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트 세계] 촌놈 양길영, 정두홍 무술감독을 만나다
양길영의 스턴트 세계 - 두 번째 이야기

양길영 무술감독 훈련 시절
촌놈이 서울에 와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이 가십니까? 지금은 가슴 한 켠엔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그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던 촌놈이 어떻게 무술감독이 됐냐구요? 제 인생에 전환점이 될 한 사나이를 만나게 된 것이죠. 바로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신 서울액션스쿨 정두홍 무술감독입니다.제가 스턴트 세계를 알게 된 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동냥 수련하는 누나와 형님들을 알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촌놈이 서울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난생 처음으로 보는 무술을 접하게 됐습니다. 강대석씨라는 여자가 남자들과 함께 수련하는 모습은 뭐랄까? 마치 맞는 연습이라는 표현이 딱 맞겠습니다. 보통 무술을 수련하는 이유는 맞지 않으려고 하는데, 영화속 한 장면을 보는 듯 했습니다. 마치 홍콩영화에서 나올 법한 화려한 발차기와 공중을 날아다니며 펼쳐지는 광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그래서 관장님께 무슨 무술이냐고 그랬더니 “스턴트 하는 친구들이다”라고 말씀해주시면서 인사도 시켜주셨습니다. 그때서야 이런 직업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 자연스럽게 말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워 졌고, 같이 운동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제게 스턴트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화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뜸 누나가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주인공 김두환 대역을 했던 정두홍이라는 사람이 같이 일할 사람을 찾는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저보고 함께 해보자는 제의를 한 것 이죠. 저는 속으로 “장군의 아들대역? 우와!”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꿈을 위해 서울에 올라왔는데 지금에 와서 포기 할 수 없었죠. 또 스턴트란 곳이 얼마나 험난한 세계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밤무대에서 차력쇼와 막노동은 스턴트인들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생계수단이었으니까요. 항상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어 자칫 잘못하면 불구도 될 수도 있었고, 미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 저를 갈등하게 만든 것이 바로 방송과 영화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액션을 한 작품이 사람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이 젊은 혈기에 한 번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몇날며칠을 고민하다 우선 정 사범을 만나보고 결정하자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렇게 정 감독과 첫 만남이 시작된 것입니다.

열악한 환경, 무술훈련을 위한 도구도 제작해 사용하곤 했다.
1992년 8월 25일 서울시 신림동. 아직도 정 감독이 내게 해줬던 말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내가 당신한테 목숨을 걸면 당신도 내게 목숨을 걸 수 있겠습니까?” 정 감독을 만나 몇 번의 발차기와 몇 분 동안 운동을 지켜보고는 좁은 체육관 사무실에서 던진 첫 마디었습니다. 정말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주저 없이 “네”라는 답변과 “그럼 같이 해봅시다!”라는 단 세 마디로 시작한 인연이 17년 세월 동안 저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양길영과 정두홍 감동과 함께 파란만장한 스턴트 인생이 시작됐었습니다. 그날 이후 바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3주가 지나 저에게도 후배가 생겼습니다. 이홍표(현재 무술감독으로 활동 중)가 합류로 정두홍 사범, 김대석 선배(그당시 누라라고 부름), 이홍표 이렇게 모여서 작품도 만들면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그 당시 돈이 아까워 혹은 운동삼아 강남에서 신림동까지 왕복을 뛰어다니던 시절이었죠. 참고로 제가 정두홍 감독을 사범님으로 호칭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스턴트와 무술감독이란 호칭이 낯설던 시절이었죠. 실제로 현장에서도 스턴트 하는 분들을 무술배우나 무술사범이라 불렀던 시절이었습니다.
위계질서가 엄한 시절, 정 사범의 말이 곧 법이었죠. 굉장히 엄했습니다. 그런데 그 곳을 찾은 많은 학생들이 우리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박수와 환호를 보내 등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홍표와 저는 인적이 뜸한 곳을 찾아 훈련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 사범이 있는 날이면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든지 말든지 혹독한 훈련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었습니다. 역시 인간은 닥치면 다 하게 되더라구요.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소풍 온 학생들이 함성을 지르면 손도 흔들어주기도 하고, 같이 김밥도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옵니다.
그 때 훈련의 강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시나요.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한번 못하고, 아파서 괴로워도 인상한번 쓰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아버지보다 정 사범이 더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제일 괴로운 것은 낙법과 발차기 그리고 모든 액션을 맨 바닥에서 훈련입니다.
정 사범은 우리를 지도할 때 강조하는 말이 “주인공대역을 하게 되면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체력만이 현장에서 몸을 지켜줄 수 있고, 주인공이 멋있어야 한다”며 “배우가 대사나 얼굴로 감정을 표현한다면 우리는 몸으로 표현해야 하니, 뒷모습에서도 표정이 있다”고 말하며 매일 같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 내야 했습니다.
우리는 스턴트 세계를 몸으로 느끼고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무카스> 독자 여러분! 스턴트 세계를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턴트 세계를 알려드릴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무토 액션스튜디오 양길영 무술감독의 스턴트 세상은 첫 째주와 셋 째주 금요일에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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