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축의 국선도 이야기] 여자, 국선도에 빠지다

2000년 세계평화와 남북통일 기원, 백두대간서 입단행공
필자가 주로 하는 일이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는 '명상'이다보니, 텔레비전도 없고 신문도 보지 않는다. 그저 ‘고요’를 즐기는 일만을 하고 있으니, 자연 뉴스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으니, 17년 전 필자가 빨간띠 원기단법을 수련하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필자는 유명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작가라는 직업으로 먹고 살던 때라, 신문·잡지를 비롯한 각종 미스미디어를 무섭게 섭렵하고 있던 때였다.
그해 마지막 날 밤, 필자는 속리산 문장대에서 새해 해맞이 경배를 하기 위해 법주사 근처 마을에서 혼자 민박을 하였다.
그런데 새해 첫날 첫새벽 꿈에 모자이크 조각처럼 조그만 신문 조각들이 배꼽에서 연이어 빠져나오고 있었다. 마치 티슈를 빼면 또 다른 티슈가 빠져 나오듯이, 똑같았다.
꿈을 깨고 나서 생각하니, 신문이 수련에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문이라는 것이 뭔가? 온갖 세상의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것이 신문 아닌가!
그리고 그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수행자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수행자는 식탐이 있었는데, 꿈에 국수가락이 입에서 계속 줄줄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고 하였다.
두 꿈은 똑같은 꿈이었다. 일상생활에서 탐하고 있던 것을, 꿈 속에서 ‘정화’ 시켜준 것이었다.
그때 바로 필자는 신문구독을 끊고, 텔레비전도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기는 하지만, 본업은 어디까지나 수행자였다. 수련에 좋지 않은 일을 지속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인터넷도 하지 않던 것을 8년 전, 국선도 계룡수련원을 개원하면서 비로소 처음 시작하였다. 중앙 사무처와의 업무 연락 관계상 필요해졌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세상 돌아가는 뉴스에 어둡게 되다보니, 인터넷 잡지라는 게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원고 청탁을 받고 비로소 무카스에 들어가 보니, 첫 화면에 조시학 사범님 동영상이 떠 있는지라, 재미있게 보고 빠져나왔다. 아~ 태권도 잡지구나! 그때만 해도 처음이라 인터넷 미디어 시스템을 잘 모르니, 이것저것 찾아볼 줄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 원고를 써 넘기자, 기자가 재 주문이 들어왔다. 멍석을 깔아 드린 것이니, 앞으로의 원고는 마음껏 국선도를 표현해 보라는 것이었다. 수박칼럼 처럼.
수박처럼? 다시 무카스에 들어가 살펴보니 그동안 태권도, 택견, 수박도, 해동검도, 합기도, 태극권 등등 무도단체의 관계자들에게 지면을 할애해 온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칼럼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논쟁이 장난이 아니었다! '어메, 무셔라~ ' 칼럼이라 해서 그저 가볍게 쓰면 되는 줄 알았더니, 칼럼이 아니라 이건 아예 학술대회를 방불케 하고 있었다! 댓글들을 대충 읽어보니, 독자들께서도 칼럼난에서 학술논문을 요구하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이웃집에 사시는 모모 교주님께서 필자에게 ‘문무(文武)를 겸비한 여장부’라 하시더니, 이런 ‘싸움판’에 던져질려고 그런 소리를 들었나보다. 무카스에서는 아무튼 ‘활발한 논쟁’ 거리를 원하는 것 같았다.
미디어의 특성이라는 게 다 그런 것이긴 하지만, 모르겠다. 그저 조용히 앉아서 명상이나 하던 사람이라, 활발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어떨지. 그러나 이왕지사 멍석을 깔아준 것이라 하니, 앞으로는 조심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다.
그리고 독자들께서 시퍼런 칼날을 휘둘러도 베이지 않도록 갑옷도 단단히 입어야겠다. ‘성실하게, 사실대로’라는 중무장의 갑옷을. 강호제현들께서도 많은 독려와 가르침을 주시기를 기대한다.
우선 첫 회분에서 논쟁이 오간 국선도와 특공무술의 관계에 대해 소견을 적어보면, 필자도 몇 해 전에 장수옥 사범님의 KBS 인터뷰 동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장 사범님께서는 “전에는 1호흡에 1동작 하던 것을, 국선도를 알고 나서 1호흡에 10동작이 가능해졌다”는 말씀을 하셨고, 필자는 그때부터 그분을 존경하기 시작했다.
한 단체의 수장으로서, 다른 단체의 영향을 받고 진전을 보았다는 말씀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그분이 겸손하시고, 솔직하시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장 사범님뿐만 아니라, 여러 무도 단체의 경륜 있으신 원로들께서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계신 것 같았다.
2010년 9월 20일자 무카스 칼럼을 보면, 국기원의 김병운 자문위원님께서 쓰신 글이 실려 있다.
‘태권도 정신은 우리 전통문화 역사 속에서 찾아야 한다. 천신숭배 사상과 인간존엄의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을 이어받아 하늘의 힘과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해왔다 중략...’
그리고 역시 무카스 강민수 님이 쓴 칼럼에 댓글을 다셨던 ‘무한’ 님이라고 계시는데, 50대 후반의 태권도인으로서 기(氣)에 대한 공부를 한 이후에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자세한 자기 소개를 하시면서 이런 글을 남겨 주셨다.
“무예도보통지, 우리 고유의 무예론에 등장하는 중요한 단서가 화랑도와 풍월도가 등장하는데, 저는 태권도를 말하려면 화랑도와 풍월도를 연구· 해석함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화랑도 속에 권법, 병기술, 족술, 검술이 등재하니까요.”
무한님의 여러 댓글을 보면서 필자는 무한님의 팬이 되어 버렸다. 강호제현께서는 희망을 가지시라. 댓글을 잘 다시면 본문 필자가 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 정현축 원장의 국선도 이야기는 격주 금요일에 연재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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