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선 부진 털고 국가대표 선발… 다시 정상에 올라가고파!

3년 만에 국가대표 1진 선발해 감격, 세계선수권 3회 우승 도전

슬럼프를 겪은 후 한 층 성숙해진 황경선(26, 고양시청)
태권도 그랜드슬래머 황경선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3년 만에 국가대표 1진에 선발됐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왼쪽 무릎부상을 겪은 후 계속된 패배를 맛보면서 슬럼프를 겪어왔다. 체력과 기술, 자신감도 모두 예전 같지 않았다.
대표선발이 확정된 직후 경기장 밖에서 황경선(고양시청, 26)을 만났다. 얼굴이 예전에 비해 많이 해쓱했다. 혹시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닐까 해서 물어봤더니 “마음고생이 많아서요”라고 웃으면서 말하면서도 농담이 아니라는 듯 “올림픽 이후에 계속 경기에 나가면 첫 경기에 패했다. 잘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지만, 그래도 졌다”고 그간의 힘들었던 사정을 토로했다. 소감을 묻자 “너무 좋다. 마치 국가대표에 처음 선발된 기분이다”며 해맑게 웃었다.
황경선은 운동선수의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큰 기쁨도 잠시, 불운이 시작됐다. 올림픽 때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고, 연골마저도 크게 다쳤다. 1년 동안 꾸준히 재활치료를 했지만 완벽하게 회복이 안 됐다. 당연히 몸 상태는 예전만큼 완벽하지 못했다.
황경선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정상을 지켜왔다. 고교생 신분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국가대표에 선발돼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깝게 동메달에 그쳤지만,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이후 2005 마드리드, 2007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차지했고,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8 베이징 올림픽 등에서 모두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황경선의 전성시대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끝나는 줄 알았다. 결과가 증명했다. 국내대회에서 매번 예선탈락이 연속됐다. 1등만 하던 선수가 꼴등을 계속했다. 처음은 충격이었지만, 계속되자 아픔을 겪게 되었고, 이변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에는 체념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한 층 성숙해졌다.
“매번 대회에 나가면 첫 경기에서 졌다. 허무했다. 준비도 많이 했었는데 첫 경기에 지니까 자신감도 떨어졌다. 이후부터 대회에 나가면 겁부터 났다. 이제 다시 못 올라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함께 동반 금메달을 땄던 임수정(수원시청), 손태진(삼성에스원), 차동민(한국가스공사)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들도 황경선과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귀띔했다.
황경선은 베이징 때 동반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 대해 “가끔 만나 이야기를 한다. 만나면 하나같이 우울한 얘기만 한다. 우리 다시 올라 갈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면서 “다행스럽게도 태진이도 경기력이 많이 좋아지고 있고, 수정이는 부상에서 회복돼 감각이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다들 잘되었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황경선은 13일 경남 고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 최종평가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태극마크를 획득했다. 1차전에서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박혜미를 얼굴 기술을 내세워 7-2로 누르고 1승을 거뒀다. 이어 2차전에서는 서소영(용인대)을 주특기인 왼발 몸통돌려차기로 2-1로 이겼다.
특히 1차전에서 만난 박혜미와 대결에서는 얼굴 기술이 돋보였다. 1점을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앞발 이단 변칙 발차기가 전세를 뒤엎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황경선은 “솔직히 안 맞을 줄 알았다. 그냥 뻗었는데 얻어 걸렸다”고 솔직히 말했다.
황경선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을 했다. “경기 룰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전자호구 도입되면서 기존 몸통 기술로는 득점이 인정이 안 돼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평소 부족했던 얼굴 발기술을 다양하게 많이 연습했다”고 대회 준비과정을 설명했다.
국가대표 선발의 기쁨도 누릴 시간이 없다. 당장 오는 5월 1일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 3회 우승에 도전한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만큼, 상대 선수들에게 전력도 많이 노출됐다.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
황경선은 “국내대회에서 계속 부진했지만, 다행스럽게 월드컵과 컴팻대회에 출전해 국제경기 감각이 남아있다. 전력이 노출된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의 실력으로 나서면 별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정말 그 어느 대회보다 잘 뛰고 싶다. 그래서 다시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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