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선수'에서 '최고 사범'으로
이제는 사범으로김제경이 뛰고 있다.
최고 선수라는 타이틀을 양손에 거머쥔 채 이제는 최고 사범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뛰고 있는 것이다.
김제경은 90년대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우승하며 전세계를 제패, 은퇴 후에도 이 시대 최고의 선수라는 칭호를 듣고 있는 인물. 그러나 그는 이제 이 시대 최고의 사범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향해 뛰고 있다.
작년 10월 말 미국으로 건너간 김제경은 현재 포틀랜드에서 올림픽 태권도라는 자신의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에서 사범으로 돌아선 지 벌써 8개월째다.
"지금 안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미국으로 왔습니다. 선수 시절 외국에서 시합을 뛸 때마다 한 번쯤 큰 나라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김제경은 어느덧 어색하기만 했던 사범이라는 호칭에 익숙해졌다. 관원도 꾸준히 늘어 지금은 70여명의 수련생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처음보다 많이 적응되었습니다. 태권도 가르치는 것이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도장 수련생들하고 많이 친해지기도 했고요.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멀리 미국이라는 타국 땅에서 맨몸으로 도장을 운영하는 것은 처음부터 결코 쉽지 않았다. 선수로서는 최고였지만 사범으로서는 완전 초짜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장을 처음으로 연 곳이 먼 타국 땅이었기에 그 어려움은 더욱 컸다. 도장 등록은 어떻게 해야할지, 관원은 어떻게 모아야 할지, 하나부터 열까지 만만한 것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같은 지역에서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수, 임성욱, 김병철 사범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특히 상무 시절 선배였던 김병철 사범은 도장 개관 시부터 지금까지 김제경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은인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영어
그러나 타인의 도움으로 되지 않는 것이 있다. 김제경을 지금까지도 괴롭히고 있는 놈(?)은 다름 아닌 영어. 하루에 두 시간씩 개인교습도 받아 봤지만 효과는 별로 신통하지가 않았다.
"영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수련생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짧은 영어 때문에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개인교습도 별 효과를 못 봤고요. "
짧은 영어 탓인지 태권도 수련시간에 가끔씩 한국어가 툭툭 튀어나온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수련생들이 그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말을 알아 듣는다는 것이다. 물론 눈치로만 알아 듣는 것이다. 영어 짧은 사범 밑에서 배우는 수련생들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저도 그렇고 수련생들도 그렇고 눈치가 많이 늘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이제는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비싼 과외비를 내고 영어를 배우는 대신 한국에서 입양되어온 수련생에게 하루에 한 시간씩 영어교습을 받고 있다. 대신 김제경은 그 수련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또한 이제는 소극적이던 자세도 바꿔 TV를 보고 수련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등 적극적인 영어공부에 나섰다.
한국과 다른 미국의 태권도김제경은 한국과 미국에서의 태권도에 대한 인식이 천지차이라고 한다. 가족이 함께 존경심을 가지고 배우는 무도. 그것이 바로 미국에서의 태권도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태권도를 아주 쉽게 생각합니다. 배워 두면 좋을 것 같아 잠깐 했다가 1단 따면 그만 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죠. 하지만 이 곳은 다릅니다. 태권도 사범은 존경받는 직업이며 모두들 태권도에 존경심을 나타냅니다. 미국인이 한국인에게 존경심을 나타내는 것은 태권도 뿐입니다."
김제경의 태권도 지도 제 1철학은 바로 예의다. 태권도 기술보다는 예의를 먼저 가르쳐 진짜 태권도를 보급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최고 선수에서 최고 사범으로
69년생인 김제경은 한국 나이로 벌써 32세다. 주위에서 이제는 장가가야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그도 "장가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바로 "장가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지금 가장 급한 것은 도장"이라고 말을 바꾼다.
역시 그에게 있어 가장 우선순위는 도장이다. 도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한국을 방문할 계획도 없다. 도장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지금 김제경에게 있어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김제경은 도장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뒤로 하고 사범으로 거듭난 김제경.
수련생들의 실력이 향상된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이미 어엿한 태권도 사범이다.
그가 과연 최고 선수에서 최고 사범으로 변신할 수 있을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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