수)를 통해 “품·단증 내에 지도자 명을 표기하는 것은 공정위법에 위법 소지가 있으므로 적극 반대한다”라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경희대태권도연합회(회장 김삼종)와 용인대태권도총동문회(회장 박희수)는 지도자실명제와 함께 KTA 협회장 공동명의도 없애야 한다고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용인대총동문회 측은 지난 3월 10일 국기원에 내용증명을 보내 “국내 단증에만 협회장과 지도자명 등을 표기하는 것은 대한민국에만 특혜를 주는 행위다”라며 “세계 태권도인의 국기원이 되려면 국기원장의 이름만 들어가는 형식으로 하나로 통일되어야 한다”고 지도자실명제를 반대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경희대연합회 역시 같은 내용으로 3월 7일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현재 국기원과 KTA 간의 심사위임계약서에 따르면, 품·단증 발급은 ‘국기원장’과 ‘대한태권도협회장’ 공동 명의로 교부한다. 품·단증에는 국가협회, 품·단증번호, 심사자의 인적사항, 심사일자를 명기한다. 단, KTA가 특정사항에 대하여 명시를 요청할 경우에는 ‘협의’에 의해 품·단증에 기재할 수 있다.
계약서에 따라 양 단체가 ‘협의’가 이뤄지면 ‘지도자실명제’를 시행하는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각 단체의 입장과 주장만 있을 뿐이지 ‘협의’가 전혀 안 되고 있다. 더욱이 지도자실명제는 긴밀하게 협의할 사안임에도 양 단체는 실무자 접촉 없이 문서상으로 입장을 주고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 단체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한편, 국기원와 KTA 간의 심사위임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곧 재연장을 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국기원은 일부 계약내용을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도자실명제에 관한 협의가 어떻게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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