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다이어리] 긴장, 초조, 당혹스런 TNT 사범 도전기
TNT 사범 도전기-1

‘MASTER DJ’이라는 호칭을 달았습니다. ‘D’는 DAE GIL의 퍼스트 네임이고, ‘J’는 JUNG의 라스트 네임이죠. 마이네임 이즈 '대길 정'이라고 하면 미국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합니다. 많은 분들이 알아서 DJ라고 부릅니다.
저를 ‘마스터’라라고 부르는 것은 미국에서 아주 신성한 의미 입니다. 한 마디로 별을 다는 것이죠. 미국 내에서는 변호사, 의사, 부럽지 않은 직업이기도 합니다. 물론 미국에 있는 한국 마스터들에 한해서입니다.
미국에 계신 한인 사범님들이 화내실 수도 있겠는데요. 정말 가슴 뿌듯하고, 벅찬 단어입니다. 그래도 떳떳합니다. 왜냐고요? 저요, 이렇게 글만 쓰는 사람처럼 보여도요. 태권도 수련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아직까지 540도, 720도 발차기가 가능한 몸 상태이니까요. 왜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아직 녹슬지 않았더군요. ‘관록’이라고까지 하기에는 아마추어이지만, 왠지 모를 이 자신감은 분명 “어라, 되네”라는 이상야릇한 생각에서 오는 정대길식 최면이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지 3일차가 되는 월요일이었습니다. 시차 적응할 시간도 없이 ‘사우스비치 도장’으로 향했습니다. 도복을 고쳐 입고, 검은 띠를 질끈 동여 메었습니다. 미국에 오기 전에 강상구 관장과 제가 결정을 내린 가장 중요한 것이 ‘순도 100%, TNT 사범이 되자’였기 때문이었죠.
해외 한인 사범들이 1년 만에 배울 것을 저는 한두달 만에 숙달해야 했습니다. 총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말이죠. 아주 힘든 계획이었지만, 그래야 저의 다음 사람에게, 아니면 미국에서 도장을 차리려는 분들에게 살아있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TNT 사범 도전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천천히 입문 과정부터 풀어내겠습니다. 도장에 들어서자마자 강상구 관장이 흑인, 백인, 유태인, 스페니시 등의 사범들을 소개 시켜 주었습니다. 워낙에 저에 대한 말을 해 놓으신 터라 이구동성으로 “아, 당신이 마스터 정입니까. 기다렸습니다”라고들 반겨 주었죠.
그리고 자랑스럽게 파란 눈의 아이들을 만나러 ‘필드(Field)'에 나갔습니다. 태권도장 정 중앙에 우뚝 섰습니다. 그리고는 한 바퀴 둘러보았죠. 앞으로 내가 살 곳이구나. 바로 여기가.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수십여 명의 수련생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헤비 백, 하얀 도복을 입고 서 있는 어울리지 않는 또 하나의 ‘정대길’과 이 한국 촌놈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파란 눈의 '맘(Mom) 앤(and) 대디(Daddy)'들이 보였습니다. 이제 선수 입장을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경기에 임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도장 한 가운데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이거 도복은 입었는데 완전히 꿔다 놓은 보리자루 같은 거 있죠.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곳곳에서 아이들이 뭐라고 말은 하는데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죠. 이건 영어가 아니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가 한국에서 배운 영어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죠.
온 몸이 떨리고, 몸은 경직되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실을 수차례 갔음에도 오줌이 나올듯한 그 기분, 아시죠? 그런 저를 보고 강 관장이 우선 학부모에게 인사를 하는 법부터 익히라며 몇 가지 지시 사항을 전해주었습니다.
이건 뭐 초등학생이 된 듯 한 기분이었죠. ‘스마일 맨’이 되라는 것이었습니다. 임수 수행은 성공적이었습니다. “Hello, how are you sir!”, "Nice to meet you, i'm master DJ"를 뻐꾸기처럼 말했습니다.
학부모들에게도 저에 대한 홍보가 다 되어 있었던 터라 다들 한국에서 온 강 관장 동생이라며 반겨 주었습니다. 인사만 하고 있는 것뿐인데, 아주 뿌듯했죠. 저만치서 현지 미국인 인스트럭터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설명을 하면서 말이죠. 아주 열정적으로요. 생각했습니다. “아, 난 언제쯤 아이들을 저렇게 가르칠 수 있을까? 이놈의 영어, 영어~~, ENGLISH!!!”
그렇게 도장에서의 첫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한 학부모가 저와 인사를 나누고는 알아듣기 힘든 아주 유창한 발음으로 뭐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라, 블라, 블라~” 저는 그냥 웃었습니다. 계속이요. 그러면서 “OK, OK”를 연신 외쳐 댔죠.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그건 영어가 아니었습니다. ‘스패니시’였던 것이죠. 짧은 순간이었지만 저의 영어 실력이 어찌나 원망스러웠었는지요.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자신감이 회복됐다는 것입니다(웃음). 참고로 이곳 플로리다에는 많은 ‘South American’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너무 길었죠.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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