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합기도 ‘체육회 승인취소’가 무예계에 던진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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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카스 허건식 편집위원
합기도인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 대한체육회 최초로 ‘인정단체 승인취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두 수장의 갈등이 빚어낸 일이라고 이번 일을 몰아가기에는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두 수장의 갈등은 합기도가 안고 있던 여러 문제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두 수장에게 책임을 떠맡기기보다는 합기도 전체가 자성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합기도는 태권도 다음으로 수련 층이 많은 종목으로 알려졌다. 과거 경기화에 집중했던 태권도를 대신해 각종 호신술과 합기도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메이저급 무예계의 서자처럼 제도권에서 소외됐었고, 더는 성장하지 못한 채 분파의 분파를 거듭했다. 이러한 분파는 합기도계의 혼란뿐만 아니라, 일부 무예계에도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 혼란 속에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라는 목표를 내걸고 통합의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은 합기도사에서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하지만 그 목표는 물거품이 되었고, 지금 이 시간 합기도는 인정단체 취소라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그것은 합기도가 그동안 고질병처럼 지니고 있던 수많은 병을 치유하지 못한 데 있다. 이미 합기도는 이런 아픔을 수차례 겪어 왔다. 1970년대 대우그룹 총수였던 김우중 씨가 추진했던 일, 1980년대 정권의 큰 힘을 얻고 전경환 씨가 추진했던 일도 모두 통합은 잠시, 다시 분파로 이어졌었다.
2008년 1월 최근 대한체육회 인정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좋은 분위기를 타고 뭔가 이루겠구나 했었지만, 그 통합의 뒤에는 규모가 큰 합기도단체가 상당부문 배제된 채 일부 신생단체들의 통합으로만 이루어져 이미 ‘악수’였다는 이야기는 합기도 계에 공공연하게 알려졌었다.
이러한 합기도의 잘못은 리더십의 부재로 꼽기에는 그들에게 너무 혹독한 말일 수 있다. 리더십 부재보다는 합기도인들 스스로 마음가짐과 의식이 한데 모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무예계에 던진 큰 변화의 메시지가 될지 모른다. 준비되지 않은 통합, 온갖 불신으로 둘러싸인 합기도의 통합은 이미 실패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또한, 대한체육회는 경기가맹단체다. 일부 합기도단체에서는 경기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과연 이번 대한체육회에 인정단체가 취소된 단체가 합기도 경기화에 얼마나 노력했고, 경기화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얼마나 만들어 놓았는지도 문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의 미흡은 합기도단체의 협회운영시스템에도 큰 장애를 함께 하고 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합기도 수장들의 밥그릇 논쟁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분명히 지도자와 단체장이라는 합기도 행정가들은 달라야 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애썼다. 욕심이 과한 어르신이 되고 말았고, 결국에는 합기도 계에서 비판받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과연 이번 일로 이들이 어떤 책임을 통감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합기도뿐만 아니라, 우리 무예계도 이번 일과 무관하지는 않다. 전통무예진흥법 제정 이후 우리 무예가 보여준 모습은 지금의 합기도 모습과 별다를 바 없다. 단체별로 내실을 갖추어야 할 때 스스로 내실을 뒤로 한 채 단체들끼리 서로가 공존보다는 기생하며 보여준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가장 덕(德)을 내세우고, 우리 사회에서 당당해야 할 무예인들이 모두가 약자로 변해 있다.
무예를 진정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무예 정신을 내세워야 할 사람들이 이를 왜곡하고 스스로 무예사에서 부끄러운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 이기적이면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한다. 무예계도 마찬가지다. 이기적인 무예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고 도전도 미흡하며, 변화도 없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스스로 무예 지도자라면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나야 하고, 스스로 무예계를 이끌 리더라면 이에 맞은 자질과 능력을 쌓아야 한다. 모든 일에 이기적이 된다면 아니면 말고 식의 웃지 못할 촌극을 연출하는 무예인이 될 수밖에 없다.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기적인 것보다 무예를 위해 무엇을 하고,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어떤 힘을 키워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이번 일로 무엇보다 합기도인들이 가장 큰 실망을 하였을 것이다. 합기도 명칭에 대한 논쟁 속에서도 ‘합기도’라는 이름 석 자를 지키기 위해 제도권 진입을 환영했던 합기도인들은 더욱 실망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는 또 올 수 있다. 그 기회는 바로 내실을 튼튼히 하고 합기도인 모두가 공통분모가 되었을 때 이보다 더 큰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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