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다이어리] 첫날밤
제목 보고 오해 하지 마세요. 미국에 도착해서 ‘첫 날 밤’을 말하는 겁니다. 아직 저는 ‘혼자’입니다. 궁전 같은 집에 도착해서 아파트가 구해지기 전까지 머물 미국에서의 제 방에 들어섰습니다. 깨끗한 이태리제 침대에 하얀 이불과 시트, 대형 벽걸이TV에 냉장고 안은 각종 과일들과 이온 음료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상구형(강상구 관장)의 형수(미국명 제이미)가 이 모든 걸 준비 해 놓으셨죠. 멀리 한국에서 동생(저)이 온다고, 샤워실에는 목욕 타월 두 장과 작은 타월 세 장이, 새로 산 비누와 샴푸, 칫솔, 치약, 고급 화장품, 향수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마치 한국의 한 유명 호텔에 온 것 같았죠. 세심한 손길 하나하나에 온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따듯하고 정이 많으신 분들이었습니다. 미국 마이애미 행을 결심하기 전부터 상구 형이 또 형수가 한국의 제 어머니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하며 “채소 위주의 식단이구요, 제가 현미를 넣어서 쌀밥 맛있게 잘 챙길게요. 걱정 마세요”라고 안심시켰을 정도였으니까요.
참고로 형수는 10년간 타이항공 승무원으로 일했답니다. 지성과 미모를 두루 갖추셨죠. 저의 어머니도 “야, 이런 사람들이라면 미국에서 너 굶게 하지는 않아”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일화가 있는데요. 지난해 6월, <태권도타임즈> 정우진 회장께서 비행기가 연착돼 아이오와에서 새벽 두 시께 상구 형의 집을 찾았을 때, 그때까지 기다렸다 된장찌개에 따끈한 밥과 막 만든 반찬을 내왔다고 합니다. 정 회장님 아시는 분들은 그 성격 아시죠? 얼마나 눈물 나게 고마웠던 지, 아침이 되자마자 형수 아버지의 한국 전화번호를 물어, 딸 잘 키웠다고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고 합니다.
제가 주제를 살짝 빗겨 갔나요?(웃음). 그렇게 방 안을 두루 살피고 샤워를 하며 비행기에서 찌들었던 몸에 생기를 불어 넣었습니다. 세 개의 캐리어 가방을 방에 나누어 정리하고 나니 제법, 모양새가 나오더군요.
이제 잘 시간입니다. 폭신한 침대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침대가 저를 빨아 당기는 것 같더군요. 미국의 유선 방송인 ‘Direct TV’를 켰습니다. CNN의 앤더슨 쿠퍼(아나운서 이름)가 저를 반겨 주더군요. 물론 20% 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한 10여 분을 보았나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더군요. 난감했습니다. 그때마침 “노크, 노크(Knock)”하며 누군가 문을 두드리더군요. 상구 형이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저녁을 차렸으니 먹자고 하더군요. “괜찮습니다”라고는 하면서 잽싸게 일어나 거실로 따라 나섰습니다.
제대로 거실을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거실은 아니었죠. 이건 ‘홀’이었습니다. 엄청난 크기였죠. 저만치 보이는 용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습니다. 찌개였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솔직히 먹었다기보다는 마셔버렸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죠. 상구 형과 형수와 이야기를 나눈 뒤 이제 진짜 취침을 하기 위해 침대로 향했습니다. 폭식으로 인해 찢어질듯 한 배를 움켜잡으면서요.
눈을 감았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을 잘 수 있는 자세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또 대각선으로 누워도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있잖습니까? 잠이 오는 자세요. 도통 잡히지가 않더군요. 시간을 흘러, 그렇게 자세만 잡는데 세 시간이 걸렸습니다. 앞으로 기상 시간인 새벽 6시까지는 세 시간 밖에 안 남았는데, 다급해지기 시작했죠. 1부터 100을 세어 봐도 답이 없었습니다. 이건 침대 부적응이자, 한국과의 시간 차이에서 오는 ‘시차 문제’ 이었죠.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음날이 일요일인지라, 교회에 나가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내일 한 시간 내내 졸다가 나올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 분들과도 첫 만남인데 여간 걱정 되는 것이 아니었죠. 그러다 잠이 들었습니다.
AM 06 : 30. 결국 두 시간여를 자다 깬 저는, 시차 적응에 실패한 채 아침을 맞았습니다. 몽롱한 하루의 시작이었죠.
<정대길의 USA 다이어리는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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