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다이어리] 너, 공항에 누가 마중(PICK UP) 나왔니?
이런 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입국 수속을 마치고 정식으로 미국 땅을 밟으려는 찰나, 저보다 머리하나는 더 있어 보이는 공항 입국 담당자가 손짓을 하더군요. 그가 던진 한 마디. “(한 동양인 남자를 가르키면서) 이 사람 통역 좀 해줘요.”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무슨 일인가, 공황 상태에 빠졌죠. 가만 보아하니, 노스페이스 브랜드의 가방을 맨, 한 눈에도 “나, 한국 남자요”라는 행색을 한 검은 테 안경의 청년이 입술이 파래진 채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이들에게서 저를 구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얼굴이었죠. 뭐, 그동안 외국물 좀 먹었으니, 간단한 소통은 가능했기에 “No problem”이라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한국 동포 구출 작전에 나선 것이죠. 일종의 사태 수습이자, 의협심 이었다고나 할까요.
양측의 주장을 종합해 보니 이랬습니다. 간편하게 미국 측, 그리고 한국 측으로 분류하겠습니다. 미국 측에서는 “뭐하러 왔냐고 물으니, 일하러 왔다고 하는데 관광비자를 가진 사람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순간 우리 동포가 왜 그리도 바보처럼 느껴지던지요, 하지만 한국 측도 이유는 있었습니다. 그는 “저는 30일만 일하러 왔는데, 뭐가 잘못되었느냐”는 것이었죠. 물론 그렇게 주장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미국에 ‘美’자도 모르고 하는 소리인 것이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갈 걸, 왜 이런 일에 내가…. 이 코리언 가이, 한 술 더 떠서 저에게 그러더군요. “저, 죄송한데 미국의 ***회사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와야만 했다고 전해줄래요.” 대단하죠? 이 청년,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오브 아메리카’를 국내 제주도쯤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절대 안 된다고 했지만, 그는 꼭 이 말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제 힘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것이었죠.
결국 그 청년과 합의점을 찾은 것이 원래는 관광이 주목적인데, 영어 전달이 잘못된 것이라고 다시 말하자는 것이었죠. 하지만 결론은 비참했습니다. 이민국 직원까지 총 출동한 끝에 미국 측은 “왜, 말을 바꾸느냐, 관광비자를 가지고 여기에 불법 체류를 하려는 것 아니냐”며 다그치더니, 그를 보안실로 데려갔습니다. 끝장이었죠. 제 예상에는 아마 그 친구 그대로 여권에 ‘Reject(거부)’도장 받고 한국에 돌아갔을 겁니다. 안타깝죠. 미국에 오자마자 이런 일을 겪고나니, 저도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공항에 아무도 마중 안 나온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엄습했습니다. 입국은 했지만 동포 청년에 이어 이번엔 제가 미국에서 국제미아가 되는 것 아닌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그려지더군요. 호들갑이라고요? 와보시면 압니다. 미국에 오래 살러 오시게 되면 초기에 화장실 가는 것도 고민 거리 중에 하나이니까요.

사진 왼쪽 정대기 특파원과 TNT 강상구 관장
두리번거리며 가방 보따리를 끌고 나섰는데, 많이 보던 한 분이 저쪽에서 손짓을 했습니다. 시꺼먼 얼굴에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그는 집에서 막 나온 수수한 복장의 동네 아저씨였죠. 몰라봤습니다. 누군가 했습죠. ‘상구 형’이었습니다. 미국 명 ‘Sang Koo Kang'. 미국에서도 또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TNT(태권도&타이복싱) 프로그램의 창시자 마스터 생(Sang)이었죠. 제자들 중에 한 명이 나오겠거니, 생각했던지라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를 본 그의 첫 마디, “드디어 미국에 왔네, 축하해 고마워.” 그리고 그는 가볍게 환영의 포옹을 해주었습니다.감격스러운 재회였습니다. 2009년 12월, 한국에서 열린 강상구 관장의 무카스 최고 경영자(CEO) 세미나 이후 약 1년 만의 만남이었으니까요. 이런 생각 하시는 분들 있으실 겁니다. 미국에서 도대체 둘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라고 말이죠.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시간 많으니까요. 천천히 자세히 전할게요. 기다려 주세요.
차림은 간소했지만, 강 관장이 타고 온 차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눈이 동그래졌죠. 캐딜락의 최신형 SUV였습니다. 그것도 하이브리드. 가격은 그야말로 ‘억’ 소리난다라고만 전하겠습니다.
미국 시간으로 2010년 10월 23일 저녁 11시 10분. 마이애미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강 관장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같은 꿈, 동일한 꼭지점을 향한 첫 발이었습니다. 집에 다다랄 무렵, 그가 나지막히 말했습니다. “대길아, 이런 말이 있어, 미국 생활의 성공은 공항에 누가 픽업(Pick Up)을 나왔느냐를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
<정대길의 USA 다이어리는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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